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를 보고 있노라면 가끔 아쉬울 때가 있는데 바로 크기에 관련된 것들이다. PC가 태동할 당시 각종 부품들의 크기에 대해 규격을 정했을때 좀 더 작게 했다면 어땠을까? 그당시에는 기술의 한계로 인해 더이상 작게 하는 것은 불가능했으리라 짐작은 되지만 요즘 시대에 책상위에 혹은 바닥에 있는 커다란 깡통을 보고 있노라면 참 답답한 생각이 든다.

작은 PC에 대한 열망은 누구에게나 매한가지일 것이다. 특히 PC와 관련된 제품을 제조하고 트랜드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입장에서는 그런 작은 PC에 대한 열망은 열망의 수준을 넘어 목표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모든 업체들이 저마다 작은 크기의 제품을 만들기는 쉽지 않으며 업계에서 정한 크기를 준수해야 한다.

폼펙터의 규격은 메인보드, 케이스, 파워서플라이 등 다양한 부품 규격에 적용되지만 아무래도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품이 메인보드일 것이다. 보통 일반적인 메인보드들은 ATX 규격을 준수하고 있으며, 마이크로 ATX 정도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규격이다(보통 PCI 슬롯이 두 개 있는). 그러나 셔틀과 같이 스몰 폼 펙터를 선도하는 업체는 플렉스 ATX 규격의 작은 PC를 내놓고 있으며 보통 산업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ITX 규격의 보드들도 가끔 모습을 보인다.

AMD는 지난 1월 10일 좀 더 작은 PC를 만들기 위한 규격인 DTX를 발표했다. AMD는 현재의 ATX 사이즈 케이스나 메인보드들이 크기와 소음면에서 매우 비합리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 스몰 폼 펙터 시장은 일반 ATX 시장에 비한다면 매우 작지만 작은 PC에 대한 수요는 점점 늘어 2010년이 되면 스몰 폼 펙터 시장이 일반 ATX 시장의 규모에 근접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MD가 스몰 폼 펙터를 위한 규격인 DTX를 발표한 것은 앞으로 데스크탑용 CPU가 저전력 소형화되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일반적인 ATX 크기의 PC가 열을 많이 내뿜는 CPU를 장착하고 크고 열이 심하고 많은 공간을 차지했다면 DTX를 비롯한 미래의 PC는 저전력 CPU를 사용해 좀 작은 크기에서도 열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작은 규격으로 인해 생기는 생산 비용과 운용 비용의 절감은 PC 산업 전체로 볼때 투입대비 산출을 높일 수 있는 핵심 요소라 판단하고 있다.

AMD의 DTX는 AMD에 의해 정해진 규격이지만 굳이 AMD의 CPU만을 사용한다던가 하는 제한적인 규격은 아니다. 마치 앞서 살펴본 ITX나 ATX의 규격처럼 DTX도 제품의 크기에 대한 규격만 존재할 뿐 모든 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오픈된 규격이다. 물론 그럴일은 없겠지만 인텔도 참여할 수 있다.

AMD가 발표한 DTX의 특징은 크게 세가지로 압축해볼 수 있다. 첫번째, 작은 PC를 위한 폼펙터인만큼 크기가 매우 작다는 것. 두번째, BTX와 같이 전혀 새로운 플랫폼이 아닌 기존의 ATX와 하위 호환성을 가지며 생산성이 높다는 것. 마지막으로, 에너지 절약형 CPU에 최적화 되어 있으며, OEM과 ODM 제품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 등이다.

AMD가 일러스트한 DTX 규격에서 케이스쪽을 살펴보면 최근 출시되는 소형 PC의 모습과 거의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AMD는 메인보드가 장착되는 포인트와 각 부품이 배치되는 전체 구조 이외에 다른 별도의 케이스 규격을 정하지 않았다.

DTX 규격의 데스크탑 PC는 기본적으로 책상에 올라가는 PC인 만큼 그에 최적화된 형태를 갖추어야 한다. 또, DTX 규격의 PC가 일반 조립 PC 시장보다는 OEM이나 ODM 시장에 타겟이 맞춰져 있는 만큼 완제 PC에 주로 적용될 것이며, DTX가 활성화 될 경우, 앞으로 위와 같은 형태의 PC가 더 많은 부분에서 등장하게 될 것이다.

메인보드 규격의 경우 매우 현실적인 모습을 띄고 있다. 인텔이 주창했던 BTX 규격이 결국 사라지게 되었던 것도 기존 ATX 규격과 호환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해 본다면 DTX의 메인보드 규격은 ATX와 크게 다르지 않다. 즉, ATX 규격의 메인보드를 적당히 자르기만 하면 DTX 규격의 메인보드를 얼마든지 생산해 낼 수 있다.

먼저 출력 백패널과 확장 슬롯의 경우 기존의 ATX 규격과 동일하다. 그러나 전체적인 크기를 줄이기 위해 폭을 좁혀 확장 슬롯은 최대 2개로 제한되었고, 메모리 슬롯과 각종 커넥터의 위치가 변경되었다. 아래 사진은 풀 DTX와 미니 DTX 규격이 기존 ATX에 비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진이다.

AMD가 주창하는 DTX의 핵심을 위 사진에서 잘 살펴볼 수 있다. 기존의 ATX나 마이크로 ATX와 호환성을 가진다는 것이 가장 큰 핵심 내용이 된다. 즉, 일반 ATX PC에 근접한 성능을 내면서도 기존의 케이스나 CPU, 그래픽 카드 메모리 등을 그대로 사용해 작은 PC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일례로, DTX 규격의 메인보드는 일반적인 ATX나 마이크로ATX 규격의 케이스에 장착하는데도 전혀 문제가 없다.

어찌보면 DTX 규격은 제품을 구입하는 사용자보다는 PC를 제조하는 제조사들에게 더 환영받을 수 있는 규격이될지도 모른다. 제품 자체가 작기 때문에 이에 따른 비용이 절감될 것은 당연한 것이며, 특히 사무용 PC나 대규모 사업장에서 사용될 PC를 제조하는 업체들은 기존의 ATX 규격의 부품이나 생산 라인을 활용해 큰 변경없이 그대로 생산이 가능해진다. 풀 DTX는 표준 인쇄회로기판 제조 패널 사이즈 당 4개를, 미니 DTX는 6개를 만들 수 있다.

현재 전세계 메인보드 시장의 탑을 달리고 있는 ASUS나 MSI가 DTX에 적극적인 것도 AMD에 큰 힘을 주고 있다. ASUS나 MSI 모두 DTX가 일반 소비자 뿐만 아니라 생산자인 ASUS나 MSI에도 좀 더 생산성있는 시스템 플렛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TX 규격이 앞으로 시장에서 제대로 자리잡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동안 여러가지 규격들이 시장에 나타났지만 대부분 소비자나 생산자들에 의해 버림받고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DTX를 발표한 AMD 역시 이러한 역사들을 잘 인식하고 새로 발표한 '규격'이라는 측면에서 볼때 혁신보다는 진보를 택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