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문제는 게임의 그래픽이 점점 세밀해지고 복잡해져 감에 따라 CPU가 감당하는 물리 엔진의 덩치가 커진다는데 있다. 게임 개발자들은 이전보다는 훨씬 더 많고 다양한 정보를 게임 그래픽에 담기 위해 더 복잡한 물리 엔진을 도입하고 있고, 이로 인해 범용 프로세서인 CPU를 좀 더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등장하고 있는 듀얼 코어 프로세서나 앞으로 출시될 쿼드 코어 프로세서의 경우 두개의 코어를 잘 이용한다면 좀 더 효율적이고 우수한 성능을 가진 물리엔진을 만들어 낼 수가 있다. 그러나 다양한 목적을 위해 개발된 CPU는 게임을 위한 물리 엔진이라는 특별한 목적에 사용되기에는 그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이 CPU를 개발자들이 원하는 만큼 넉넉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범용 프로세서인 CPU에 대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우리가 당장 듀얼 코어 프로세서를 이용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 듀얼 코어 프로세서가 시장에 등장한 것도 최근이고 이로 인해 이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그리 많지 않다. 두개의 코어가 있으면 독립적으로 다른일을 하게 하면 좋겠지만 아직까지 이런 상상은 말그대로 상상일 뿐인 것이다. 게임의 물리 엔진도 마찬가지로 실제 게임시 듀얼 코어 프로세서의 한쪽을 모두 물리 엔진으로 이용하면 너무나 좋겠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굉장한 시간이 걸릴 것임이 틀림없다.

그리하여 여러 물리 엔진 개발사들은 물리 엔진 개선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2005년 3월 AGEIA사는 제대로 이용하기에는 까다로운 CPU 대신해 별도의 프로세서를 PC에 장착해 물리 엔진을 연산하게 하는 새로운 개념을 선보였는데, 이것이 바로 PPU(Physics Processing Unit)의 시작인 PhysX이다.

물론 AGEIA의 PhysX 역시 하드웨어만으로 구현되지는 않으며 여타의 다른 물리 엔진과 마찬가지로 별도의 물리 엔진 소프트웨어가 존재한다. 따라서 PhysX 물리 엔진을 사용한 게임은 별도 물리 연산 하드웨어인 PPU가 없어도 CPU를 통해 물리 연산을 하기 때문에 PPU가 없다고 해서 게임이 실행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AGEIA의 PhysX는 기존의 물리 엔진이 움직임에 관련된 물리 엔진 소프트웨어를 CPU에만 의존하게 했다면, 별도의 칩을 이용해 이 물리 엔진을 독립시켰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으며, PPU 역시 이런 개념에서 출발한 것이다.

물리 엔진 및 하드웨어인 AGEIA의 PhysX에 접근하기 위해서 물리 엔진의 개념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필자가 AGEIA의 PhysX를 바로 소개하지 않고 앞서 게임에서의 물리 엔진이나 PPU의 등장 배경을 설명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인데, PhsyX는 기존에 CPU에서 구현되는 게임의 물리 엔진이 별도의 하드웨어로 동작한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멀티 그래픽 카드를 이용한 SLI나 크로스파이어와 같은 방식의 게임 성능 향상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전 물리 엔진의 경우 범용으로 사용되는 CPU를 이용하기 때문에 많은 제한이 있었지만, 게임 그래픽에 최적화된 PPU를 이용하는 Phsyx는 물리 엔진이 원하는 대로 하드웨어 칩을 만들어 담당하게 할수가 있기 때문에 적어도 물리 엔진이 느려 게임 그래픽을 원하는대로 구현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GPU와 메모리를 탑재한 그래픽 카드의 클럭이 올라가거나 SLI나 크로스파이어 등 멀티 그래픽 카드 시스템의 구현되면 물체의 윤곽을 그리거나 그려진 윤곽에 재료를 입히는 등의 작업이 빨라지게 된다. 따라서 고해상도에서도 그러한 일련의 작업들이 전반적으로 빨라지게 된다. 그러나 물리 연산은 여전히 CPU와 게임 개발자들의 몫이다.

이를 집을 짓는 공사장에 비유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벽돌을 어디에 사용해야 할지를 PPU가 정한다면, 벽돌을 나르는 일은 GPU가 담당한다. 복잡하고 큰 규모의 집을 짓는다고 생각할때, 다양한 벽돌을 어디에 사용해야 할지 빨리 정한다면 집짓는 일이 빨리 끝날 것이다. 또, 그 정해진 오더에 따라 벽돌을 빨리 나른다면 역시 집짓는 일이 빨리 끝나게 된다.

PhysX가 이용된 시스템은 게임에서 어떤 구조로 동작하게 될까? 일반적인 물리 엔진을 도입한 3D 게임의 경우 게임이 구동되며 필요로 하는 논리 연산이나 인공지능, 물리 연산 등이 CPU에 로드 되고, 이렇게 로드되 계산된 데어터를 바탕으로 GPU는 해당 그래픽 텍스쳐를 렌더링 하게 된다. PhysX가 도입된 시스템의 경우 기존의 논리 연산이나 인공지능 부분은 여전히 CPU가 담당하지만 물리 연산을 별도의 프로세서인 PPU가 담당하게 된다.

3D 게임이 로드되면 PhysX 보드에 장착된 메모리에 물리 엔진 소프트웨어와 3D 모델의 물리 연산과 관련된 위치 정보나, 움직임의 행로, 속도 등에 대한 다양한 파라미터들이 로딩 된다. 초기 출시된 PhysX 보드에는 128MB의 메모리가 장착되어 있는데, 이 메모리에는 그래픽 덱스쳐 데이터가 로딩되는 것이 아니므로, 물리 연산을 위한 일반적인 파라미터들을 담고 있기에는 충분한 용량이 된다.

PhysX 보드에서 메모리 용량이란 윈도우의 메모리 용량과 비슷한 개념이다. 즉, 윈도우를 사용할때 1GB나 2GB의 메모리는 속도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한번에 늘어놓고 작업할 수 있는 데어터의 필드에서는 차이가 난다. PhysX에서도 128MB나 256MB의 메모리는 한번에 늘어 놓고 작업할 수 있는 물리 연산의 값의 차이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PhysX 보드에서의 물리 연산의 경우 메인 칩셋과 메모리만을 이용하게 되기 때문에 실제 텍스쳐를 CPU와 주고받는 그래픽 카드의 GPU나 메모리보다는 외부 인터페이스에 민감하지 않다. 따라서 첫 출시된 PhysX 보드는 PCI 버스를 이용하게 되었다.

PhysX는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물리 엔진이기 때문에 그 형태가 다양하다. PC에서는 별도의 PPU를 장착한 보드를 통해 구현되지만, 콘솔 게임기로 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콘솔의 경우 메인 프로세서나 기타 모든 하드웨어 구조가 게임에만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에 PC의 CPU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고 빠른 물리 연산을 할 수 있으므로 별도의 하드웨어가 없는 물리 엔진으로만 탑재되게 된다.

개발사인 AGEIA사는 3D 게임 물리 연산에 PPU가 도입될 경우 CPU와 GPU 그리고 PPU가 각자의 역할을 맡는 Gaming Power Triangle 구조를 가지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CPU는 논리 연산과 인공지능, 게임의 전체적인 운영을 담당하고, PPU는 물리 연산을 실시하며, GPU는 그래픽 데이터를 렌더링하고 이를 디스플레이에 출력하는 역할을 한다. 중요한 것은 이모든 것이 모두 하드웨어적으로 구현되기 때문에 각 파트별로 정확한 발란스를 유지하게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