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 칩셋 오딧세이 - 5. 펜티엄 III 프로세서와 DDR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PC2100 DDR SDRAM
그러나 펜티엄 III에 사용한다면??

펜티엄 III와 DDR SDRAM

이미 다른 강좌들에서도 언급한 바 있고, 이 글의 앞부분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펜티엄 III에서의 DDR SDRAM 사용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 이 페이지에서는 펜티엄 III와 DDR SDRAM을 사용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일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이미 많은 독자가 알고있듯이, 펜티엄 III의 FSB는 133MHz로 제한되어 있다. 성능의 족쇄라고도 할 수 있는 이러한 FSB의 제약은 사실상 인텔이 펜티엄 III를 더이상 시장에서 끌고 올라가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133MHz의 FSB로 인해서 펜티엄 III와 노스브릿지간의 데이터 전송 대역폭은 1.06GB/s가 되어 있다. 이것은 PC133 SDRAM이 가지는 데이터 전송 대역폭과 일치하며, 완전히 균형이 맞아있는 상태이다. 즉, 더이상 빠른 메모리를 쓴다고 해서 그 메모리의 성능이 발휘되지는 못할 것이다라는 추측을 해볼 수 있다.

다음의 일러스트들을 보자.

CPU와 노스브릿지, 메모리간의 데이터 전송 대역폭의 관계
위로부터 각각 PC133 SDRAM, PC800 RDRAM, PC2100 DDR SDRAM을 사용한 경우이다.

위 일러스트는 왜 펜티엄 III에서 DDR SDRAM이 효과가 없는가를 직관적으로 설명한다. 고속의 메모리일 경우 노스브릿지까지는 그 속도로 전송되지만, 실상 프로세서로 가는 통로는 좁아터진 예전의 상태 그대로여서 실제로 성능이 향상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RDRAM은?

RDRAM의 경우 약간 이야기가 틀리다. 바로 메모리의 효율성 때문이다. 각각의 메모리에는 지연시간, 즉 레이턴시라는 것이 있다. 흔히 CAS 레이턴시라고 하는 지연시간은 메모리가 하나의 동작을 한 후 다음의 동작을 시작하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가를 의미한다. 현재의 PC133 SDRAM의 경우 지연시간이 대개 3클럭 정도이다. CAS2가 지원되는, 즉 지연시간이 2클럭뿐인 메모리의 경우 각 동작의 중간중간에 나타나는 지연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어서 메모리 성능의 향상이 가능하다. 즉, 지연시간이 작으면 작을수록 메모리의 효율성은 향상된다는 것이다.

RDRAM 역시 지연시간을 가진다. 그러나 RDRAM의 동작클럭을 생각해 본다면, RDRAM의 지연시간은 그 클럭에 비교한 상대수치로써는 일반 SDRAM에 비해서 월등히 적다. 이것이 RDRAM의 메모리 효율이 높은 하나의 이유이다. 또하나의 이유는 RDRAM의 청크(chunk)가 대단히 작다는 데에 있다. 64bit의 데이터 폭을 갖는 SDRAM은 64bit씩의 데이터 전송이 일어나지만, 64bit의 데이터 폭을 갖는 RDRAM은 16bit의 청크를 4회 전송함으로써 한번의 데이터 전송을 완료한다. 즉, 데이터 청크의 크기가 대단히 작으며, 이것 역시 메모리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하나의 요인이다.

그래서 RDRAM의 메모리 효율은 최대 85%에 달한다. 일반 SDRAM의 경우 그 효율이 70%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고려해 본다면, RDRAM의 효율은 대단히 높은 것이며, 그래서 펜티엄 III와 RDRAM의 조합에서는 약간이지만 성능의 향상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여기서도 병목현상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기대한 것 만큼의 성능향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DDR SDRAM은 최악의 조합인가?

유감스럽게도 현 시점에서는 그러하다. DDR SDRAM의 CAS 레이턴시를 유심히 보자. 대개 2.5 내지는 2의 CAS 타이밍을 갖는다. 주의할 것은 여기서 말하는 2.5나 2라는 CAS 클럭은 DDR이 적용된 클럭이 아닌, 본래 클럭에서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결국, DDR이 적용되어서 266MHz로 동작하는 DDR SDRAM의 실제 CAS 레이턴시는 무려 5클럭이나 된다는 것이다. DDR SDRAM의 효율성은 이 때문에 일반 SDRAM보다 낮은, 65%까지 떨어진다.

결국, 위의 일러스트에서 보았던 세가지 메모리 조합은 메모리가 무엇이던지간에 CPU의 프로세서 버스가 가지는 데이터 전송 대역폭의 제약으로 인해서 도토리 키재기의 성능이 나올 것이지만, RDRAM - SDRAM - DDR SDRAM의 순서로 극히 미세한 성능의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해볼 수 있다. 물론 메인보드 자체의 성능에 의해서 이러한 순서는 충분히 뒤바뀔 수 있을 정도로 작겠지만 말이다.

대책은 없는가?

대책이라고 해봐야 몇가지 되지 않겠지만, 그 중에서도 고속의 메모리를 사용했을 때 그 성능을 제대로 받아주기 위해서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단 한가지 답변만이 가능하다. 바로 'CPU의 FSB를 향상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앞서도 언급했듯이 펜티엄 4를 견제할 수 있기 때문에 성능을 제한한다는 인텔의 정책에 따라서,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인텔이 현행의 815EP 칩셋에 DDR SDRAM을 적용시키지 않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VIA나 SIS야 어차피 AMD 프로세서도 고려하여서 설계한 후에 프로세서 버스만을 바꾸어 인텔 프로세서용/AMD 프로세서용으로 구분하는만큼, DDR SDRAM을 포함시킨다 해서 나쁠것은 없으니 DDR SDRAM의 지원사항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펜티엄 III/셀러론 프로세서와 DDR SDRAM의 조합을 사용한다면... 글쎄, 필자로써는 말리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