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명 오리가미로 알려진 UMPC 프로젝트.
오리가미란 일본어로 종이접기라는 뜻을 가진 단어라는 것은 익히들 들어서 알고 있을 것이다. 종이접기를 하듯 가볍고 쉽게 누구나 들고 다닐 수 있고 사용할 수 있는 PC라는 컨셉으로 등장한 물건이 이제 출범 약 6개월을 넘긴 UMPC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프로젝트 오리가미는 일본어로 기획된 프로젝트명과는 달리 일본의 기술들이 철저하게 배제된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UMPC 개발의 주도업체인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의 기획된 의도였다.
실제로 요새 어느 노트북이던 기본적으로 탑재되고 있는 SD/MS 메모리 슬롯 대신 CF슬롯이 탑재되어 있다는 점(솔직히 크기면에서 SD/MS 슬롯이 가지는 장점은 상당하다.)이 가장 크게 돋보이는 특징이며 오랫동안 초소형 기기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소니나 후지쯔같은 업체 대신 우리나라의 삼성과 대만의 아수스, 파운더 등이 참여된 것을 보면 현재 UMPC 프로젝트가 얼마나 반일본틱한 정서를 가지고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있다.
엑스박스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과 전세계 콘솔시장을 양분하며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 봤을때 이러한 경향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코드명 오리가미가 어쩌구할 무렵 삼성에서 7인치급 노트북을 출시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대략 2006년 늦겨울에서 초봄 사이였는데 당시 노트북에 관련한 일을 했던 필자와 동료기자들 曰...
"엥? 삼성이? 후지쯔나 소니는 뭐한데?"
물론 삼성도 나름대로 센스Q30으로 소형 노트북 제조에 관련한 기술들을 축적했다고 인정했지만 7인치급의 화면을 가진 그야말로 초소형 노트북을 생산할 만큼의 축소지향적이지는 않았다는 것이 대부분의 시각이었다.
결국
그 소문은 머지않아 프로젝트 오리가미라는 것으로 실체화 되었고 국내 유수의 기업이 자신들의 기술로 만든 초소형 제품이 나온다는 것에 나름의 기대를 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
"저거 타블렛 PC? 좀 작은데?"
삼성의 첫 UMPC가 등장하고나서 그동안 베일 속에 감추어졌던 오리가미의 실상이 서서히 알려지게 되었는데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디어 전략이라는 것이 가장 대표적으로 알려진 분석이다.
앞서도 이야기하였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엑스박스를 통해 콘솔게임 시장에 진출하여 전세계 게임계를 싹쓸이 했던 재패니즈 달러들을 다시 US달러로 환원시키는데 어느정도 성공하였고 이미 윈도우즈를 통해 십여년 전부터 운영체제 시장을 완전히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이미 노트북을 통해 방 구석, 사무실 책상 아래에 쳐박혀있던 윈도우즈의 외출이 시작되었는데 오리가미네 뭐네 하며 야단법석을 떨며 들고 나온게 왜 하필 또 PC였을까?
울트라 모바일이던 울트라 맨이던 끝에 PC가 붙으면 결국 우리가 눈에 눈물이 나도록, 귀에 못이 박히도록
보고 들어왔던 PC와 다를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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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MAGIC 'Etch a Sketch'가 아니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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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A라는 물건 많이들 봤던 제품일 것이다.
PDA는 한때 샐러리맨들의 필수 아이템이라 여겨지던 플래너(다이어리라고도 하고 오거나이저라고도 한다.)와 볼펜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대신할 것으로 알려지며 모바일 컴퓨팅 시장에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며 무서운 속도로 얼리아답터들의 지갑을 털어갔다. 그러나 전통적이지만 세련되지 못하고 첨단과는 거리가 먼 종이와 펜은 호락호락 PDA와 스타일러스에 자신들의 위치를 내어주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들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된다.
PDA 써본 사람은 안다. '종이랑 펜 어디있지? 아놔..이거 배터리 다 나갔네...'
모바일 시장에서 전통의 강자 팜을 결국 자신들의 협력사로 만들어버린 마이크로소프트도 이러한 열악하고 제한적인 PDA의 단점을 모를리 없었을 것이고 더군다나 수평호환성 없는 자신들의 윈도우즈CE라는 운영체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졌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윈도우즈CE는 소스도 공개되었다. (물론 리눅스 모냥 아무나 접할 수 있는건 아니다.)
어쨌든 UMPC는 PDA가 가진 장점인 뛰어난 휴대성과 PC가 가진 무한한 수평호환성을 무기로 PDA를 포함한 카PC, PMP등을 모두 아우르는 비장의 무기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UMPC는 PMP의 킬러로 자리매김 할것으로 기대되었는데 기기마다 다른 특성과 개성을 가진 PMP같은 경우 통일된 플랫폼의 부재로 제조사마다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각자의 기능을 PMP라는 간판만 내걸고 구현하는 반면 윈도우즈에 기반한 UMPC는 PC에서 구현되는 것이라면 아무런 제한없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뛰어난 장점이 있다. 더군다나 사무실에서 쓰던 오피스도 그대로 사용이 가능하니 사무실 책상머리에서 작업하던 문서를 옮겨와 퇴근길 버스나 지하철 좌석에 앉아서 마무리 짓거나 수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렇게 고마운 물건을 만들어주다니...세상 오래살고 볼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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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로소프트 로고 반대편에 보이는 것은 다름아닌 '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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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똑같은 PC기반의 제품인 노트북은 놀고 있을까?? 사실 앞서 들었던 예제들은 모두 노트북에서도 가능한 일이고 현재 UMPC스펙을 보자면 오히려 노트북에서 더욱 더 빠르고 쾌적한 작업이 가능하다. 더군다나 PMP 역시 나름의 활로를 모색하며 강한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노트북이나 PMP나 UMPC보다 가볍고 편하게 쓸 수 있는게 더 많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삼성의 UMPC가 시장에 첫선을 보인 이후 오래전 바이오 U시리즈를 통해 초소형 PC의 프로토타입(말이 좋아 프로토타입이지 사실 시장 진입에 실패한 제품이다.)을 만들어 냈던 이력이 있는 소니는 바이오 U시리즈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현재의 PC트렌드에 최대한 맞춰 업그레이드한 바이오 UX를 발표하였다. 화면은 Q1보다 작았고 두깨는 더 두꺼웠지만 해상도는 더 높았으며 프로세서 역시 Q1의 셀러론과는 급이 다른 코어 솔로 프로세서가 탑재되어 있었다.
당연히 누가 말해 줄 것도 없이 시장에 등장한 삼성 Q1이 비교대상으로 떠올랐고 바이오 UX와 Q1을 모두 경험한 이들은 하나같이 바이오 UX를 진정한 UMPC로 불러줘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하기 시작하였다.
필자 역시
두 기기를 모두 경험했었고 결론은 앞서와 다를 것이 없었다.
소니의 바이오 UX는 솔직히 UMPC를 의식하여 만들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UMPC 킬러라고나 할까) 모든 부분에서 UMPC를 압도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두개의 모션아이 카메라는 각자의 화소수에 따라 스냅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에 적합한 형태를 가지고 있었고 슬라이딩 방식의 키보드는 비록 키감은 형편 없었지만 뛰어난 활용도와 편리성을 가져다 주었다.(물론 UMPC에도 슬라이딩 키보드가 채용된 제품이 있다.)
무엇보다도 더 작은 화면에 더 높은 해상도를 보여주는 고화질 디스플레이와 지문인식을 통한 보안장치는 키보드만 싹둑 잘라낸 노트북 같은 UMPC보다 더 고급스럽고 안전해보였다.
비단 하드웨어 뿐 아니라 내장된 소프트웨어 역시 UMPC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UMPC는 윈도우즈 태블릿 에디션을 조금 바꾼 수준의 운영체제만을 내장하였지만 바이오 UX의 경우 운영체제 상에서 돌아가는 별도 제작된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하여 사용자가 시각적인 재미와 기능적인 우수함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소니가 요새 이래저래 욕 먹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솔직히 이런 것을 꿰뚫어 볼수 있는 독수리의 눈을 가진 건 우리가 인정해 주어야 할 부분이다. 혼자서 만든게 셋이 합작해서 만든것보다 낫다는 건 그저 농담모냥 웃으며 넘길만한 사안이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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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솔직히..결과를 놓고 보자면
바이오 UX나 UMPC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 그 자체였다. 성능은 좋았지만 가격에서 소니스타일을 외치던 UX는 몇몇 얼리아답터들의 관심만 조금 끄는 수준에 그쳤고 그보다 가격면에서 약간 유리했던 UMPC는 막상 노트북의 성능을 조금 더 가볍게 느끼고자 하는 이들에게 철저하게 외면당하며 삽질 소리를 들어야 했다.
UMPC 진영 3사나 소니나 결국에는 그들만의 화려한 '소문난 잔치'로 시작하여 종국에는 '먹을 것 없더라'로 마감된 2006년 초소형 PC 프로젝트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단순히 작기만 해서도 안될 일이고 섬세하게 우겨 넣는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 해주고 있다.
지금껏 유지해오던 긍정적인 부분은 더욱더 발전시키되 버려야 할 것은 과감히 잘라내고 진정 기술의 발전과 인류의 윤택한 IT생활을 위한다면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초월하고(솔직히 프로젝트 오리가미는 이러한 색채가 불필요하게 강했다.) 단순한 기술력 과시로 끝나는 이벤트성 제품개발 역시 반드시 피해야 할 점이다.
아직까지 우리는 책상위에 있을 것은 책상 위에, 손으로 들고 다니는건 손 안에 라는 다분히 이분법적인 고정관념속에 사로잡혀 있다. 오래전 등장한 노트북을 통해 이러한 경계는 이미 어느정도 사라졌지만 이보다 더 고차원적인 진화를 끌어 내기 위해서는 PC가 노트북으로 변신하기까지 겪었던 변화 이상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제조사들은 항상 염두해두고 있어야 할 부분이라는 것을 결론으로 본 논평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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