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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私說] 우리 나라가 IT 강국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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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TV 뉴스와 신문을 통해 보도된 휴대폰 가입자 4000만 시대에 대한 소식은 양적으로 팽창할 수 밖에 없는 우리 나라의 IT 현실을 그대로 나타낸 대표적인 것이었다. 1997년 PCS(016,018,019)가 도입된 이후 1999년 2000만 가입자를 돌파한 우리 나라 휴대폰 시장은 약 7년만에 2배인 4000만 가입자를 확보했다. 약 4800만 정도로 추산되는 우리 나라 인구로 볼때 말을 하고 정상적인 사회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나씩은 휴대폰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4년만에 출시되어 DSLR 카메라 시장에 일대 폭풍을 일으켰던 니콘의 D200. 1000만 화소(3872x2592 해상도)와 5연사, 갖가지 다양한 부가 기능으로 준 프로 유저들에게 사랑 받고 있고 지금도 꾸준히 팔리고 있는 베스트 셀러지만 국내에 소개되었을 당시만 해도 국내 유저들에게 적잖은 질타를 당했다. 저 ISO에서 강한 광원 주위에 줄무늬가 생기는 이른바 밴딩현상으로 인해 국내 유저들이 힘을 모았고, 급기야 니콘 본사는 내부 부품을 교체해주고 해당 제품 구매자에게 가방을 선물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들이 국내 IT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 올초 국내 최대의 SLR 유저 커뮤니티인 SLR 클럽에는 밴딩 현상과 관련된 많은 의견들이 개진되었다.

이미 한국 시장이 전세계 IT 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은 이글을 읽는 분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본 기자 역시 미국, 일본, 대만, 유럽 등 IT라면 내노라하는 나라들에 위치한 회사의 실무자들에게 꼭 물어보는 것이 있는데, '한국 시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이다. 물론 인사 치례의 말이라 하더라도 이야기를 나누었던 대부분의 담당자들은 중국, 일본과는 다른 분위기의 시장임에는 공감했다.

왜 전세계의 IT 담당자들은 한국 시장을 새로운 테스트 무대로 삼으려 하는 것일까. 그 이유에는 먼저 지역적으로 좁고 유행이 금방 퍼진다는 점에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고속 철도로 3시간도 안되는 거리의 땅덩이를 가진 좁은 나라에서 유행은 급속히 번져간다. 핸드폰, 디지털카메라, MP3 플레이어 등은 그런 유행을 타고 급속히 번져가고 젋은층에 재빨리 흡수된다. 이제는 왠만한 출사지를 나가면 캐논, 니콘 등의 DSLR 카메라는 흔한 것들이 되었다.

유행이 빠르다보니 자연스레 신제품에도 민감해지고 쓰던 제품을 오래쓰기 보다는 새로운 제품을 구입하는 주기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더욱이 여기에 체면 문화까지 한 몫하면서 고가의 비싼 브랜드들도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실용적인 면을 찾기보다는 체면을 내세운 외형적인 면을 더 강조하는 풍조가 강하다. 이로인해 밖으로 보여지는 노트북, 핸드폰, 디지털 카메라, MP3와 같은 대표적인 IT 제품들은 성능 뿐만 아니라 디자인에서도 우리 나라 소비자들에게 합격점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 된 듯하다.

▲ MP3 업계의 터줏 대감이었던 아이리버는 U10 제품 발표 이후 뚜렷한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위 그림은 올초 선보였던 아이리버의 U10 MP3 플레이어

그러나 본 기자는 얼마전 인텔 개발자 포럼에 참석했다가 연사로 나선 한 게스트와의 이야기에서 IT 강국이 될 수 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이 기뻤으면서도 한편으로 이대로 좋은가에 대한 물음을 던져 보았다. 인텔의 게스트와 우연히 전시장 데모 부스에서 만났다. 데모 부스에는 삼성의 UMPC(Ultra Mobile PC)가 놓여져 있었는데, UMPC에 대해서 이야기 하던 중 자연스레 모바일 기기에 민감한 한국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 게스트는 한국 사람들이 너무 바쁘고 한국은 IT 기기로 여가시간을 즐기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나라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즉, 한국 사람들의 여가시간을 점점 IT 기기들이 빼앗아 가고 있다는게 그 게스트가 말한 내용의 요지였다. 순간 우리가 IT 강국이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느껴졌다.

물론 기술과 산업이 발전하면 엔터테인먼트나 놀이 문화, 그리고 라이프 스타일도 진보하고 변모하기 마련이다. 불과 10년 전 만해도 휴대전화는 정말 돈 많은 사람만 가지고 다니던 사치품이었다. 시골 구석 구석까지 퍼져있는 PC방도 없었고, 모뎀에 전화선을 연결해 인터넷을 하던 시대였다.

IT 기술과 산업의 발전은 사람들을 편하게 만들어 주었지만, 그 줄어든 수고스러움만큼 사람들의 활동폭도 제한하고 있다. 핸드폰과 노트북, 모바일 기기로 좀 더 활동적일 수 있는 환경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시야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농구를 했었지만, 이제는 집이나 PC방에서 농구 게임을 즐긴다.

우리 나라가 IT 강국이 될 수록 사람들은 심심해져간다. 핸드폰으로 우리나라 어디에서건. 심지어는 독도에서도 내가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전화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건만 사람들은 외로워져 가고 있다. DSLR 카메라가 보급될수록 사람들이 더 좋은 사진을 많이 찍을 것 같지만, 결국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는 속도와 발맞추어 PC와 같은 IT 기기가 진보할수록 밖에 나갈일이 줄어들어 수동적인 사람들이 돼 간다.

▲ IT 기기의 사용으로 인한 경제적인 부담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2001년말 여자친구와 헤어졌던 본 기자는 인터넷에 미친듯이 빠져 하던 일도 그만두고 은둔형외톨이(히키코모리) 생활을 1년 넘게 했었다. 당시 80Kg이었던 몸무게는 어느새 110Kg을 육박했고, 인생의 즐거움을 인터넷과 PC, 그리고 게임에서 찾았었다. 2004년 초 약 30Kg을 감량하면서 조깅과 등산을 했다. 물론 귀에는 최신형 아이팟에서 나온 음악이 흘러나왔지만 내가 왜 이 좋은 세상에서 너무 쉽게 인터넷이나 기기들에 의지하고 즐거움을 찾았었는지 후회가 됐다.

IT 강국이 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본 기자는 과거로 돌아가자는 반문명주의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IT 강국이 될수록 다양한 즐거움이 존재해야 하며 IT 강국답게 이를 적절히 활용해야 할 것 같다. 플스로 축구게임만 하지 말고 실제로 친구들과 공원에서 축구를 하며 MP3 플레이어에 있는 칼로리 소모량 체크 기능으로 얼마나 많은 칼로리를 소모했는지를 알아보면 어떨까? 우리 나라는 천성적으로 앞으로도 IT 강국이 될 수 밖에 없다. 어떤 IT 강국이 되느냐는 우리 손에 달렸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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