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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私說] 가끔 JPG보다 낡은 사진첩이 좋을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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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미디어의 생명은 어느 정도일까? 2007년 1월 우리가 주로 쓰고 있는 지름 12cm에 지나지 않는 자그마한 원판의 형태를 띄고 있는 DVD 미디어는 약 50년~100년의 수명을 갖는다고 한다. 말이 좋아 50년~100년이지 영구 소장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본 기자도 DVD 미디어는 50년이 지나도 천재지변이 나서 불타 없어지지 않는 이상은 끄떡 없을 것 같다.

그러나 50년 후에 DVD를 읽을 수 있는 ODD가 남아 있을런지는 의문이다.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에 제아무리 좋은 자료가 담겨있어도 지금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를 읽을 수 있는 PC가 몇대나 될까? 이렇다면 과연 DVD 미디어의 생명을 50년 혹은 100년이라 이야기할 수 있을까?

예를들어보자. 200년후 우리의 후손이 과거의 유물이라면서 발견한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200년 전(현재) 우리나라의 모든 도시의 풍경을 찍어놓은 사진을 저장한 DVD 미디어,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서울과 부산 2개 도시의 풍경을 찍어 놓은 진짜 사진첩. DVD 미디어를 읽을 수 있는 장치가 없다면 전자는 아무런 의미없는 쓰레기에 불과하다.

▲ 고해상도 그림 수천장을 담을 수 있는 DVD 미디어

DVD 미디어에 담긴 데이터를 50년 혹은 100년 동안 저장하기 위해서는 저장하는 장치의 타입이 바뀔때마다 데이터를 이동시켜주어야 한다. 마치 DVD 미디어에 있는 자료를 하드디스크에 백업(?)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블루레이 디스크나 HD DVD 미디어의 사용을 목전에 둔 지금 이들 미디어가 DVD 미디어를 밀어낸다면 틀림없이 우리는 그동안 간직했던 정보를 이들 미디어에 담아 놓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디지털은 기술이 발전할때마다 스스로를 변화 시키고 업그레이드 해야한다는 맹점도 가지고 있다. 애시당초 디지털에서 용량과 속도는 디지털의 핵심을 이루는 두가지이기 때문에 높은 속도, 많은 용량에 의해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있고 사람들에게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도록 강요하고 있다.

굳이 아톰과 비트의 머리아픈 개념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세상은 이미 비트 중심의 세계가 되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는 아날로그를 재빠르게 디지털로 전환해 또다른 아날로그를 창조해낸다. 생각해보면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양자 모두 같은 것을 비슷하게 표현할 수 있지만 서로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을 가지고 있다. 같은 그림을 보여주고 있지만 컴퓨터는 진짜 사진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사람 역시 '켜지고 꺼지는' 원리로만 저장되어 있는 것 자체로는 그것이 무엇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컴퓨터에게는 그들이 이해할 수 있게 사진을 '켜지고 꺼지는' 것으로 바꿔 줘야 하며, 컴퓨터는 이를 바탕으로 사람에게 실제로 사진을 만들어 보여주어야 한다.

▲ 얼마전 구입한 완전 수동 필름 카메라

본 기자는 얼마전 출시된지 20년도 넘은 낡은 니콘 수동 필름 카메라를 하나 구입했다. 이미 디지털 DSLR 카메라에 익숙한 본 기자에게 찍을때마다 셋팅을 해야하고 찍은후 바로 확인할 수도 없으며 현상하고 인화 또는 스캔해야하는 과정을 거쳐하 하는 수동 필름 카메라는 너무나도 낯설기 짝이없는 것이었다.

몇일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수동 카메라와 필름이 주는 만족감은 상당했다. 비단 필름 고유의 이미지나 느낌 뿐만이 아니라, 한컷 한컷 찍고 과연 내가 찍은 사진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에 대한 기대를 하게 했다. 마치 로또를 하고 토요일날 그 결과를 기다리는 심정이라고 하면 이해가 빠를까? 찍고 바로 확인하고 그저 아무의미없이 버려지는 디지털의 빠른 처리에 익숙한 내가 왜 그런 기다림과 불편함에 기대하고 있는 것일까?

친구들이 집에 놀러왔을때 보고 좋아했던 사진은 부팅을 기다려 사진 폴더에서 꺼낸 수천장의 JPG 파일이 아니라 입구 옆 거실 액자에 있던 우리 고양이의 눈감은 표정이 담긴 단 한장의 사진이었다.

▲ 초등학교 2학년 운동회때 찍은 사진, 본기자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사진 중 하나다.

취재를 하며 또 제품을 리뷰하며 매일 사진을 찍는 본 기자에게 디지털은 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일상 중 하나다. 무언가를 바로 확인하고 바로 처리할 수 있는 디지털은 그 이름만으로도 매우 빠르다는 느낌을 전달해준다. 실제로 디지털은 빠르다.

그렇지만 디지털은 강요하고 있다. 더 높은 속도를 만들어 아날로그에서 맛봤던 과정의 재미를 생략하게 하고 있다. 더 많은 용량을 만들어 무엇이든 한방에 되도록 만능인간이 되도록 부추기고 있다. 디지털을 피할 생각도 없고 피할 수도 없다.

가끔은 디지털에 강요당하지 않고 아날로그를 느끼며 천천히 그 재미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사람들은 전자시계를 보며 시간과 분을 숫자로 바로 확인할 수 있어 매우 좋아 했을까? 아직도 시침과 분침이 있는 아날로그 시계는 우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디지털이 시침과 분침을 그려가며 아날로그를 따라한다. 그냥 숫자가 아닌 1부터 12중 하나의 숫자를 보고 싶어한다. 그냥 나가 아닌 많은 사람들 속의 나를 보고 싶어한다.

가끔 내 PC안의 JPG 파일보다 낡은 사진첩이 좋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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