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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論評] 노트북의 재포장 판매, 과연 누가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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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상도(商道)야~~

드라마 상도(商道)를 보면 만상 도방(지금의 사장에 해당하는 직책이다.) 홍득주(박인환 분)가 임상옥(이재룡 분)에게 '장사란 돈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는 자신의 경영철학을 이야기 해주는 장면이 있다. 홍득주의 이야기는 장사를 통해 돈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을 남겨야 결국 더 큰 돈을 쥐게 된다(?)는 다소 억지스러운 해석도 가능한데 이 이야기 자체는 다분히 유토피아적 색채가 강한 이상에 가까운 이야기이다.

어쨌든 거대한 다국적 기업에서 작게는 동네 구멍가게까지 장사의 기본은 '이익을 남기는 것'이 우선이다. 자원봉사단체가 아닌 이상 어떤 기업이던지 영리추구가 목적이라면 이 기본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 어느 사람을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물론 정상적인 단계를 거쳐 정당한 이득을 취하는 것은 뭐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이건 칭찬해주어야 할 부분이다.)

▲ 상신(商神) 관운장(關雲長), 그가 신격화 된 이유는 바로 철저한 신용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형태이기는 하지만 외국에서는 리퍼비시(refurbish)라는 꼬리표가 달린 제품들이 많이 팔리곤 한다. 이 리퍼비시 제품은 대부분 진열상품, 단순 반품된 상품, 재고(이월)상품, 새롭게 리뉴얼된 상품 등을 일컫는 말로 밀봉상품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상태를 가진 상품을 말한다. 결론적으로 새 제품을 한번 열어봤던 상태에서 다시 재포장을 해서 팔되 새 상품에 비해 낮은 가격을 책정하여 판매 가능한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부여했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알뜰한 소비자들을 위해 리퍼비시 제품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쇼핑몰이 생겨 언론에서 보도된 적도 있다. 필자 역시 집에서 사용하는 스피커가 진열품, 즉 리퍼비시 제품이었는데 새 제품에 비해 약 40%가량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고 지금껏 3년이 넘도록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한 제품이라면 이왕이면 밀봉된 새것을 뜯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욕심때문인지 적어도 국내에서는 리퍼비시 시장이 크게 커지고 있지는 않다. 물론 이러한 소비심리 때문에 매장에서도 이러한 제품들은 잘 취급하지 않는 형편이다.

▲ 데드픽셀이 생긴 LCD


몇년전 LCD 모니터의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하고부터 이제는 어렵지 않게 어디서든 LCD 모니터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아시다시피 LCD는 CRT와 달리 픽셀 하나하나가 소자로 이루어져 있어 비교적 높은 불량률을 가지게 된다. 결국 LCD를 구성하는 수많은 픽셀 중에 한두개 이상은 제조과정 중에 생기는 편차에 의해 작동을 하지 않는 픽셀이 생기게 되고 우리들은 이를 데드픽셀이라는 애칭(?)까지 붙여주었다.

이 글을 보고 계시는 분들 중에 분명 LCD 모니터를 사보고 이러한 데드픽셀로 인해 교체를 받아봤다면 대부분 이러한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내가 반품한 제품은 어디로 갈까?'

국내시장이 리퍼비시에 관대하다면 분명 이 제품은 리퍼비시 시장에 흘러들어갈 것이라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상 내가 반품한 제품은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턱이 없다. 어쨌든 나는 데드픽셀이 없는 내 나름대로 생각하는 양품의 기준에 적합한 제품으로 교체를 받았으니 이미 반품한 제품의 행방은 내가 알 바가 아니다.

같은 LCD를 사용하는 노트북은 또 어떨까? 노트북 역시 교환이 되는 이유중에 상당수가 LCD에 생긴 데드픽셀이다. 특히나 모니터와는 달리 노트북의 LCD는 무결점이라는 정책이 없기 때문에 제조사에서 규정한 특정 위치 및 갯수 이상의 데드픽셀 발생이 아니면 원천적으로 교환이 불가능하다.

그나마 요새는 LCD 제조기술들이 좋아져서 모니터나 노트북이나 데드픽셀로 인해 교환되는 빈도수는 많이 낮아졌다고 봐도 된다.

▲ 노트북의 데드픽셀은 원래 교환사유가 아니었다.


다시 앞서의 질문으로 돌아와서 과연 내가 반품한 제품은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 단순히 생각하면 문제가 있는 부분을 제조공장에서 교정 또는 교체하여 다시 시장에 내놓는다거나 앞서 말한 재포장 단계를 거쳐 리퍼비시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저렴한 가격에 판매를 하게 된다면 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 공장으로 돌아간 제품이라 할지라도 사용에 큰 지장이 없다고 판단(물론 제조사의 규정에 의해)되면 리퍼비시라는 꼬리표를 붙여서 다시 시장에 내놓고 저렴하게 팔아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판매상들이 이러한 재품을 임의로 재포장하고 리퍼비시라는 것을 숨긴채 새제품인양 정상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는게 여기서 이야기할 문제점이다.

최근 국내 모 사이트에 국내 유수의 전자상가 내 몇몇 매장을 가지고 있는 판매업체들의 재포장 제품의 양품위장 판매에 대해 고발한 게시물이 기습적으로 게재되었다. 물론 현재 해당 게시물은 밝힐 수 없는 이유에 의해 사이트에서 삭제된 상태이고 이미 몇몇 대형 커뮤니티와 검색엔진, 개인 블로그를 통해 원문이 그대로 복제되어 보존, 유포되고 있다.

내용인 즉슨 국내에 유명한 총판과 노트북 판매업체들이 AS나 반품, 매장 진열 등의 경로를 통해 들어온 제품들을 멀쩡한 제품인양 속여서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구체적인 업체명까지 거론하며 해당 판매업체에서 물건 구입시 주의하라는 내용이다.

▲ 최근 인터넷에 나돌기 시작한 블랙리스트


어디까지나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기 때문에 본 기사에서 이 문건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는데 적어도 글에 열거한 몇몇 업체들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꿰뚫고 있는 것을 봐서는 단순히 매장에서 일하는 수준의 판매사원들을 넘어서는 상당한 수준의 정보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

물론 대부분의 내용들이 구체적인 서술 없이 다소 감정적인 문구가 섞이기도 했고 정확한 근거 없이 뜬구름 잡는 식의 폭로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상가내 매장에서는 재포장(재포, 리빡, 재빡), 드라이 신공(봉인 스티커를 표시나지 않게 떼어내기 위해 헤어 드라이기로 스티커 부위를 따뜻하게 한 후 커터칼 등으로 떼어내는 것) 등의 은어들이 업계 종사자들에게는 이미 공공연히 알려져 있고 또 이러한 리스트에 구체적인 업체명들이 거론되며 인터넷 게시판에 게재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현재 국내 유수의 전자상가에서 암암리에 자행되는 재포장 제품의 양품위장 판매의 규모가 좌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까지 커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PC나 노트북 뿐 아니라 생활 가전기기 분야등에도 상당수 만연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경우 일반적으로 시내 매장보다는 서울 외곽에 분포되어 있는 물류창고 등에서 이러한 재포장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생활가전의 경우 PC와 달리 특별한 봉인장치가 없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쉽게 재포장이 가능하다는 점이 더 큰 문제이다.

▲ 생활가전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어쨌든 이 블랙리스트의 진위여부를 떠나 양심을 저버리고 소비자를 속이는 판매행위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발본색원 해서 더 이상 시장질서를 무너뜨리고 시장에 대한 불신이 커지지 않도록 강력하게 대처해야 하는 악행인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소위 '진상'이라고 표현되는 극히 일부의 소비자들이 노트북 등을 구매할때 LCD의 픽셀이나 조립상태, 흠집의 유무 등을 이 잡듯 살펴보고 원하는 제품이 나올때까지 새 제품을 몇개씩 뜯도록 하는 행위도 결코 옳은 구매행태가 아니다. 결국 이렇게 뜯겨진 제품들이 재포장이 되는 것이고 이러한 불량에 대해 무지한 소비자들만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물론 좋은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이지만 이러한 권리를 남용하게 되면 결국 자신이 아닌 다른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이고 제품을 판매하는 이들 역시 자의반 타의반에 의해 비양심적인 판매행위를 지속해야 하는 것이다.

▲ 까다롭고 복잡한 AS 절차도 쉽게 고쳐야 한다.


솔직히 이러한 행위를 부추기는데에는 제조사들의 취약한 사후서비스도 큰 몫을 한다. 우리나라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의 경우에는 사후서비스가 비교적 잘 되는 편이지만 외산 노트북의 경우에는 흔히 압박이라고 표현될만큼 사후서비스가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러다보니 소비자들은 귀찮고 어려운 사후서비스를 받느니 아예 구입할때 새 제품 몇개를 뜯더라도 미리미리 확인을 해보고 구입하자는 의식이 짙게 깔린 것도 사실이다.

몇몇 제조사들의 어렵고 까다로운 서비스절차, 대형 판매업자들의 팔면 그만이라는 비양심적인 상혼, 소수 소비자들의 그릇된 소비심리 이러한 것들이 결국 시장의 투명성을 저해하고 상질서를 어지럽히며 시장에 대한 신용도를 떨어뜨리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오죽하면 전자상가에 가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자기 자신이라는 말이 있을까?

어쨌든 소비자는 왕이다. 판매자나 제조사는 이러한 소비자들을 상대로 영리를 추구하는 만큼 소비자들이 믿고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불량률을 더욱 줄이고 서비스 절차를 간소화 해야하며 판매자는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어 소비자들을 속이고 기만하는 행위를 당장 그만두어야 할 것이며 제조사나 판매자 모두 국내시장에서 더이상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재포장 제품에 대한 정상적인 유통과 시장활성화에 대한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용팔이, 테팔이..

물론 이 표현 자체는 소비자들이 만들었지만 결국 이런 표현이 나오게 된 원인은 해당업체에 종사하고 있는 몇몇 비양심적인 판매자들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이러한 몇몇 판매자들의 이기적이고 그릇된 상혼에 의해 정말 정당한 방법으로 매장을 꾸려나가고 있는 수많은 양심적인 판매자들까지 용팔이, 테팔이로 매도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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