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프레스캇이 공식적으로 출시된지 4개월째 흐르고 있다. 그러나 현재 시장에서의 반응은 인텔의 기대와는 다르게 상당히 무미건조한 편이다. 이와같은 반응이 따르게 된 원인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

여러 가지 가설들이 분분하지만,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높아진 발열량과 전력 소모량이,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언급되고 있다. 사실 이러한 부분은 단점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단순한 선입관으로 프레스캇을 의미없는 제품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도 아까운 모델이다. 과연 프레스캇 코어의 펜티엄4 프로세서는 시장의 반응대로 선택할 만한 가치가 없는 제품일까 ?

※ 프레스캇 코어 vs 노스우드 코어

일단 노스우드 코어와 프레스캇 코어의 스펙상의 차이점을 살펴보자. 표를 살펴보면 상당히 많은 부분이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일단 FSB 지원부터 살펴보면, 100MHz CPU FSB 지원 모델은 아예 존재하지도 았는다. 프레스캇 코어의 펜티엄4 프로세서는 현재는 물론 미래의 HW/SW 환경에서도 충분히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방향을 잡은 제품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100MHz FSB 는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제조공정과 캐쉬 메모리 용량, 트랜지스터 집적도 등을 살펴보아도, 상당히 많은 변화를 거친 모델임을 알 수 있다. 90nm 공정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1억 2천 5백만개 (P4 노스우드 코어의 2배) 라는 엄청난 트랜지스터를 집적하고도, 다이 사이즈 자체는 오히려 작아진 코어가 바로 프레스캇 코어다. 세밀해진 공정 덕택에 성능향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는 L2 캐쉬를 1MB 까지 장착할 수 있었던 점 역시 프레스캇 코어의 장점이기도 하다. 현재 시장에서의 인기는 그다지 높지 못하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 볼때 프레스캇 코어는 노스우드 코어에 비해 분명히 진보된 성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아키텍쳐의 진보가 소비자에게 아무런 이득도 가져다 주지 못한다면, 이는 단순한 사탕발림에 불과하다. 해서 지금부터 이러한 새로운 기술의 적용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메리트를 주게 되는지 살펴보도록 할 것이다.

▒ 90nm 공정 적용 - 대용량 1MB L2 캐쉬 장착과 가격적인 메리트 제공

90nm 공정 적용에 여러 가지 복잡한 기술적인 해석을 덧붙이지면, 필자는 물론 글을 읽는 독자역시 머리가 지끈지끈 쑤시게 될 것이다. 이러저러한 설명을 떼고 간단히 말하자면, CPU 안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기술이 더욱 세밀해 졌다는 것이다.

▲ 바늘의 굵기가 다르면, 완성되는 직물의 사이즈도 다르다.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기술이 더욱 세밀해졌다는 것은, 곧 트랜지스터의 사이즈가 작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간단한 예시로 가로세로 10 칸짜리 정사각형 천을 짠다고 할 때, 이를 만들기 위해 지름이 10mm 인 바늘을 사용하느냐, 1mm 인 바늘을 사용하느냐를 생각해 보면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실의 굵기는 같다고 할지라도, 바늘의 굵기가 다르다면,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10 칸짜리 천 역시 사이즈의 차이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바늘의 굵기가 바로 제조 공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바늘과 바늘의 교차로 만들어지는 1칸의 면적이 트랜지스터의 사이즈라고 말할 수 있으며,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가로세로 10 칸의 정사각형 천이 CPU 라고 말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CPU 가 제조되는 원리를 살펴보자. 가로 5cm 그리고 세로 5cm 사이즈의 CPU 를 만든다고 칠때, 위에서 말했던 지름 10mm 의 바늘을 사용한다면, 그 안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의 갯수는 작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바늘의 굵기 (제조 공정) 가 너무 크기 때문에, 바늘과 바늘의 교차로 만들어 지는 칸 (트랜지스터) 의 개수 역시 제한을 받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똑같은 크기의 CPU를 만드는데, 1mm 의 바늘을 사용한다면 칸의 갯수는 크게 증가할 수 있다. 바늘 자체가 작기 때문에, 칸의 사이즈 역시 작아서, 앞의 경우보다 더 많은 칸을 집어넣을수 있다는 것이다. 바느질의 용어로 하면 보다 촘촘하게 짤수 있다고 말하는 경우다.

결국 제작공정이 미세해지면 질수록, 동일한 사이즈의 CPU 안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의 개수는 증가될 수 있다. 프레스캇은 기존의 노스우드 코어에 비해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장착할 수 있게 된 것이고, 성능향상을 위해 이러한 여분의 공간을 활용하여, CPU 성능향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L2 캐쉬를 2배로 증가시킨 것이다.

90nm 공정 적용으로 얻을수 있는 또 하나의 이득은 가격적인 메리트다. 사진에 화면에 보이는 둥근 원판은 웨이퍼라고 부르는 것인데, 웨이퍼는 두께가 매우 얇고 둥근 실리콘 원판으로서,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제조에 사용된다.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원판 안에 작은 사이즈의 사각형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작은 사각형들이 바로 마이크로프로세서 코어라고 말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CPU 는 엄청난 수의 트랜지스터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러한 트랜지스터를 하나씩 만들어서 특정한 사이즈의 다이안에 조립하는 방식은 아니다.

▲ 프레스캇 코어, 매우 복잡한 회로도를 보여주고 있다.

둥근 웨이퍼 위에 각각의 회로와 접속부분들이 미세하고 복잡한 패턴 (문양) 으로 새겨지게 되고, 이렇게 새겨진 패턴 사이로 전자들의 이동이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최종적으로 CPU 로써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조공정과 가격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연관관계가 있는 것인가 ? 앞서 말했다시피 프레스캇은 이전 노스우드 코어보다 더욱 세밀해진 90nm 공정으로 제작되었다. 이 말은 곧 트랜지스터의 사이즈가 더욱 작아졌다는 것을 의미하고, 최종적으로 CPU 코어의 다이 사이즈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표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이 프레스캇에는 더욱더 많은 트랜지스터가 내장되어 있지만, 90nm 공정 적용으로 트랜지스터의 사이즈가 작아졌고, 더불어 전자의 이동이 이루어지는 트랜지스터 간격 역시 작아졌기 때문에, 최종적인 CPU 코어의 다이 사이즈가 작아지게 된 것이다. 상당히 복잡한 내용이지만 간단히 말하면, 둥근 원판 (웨이펀) 위에 새겨질 수 있는 사각형의 갯수가 늘어난 것이다.

똑같은 면적의 원판안에, 새겨질 수 있는 사각형의 개수가 증가한 것이므로, 하나의 원판 당 수익률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130nm 제조공정하에서 원판 하나에 30개의 사각형을 새길수 있었다고 가정한다면, 90nm 공정 하에서는 40개 혹은 45개의 사각형을 새길수 있기 때문에, 결국 웨이퍼 당 수익률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CPU 제조업체 측면에서 본 이득이지만, 소비자 측면에서도 이러한 제조공정의 개선은 분명히 이득이 있다. 물론 이러한 제조공정의 개선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의 투자가 이루어지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때에는 웨이퍼 당 이익률이 증가하였기 때문에, 가격책정에 분명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다. 프레스캇 코어가 한단계 진보된 기술이 적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적인 면에서 노스우드 코어와 거의 비슷한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웨이퍼 당 수익률이 증가한 혜택은 인텔 뿐만 아니라 소비자 역시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러한 웨이퍼 당 수익률의 증가는, 정기적인 가격인하의 행사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하나의 웨이퍼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CPU 코어의 개수가 증가하였기 때문에, 가격인하의 시기는 더욱 앞당겨질수 있게 되고, 더불어 가격인하의 폭 역시 증가될 수 있다.

▒ Advanced Transistors  & Strained Silicom 기술 - 더욱더 작고 빠른 트랜지스터

인텔은 프레스캇 코어 안에 내장된 트랜지스터를, Advanced Transistor 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있다. 무엇 때문에 Advanced 라는 수식어구를 붙일 것일까 ?

앞서 말한바 있듯이, 90nm 제조 공정은 트랜지스터 자체의 사이즈를 더욱더 작게 축소시킬수 있었다. 보다더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90nm 제조 공정의 적용으로 트랜지스터 안의 게이트 길이가 더욱 작아졌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트랜지스터의 사이즈 역시 작아졌다는 것이다.

트랜지스터의 사이즈가 작아짐으로써, 프레스캇 코어는 성능 향상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L2 캐쉬 사이즈를 1MB 로 확장시킬 수 있었다. 기술적인 제조공정의 개선으로 실제 성능 향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기 때문에, 인텔에서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여 "Advanced" 라는 수식어구를 붙인 셈이다.

▒ 보도자료 - 인텔, 차세대 65 나노미터 공정 기술 공개

참고로 인텔은 90nm 공정을 넘어 65nm 공정 기술 개발 및 최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연한 부분이겠지만, 65nm 공정에는 더욱더 작은 사이즈 (35nm 게이트 길이) 의 트랜지스터가 사용될 것이라고 한다.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65nm 공정에 사용되는 트랜지스터 앞에도 "Advanced" 라는 수식어구가 붙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상 트랜지스터의 미세화는 분명히 성능향상에 일조하는 부분이 있으므로, 이러한 수식어구의 사용은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트랜지스터의 소형화와 더불어 프레스캇 코어에는 성능향상을 가능하게 하는 또하나의 원동력이 있으니, 그것은 다름아닌 Strained Silicom 기술이다.

필자도 상당히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는데, Strained Silicom 기술은 실리콘보다 큰 게르마늄 원자를 이용, 칩의 기저 레이어의 실리콘과 섞어서, 다중 레이어 위의 원자간의 사이를 넓혀 전자의 이동을 더욱 빠르게 만드는 기술이라고 한다.

이 기술의 사용으로, 트랜지스터 내부에서 전자의 흐름은 더욱 빨라지기때문에, 결론적으로 트랜지스터 자체의 동작 속도가 상승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빠른 트랜지스터의 동작은 당연히 CPU 연산 속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빠른 트랜지스터의 채용은 고성능 CPU 가 갖추어야 할 첫 번째 조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

▒ SSE3 - 새롭게 추가된 13개의 명령어 셋

프레스캇 코어에 포함된 13개의 새로운 명령어 셋인, SSE3 의 존재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물론 현재단계에서는 지원 애플리케이션의 부족이라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지만, 제대로 지원할 경우 상당한 퍼포먼스 증가가 가능하다고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 보도자료 - TMPGEnc 3.0 Xpress, SSE3 사용시 8~12% 속도향상 있다.

실례로, 동영상 인코딩 분야에서 나름대로 명성을 자랑하고 있는 PEGASIS 의 TMPGEnc 3.0 Xpress 의 경우, SSE3 지원이 가능한 프레스캇 코어 기반의 펜티엄4 프로세서가 장착된 시스템에서 사용하면, 최대 12% 성능향상이 가능하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그래프를 살펴보면 SSE3 명령어 셋을 활용할 경우, 더 높은 클럭인 펜티엄4 3.2 GHz 모델보다도 높은 성능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SSE3 명령어 셋의 지원은, 프레스캇 코어를 더욱더 강력하게 만들어줄 무기임에는 분명하다. 참고로 AMD 의 차세대 CPU(?) 역시 마이크로소프트의 중재를 통해, SSE3 명령어 셋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출시 4개월이 지난 현재, 프레스캇의 효용성은 ?

자 그렇다면, 이러한 특징을 가진 프레스캇은 어느정도 퍼포먼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 물론 현재 리테일 시장에선 판매량 면에서 냉담한 반응을 얻고 있지만, 이는 성능의 측면이 아닌 발열량이나 전력 소모량 때문에 선택을 거부당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물론 발열량과 전력 소모량이 높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선 단점이지만, 그에 상응하는 성능 개선을 보여준다면, 프레스캇은 충분히 선택할 만한 가치가 있는 CPU 일 것이다. 프레스캇 출시 초기에는 새로운 CPU를 제대로 지원해 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적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가치평가가 어려웠지만, 현재는 이야기가 다르다.

프레스캇 코어 기반의 펜티엄4 프로세서가 발표된지 4개월이 지난 지금, 인텔의 최신의 CPU 는 과연 어떤 성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 최신 S/W 환경에서의 프레스캇 코어의 성능이 궁금한 독자라면, 이후 이어질 새로운 기사를 기대해 주기 바란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