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 펜티엄 4의 신기술

7. 펜티엄 4, 그리고 7세대 인텔 프로세서의 미래

아직 문제는 많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윌러멧이라는 코드명으로 불려왔던 프로세서가 펜티엄 4라는 정식 명칭을 얻고 시장에 등장하였다.(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펜티엄 4라는 명칭이 그다지 맘에 들지는 않는다. -_-)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펜티엄 4는 분명 혁신적인 아키텍쳐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앞으로 수년간 인텔에서 만들어낼 7세대 프로세서의 후속타가 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 프로세서가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아직 확답을 내리기가 어렵다. 굳이 답을 내려야 한다면 어느정도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며, 필자의 의견또한 그러하다.

우선, 펜티엄 4에 채택된 기술들은 일면 '클럭속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기술'이라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고속실행엔진은 둘째치고라도, 20 스테이지의 파이프라인 구조는 IPC의 희생을 담보삼아 고클럭을 이루어내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만드는 장본인이다. 물론 IPC의 부족분을 다른 신기술로 어느정도 커버하고 있으며, 특히 메모리 부분의 압도적인 성능은 타 플랫폼보다 펜티엄 4 플랫폼이 성능면에서 우월성을 가지게 하는 제 1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가격적인 문제도 큰 작용을 한다. 현재 외국에서 발표되어 있는 펜티엄 4 프로세서의 가격은 $1,300 선. 한화로 140만원에 육박한다. 메인보드 역시 저렴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틀린 일 같다. i840의 구조를 그대로 이어받았고, QDR 기술로 400MHz라는 대단히 높은 FSB를 이루어내는 것을 고려한다면 8층기판의 채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칩셋 자체의 가격도 매우 높다. 메모리 역시 RDRAM을 듀얼채널로 사용한다. 마치 예전 펜티엄 시절 72핀 메모리를 2개씩 쌍으로 꽂아야 했듯이 RDRAM을 2개씩 쌍으로 꽂아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아무리 RDRAM이 저렴해졌어도 SDRAM은 그동안 더 저렴해졌다. 둘 사이의 가격차는 비율로 판단하면 그다지 좁아지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필자를 더욱 당황케 하는 부분은 기존의 케이스와 파워서플라이를 그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프로세서가 만들어내는 60W 이상의 발열량을 소화하기 위해서 500g이 넘는 초 중량의 히트싱크가 불가피하며, 이 때문에 펜티엄 4의 히트싱크는 메인보드가 아니라 케이스에 고정된다. 이를 위해서 케이스에는 별도의 나사구멍이 있어야만 한다. 프로세서가 소비하는 전력을 공급해 주기 위해서 VRM9이라는 새로운 규격을 만든것까지는 좋았으나 이로 인해서 파워서플라이에서 12V의 전력선을 별도로 뽑아서 VRM9에 꽂아주어야만 한다. 여기에 열거한 모든 것들이 대폭적인 가격상승을 수반하고 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현재 발표된 펜티엄 4 시스템은 모두 300만원대 후반의 고가격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모두 위에 언급한 것들이 주된 요인이 된다.

현재 상황에서라면 이 프로세서의 용도또한 애매한 상황에 놓인다. 성능 자체가 기존의 타 프로세서들과 차별화된다고 쳐도(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그러한 성능을 실제로 요구하는 분야에 이 프로세서가 그대로 사용될 수 있을까라는 것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 우선, 당장은 듀얼프로세싱이 불가능하다. 로드가 큰 중소규모 서버나 3D 렌더링 등의 사용용도에서 듀얼프로세싱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난점으로 작용하기에 충분하다. 현 시점에서도 인텔이 펜티엄 4 프로세서의 SMP(Symetric Multi Processing)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실로 충격적이다.

새로운 세대를 여는 프로세서

여러가지 면에서 펜티엄 4는 지금 당장 혁신적인 성능향상을 기대했던 사용자들을 충족시켜 줄 수는 없는 프로세서이다. 그보다는 앞으로 이어질 다음 세대의 프로세서와 그 플랫폼이 등장했다는 데에 더 큰 의의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400MHz의 FSB는 66MHz부터 꾸준히 상승하여 133MHz에 이른 인텔의 기존 FSB의 틀을 뛰어넘는 것이며 이후 넷버스트 아키텍쳐 프로세서가 얼마나 더 빨라질 수 있는가를 엿보게 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P6 코어가 가지던 기능들을 완전히 혁신한 새로운 코어의 방식은 비록 현 상황에서는 메모리 부분을 제외하면 큰 성능상의 이득을 얻을수는 없지만 미래의 프로세서가 이렇게 만들어질 것이다라는 비젼을 보여준다.

과정이야 어찌되었건 이제 인텔과 AMD의 본격적인 7세대 프로세서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항상 사용자들이 묻는것이 있다. AMD와 인텔의 전쟁에서 과연 누가 승리할 것이냐고. 필자의 답변은 이러하다. 최후의 승자는 소비자가 아닐까?

펜티엄 4에 대한 글이 좀 늦었지요. 일러스트 그리고 관련기술 찾아서 공부하느라고 좀 정신이 없었습니다. 물론 잡지사 원고 탓도 좀 있었고요.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곧 올라갈 펜티엄 4 프로세서의 리뷰도 기대해 주십시오. - 머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