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소리를 내는 사운드카드

대통령, 장군, 과학자, 판검사, 의사...우리는 어렸을때 장차 커서 이러한 사람이 되리라는 꿈을 가졌었다. 필자 역시 앞서 이러한 꿈을 가진 평범한 어린이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어느정도 나이를 먹고 느낀게 한가지 있다면...

'좋은 자식,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는것이 대통령보다 어렵더라..'

라는 지극히 기본적인 진리이다. (사실 필자는 결혼을 안했기 때문에 좋은 남편과 아빠에 대해서는 아는게 없지만 주변에 결혼한 사람들 이야기를 대충은 들어봐서 쬐끔 안다.)

그럼 사운드카드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덕목은 무엇일까?

당연히 '좋은 소리'를 내주는 것이 지극히 기본 아닐까??

AC97의 폭발적인 보급으로 이제는 별도의 사운드카드 없이도 메인보드 내에 집적된 손톱보다도 작은 칩에서 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 덕에 거의 공짜라고 해도 별 이의가 없을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PC 사운드라는 것을 즐길 수 있게 되었는데 사실 약간 오디오 파일러의 입장에서 본다면 AC97코덱의 등장은 재앙에 가까운 일이다.

물론 저렴하다는 지극히 메인스트림 시각에서 보는 거부할 수 없는 장점이 있지만 PC를 구성하는 부품들이 가지는 엄청난 노이즈, 특히 PC의 부품들이 모두 모여 바람 잘날 없는 메인보드에 노이즈와는 상극인 사운드기능이 추가되었다는건 정말로 눈물나는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작금의 시장상황은 요새 누가 PC에 사운드카드 달아서 쓰냐며 그 돈으로 밥을 사먹던가 아니면 다른 부품을 사라는 식으로 소비자들을 한곳으로 몰아넣고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오비추어리의 가사를 음미하며 십자수를 뜨는 사람이 분명히 하나 이상 존재한다. 노이즈 덩어리라고 불리는 PC에서 하이파이 수준의 음악감상을 위해 고음질의 특성을 가지고 정말 '좋은 소리'를 내주는 사운드카드도 잘 만들어 놓으면 분명 사가는 사람이 필시 있다는 것이다.

사운드카드를 논하기 전에 우리는 '온쿄'라는 회사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오디오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고성능의 리시버나 앰프로 유명한 업체라는 것을 한번에 알아맞출 수 있을텐데 이름에서 느껴지는 느낌 그대로 일본의 기업이다.

특히 리시버라는 분야에서 야마하나 데논, 파이오니어와 같은 업체들과 함께 일본의 음향기기를 대표하는 업체라고 할 수 있는데(물론 유럽이나 북미에도 좋은 리시버를 만드는 업체들이 많다.) 본 사운드카드는 온쿄가 음향기기들을 만들며 취득한 노하우를 투입해서 개발한 지극히 오디오 성향의 특성을 가지는 사운드카드 제품군 중에 하나로 단순히 소리만 내는 것을 떠나 '정말 좋은 소리'를 내는 제품이라는 컨셉을 가지는 제품이다.

PC 사운드 시장에서 사운드라는 것을 좀 알고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특히나 보수적이라는 오디오 업계에서 과연 PC 사운드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떨까? 이전에 클립쉬나 캠브릿지 사운드웍스(현재는 크리에이티브 랩스에 인수되었다.)같은 업체에서 PC용 고성능 스피커를 만들던 것이 전부였고 정작 소리를 내는 사운드카드 시장은 크리에이티브 랩스를 위시한 몇몇 업체들에 의해 이끌어져 왔다.

이러한 의미에서 고성능 음향기기를 만들었던 온쿄가 사운드카드를 만들었다는 것은 어쩌면 파격에 가까운 일이었고 신선한 충격으로 회자될 만한 일이기도 하다. 이는 곧 PC에서도 좋은 소리를 원하는 이들에게 내려진 축복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이제부터 이 제품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여타의 제품들과 다른지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본 제품은 PC의 주변기기이면서도 철저하게 오디오기기적인 시각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그러한 특징은 제품을 직접 사용하거나 하지 않고도 알 수 있게끔 패키지에도 인쇄가 되어있는데 결론적으로 우수한 특성의 부품을 아낌없이 사용하여 음향신호로 유입되는 노이즈를 최소화 하였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이다.

이 VLSC회로는 사운드의 출력부를 좌우 두개로 분리시키고 우수한 품질의 부품과 회로구성을 통해 더 좋은 출력특성을 가지도록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칩셋으로는 비아의 엔비 24HT칩셋을 사용하였는데 높은 가격대 성능비로 많은 사운드카드 업체들이 사용하는 칩셋이다. 이러한 이유로 본 제품은 이 칩셋을 지원하는 유니버설 드라이버만 있으면 업체에 무관하게 사운드 출력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사실 본 제품의 특징은 칩셋보다는 강력한 출력부에 있으므로 이것은 크게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고성능 사운드카드나 오디오제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울프슨의 DAC/ADC 칩도 탑재되어 있다. 최대 24비트/192Khz를 지원하는 성능도 그렇지만 울프슨의 코덱이라는 것에서도 본 제품이 음질에 상당히 신경을 썼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코덱의 사용으로 115데시벨이라는 우수한 신호대 잡음비(SNR)를 구현하기도 했지만 사실 이 부분은 예전부터 논란의 여지가 많았던 부분이므로 크게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솔직히 기본기로 보나 구성을 보나 사운드 카드의 기본인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는 제품을 꼽으라면 단연 본 제품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비슷한 컨셉의 몇몇 다른 제품들(테라텍에도 우수한 음질의 사운드카드가 있지만)과 비교해도 거의 압도적으로 좋다고 봐도 무방한 제품인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듯 이러한 고음질 사운드카드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그만한 주변기기들도 따라서 받쳐주어야 한다. 17만원이 넘는 사운드 카드에 동네 인터넷 신청하면 껴주는 8천원(또는 공짜)짜리 슈퍼우퍼스피커를 물려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분명 본 제품은 게임을 제외하고(뭐니뭐니 해도 게임은 사운드 블래스터가 정답이다.) 음악감상이나 영화감상 등에서 뛰어난 음질을 선사해주는 제품이지만 단순히 소리가 나는 PC사운드만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큰 메리트가 없는 제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PC를 고품질의 오디오기기로 변신시키고 싶다면 본 제품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을 것으로 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