데이터의 용량을 표현하는데에 사용되는 접두어

컴퓨터의 데이터는 기본적으로 비트(bit)라는 최소정보를 가지며, 이를 기본으로 한 여러가지 데이터의 단위가 있다. Byte는 8bit를 의미하며, Word는 16bit, Dword는 32bit를 의미하는 등의 단위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렇게 다루어야 하는 데이터의 양이 점점 거대화됨에 따라 이들 데이터의 용량에도 kilo나 mega 등의 접두어를 붙여야만 했다.

문제는 이들 데이터는 1,000단위로 자르기가 상당히 애매하다는 것이다. 데이터의 용량은 기본적으로 비트라는 최소정보를 가지며, 1비트라는 것은 0과 1의 두가지 상태를 갖는다. 즉, 이들 데이터는 2진수로 표현될 때 가장 깔끔한 형태를 갖게 된다. 그러나 1,000은 2진수로 표현하기에는 아아주 지저분하다.(2진수로 표현하면 '111101000'이 된다.) 그래서 만약 1,000을 단위계로 삼는다면 이후 대단히 지저분한 숫자를 만나게 될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2의 누승 중에서 1,000에 가장 가까운 1,024(=2¹⁰)을 kilo로 정하게 된 것이다. 물론 kilo를 2¹⁰으로 계산하는 것은 데이터를 나타내는 단위에 한정해서 사용된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어놓고 보니 1kB라는 것을 다른 사람이 보았을 때, 과연 이것이 1,000Byte를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1,024Byte를 말하는 것인가를 혼동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생겨버렸다. 그래서 초기에는 '데이터를 다루는 단위에 한해서 kilo를 K로 표기한다'는 관례가 존재했다. 물론, SI(Systéme International d'Unités) (=International System of Units 국제 단위계) 표준에서는 이것을 소문자로 쓰는 것만을 허용하지만, 데이터의 표현에 있어서만은 1,000과 1,024의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서 관례적으로 대문자 K를 허용한 것이다.

2. 새로운 데이터 관련 수치 접두어의 사용

문제는 이러한 조치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보통신 관련 위원회인 IEC 산하의 기술위원회(TC : Technical Commitee) 25, Quantities and Units, and Their Letter Symbols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난 1998년에 데이터의 취급에 사용되는 접두어를 개발하여 공표한 바 있다. 이 새로운 표준은 CIPM (The Comité International des Poids et Mesures : The International Commitee for Weight and Measures)과 IEEE의 큰 지지를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필자 역시 아직까지 이들 단위가 실제로 사용되는 것을 본적이 없다. -_-

즉, 첫 음절은 기존의 SI 단위계를 따르되, 두번째 음절에는 2진법(binary)를 뜻하는 'bee'라는 발음의 'bi'를 붙여서 기존의 십진 단위계와 구별한 것이다.

이를 사용하면 다음과 같이 그 의미가 명확히 구별되어서 사용자들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

즉 이러한 단위계를 사용할 경우, 현재 사용자들이 겪고 있는 용량에서의 혼선이 사라진다. 특히,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해의 소지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3. 문제점이 사라질까?

이론적으로만 따진다면야, 이러한 단위계의 사용으로 문제점이 완전히 사라졌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 단위계 접두어는 사용되지도 않고 있거니와, 사용자들의 용량 혼란은 사라지지도 않는다. 이것은 다분히 상업적인 이유에서이기도 하고, 사용자들의 관성 때문이기도 하다.

상업적인 이유라는 것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제조사들이 굳이 새로운 단위계를 쓰려고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서, 실제로 약 100GiB의 용량을 가지는 HDD를 발매한다고 할 때, 이것을 GiB 단위가 아니라, 기존에 사용하던 대로의 GB 식으로 표기할 경우, 100GB가 아닌, 107GB라고 표시할 수 있다. 만약 경쟁사에서 100GB라고 표기했을 때 자신들만이 107GB라고 표기한다면 실제로는 용량이 똑같을지라도 상당한 잇점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대다수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제조사들은 이러한 신 접두어를 채택하지 않고 기존의 관행대로 표기해 오고 있다. 그리고 카타로그나 홈페이지의 하단에 다음과 같은 문구를 삽입한다.

또는 1MB = 1 million Byte, 1GB = 1 billion Byte라는 얍삽한 문구를 넣어놓기도 한다. 사용자가 나중에 용량 문제로 항의하면 카다로그 아래쪽에 분명히 이렇게 적혀있더라고 발뺌하면 그만이다.

이러한 상업적 문제와 더불어, 사용자들이 한번 쓰기 시작한 단위계는 고쳐지기 힘든다는, 관성 역시 작용한다. 필자 역시 이것이 옳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과연 실제 용도에서 이러한 단위를 쓰게 될지는 의문이다. 물론 이러한 접두어가 표준으로 제정되었고, 여러 관련단체에서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지만, 이미 사용하고 있는 것을 바꾼다는 것은, 그것도 널리 퍼져있어서 누구나 사용하고 있는 단위를 한순간에 바꿔부른다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다.

관련 단체에서 이 단위계를 쓰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만약 정말로 이러한 접두어를 정착시키고자 했다면 관련 업체에 알리고 자신들도 강력히 홍보를 했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것을 만들어놓은 사람 역시 위와 같은 이유로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는것은 아닐까?

여하튼 이런 접두어가 실제로 표준으로 사용되는 곳도 있을 것이므로, 어느순간 갑자기 엉뚱한 것을 보아도 놀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