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그래픽카드 제조사마다 특색 있는 설계와 별도의 전용 드라이버를 쓰는 제품들이 나와 GPU의 종류뿐만 아니라 제조사에 따라 제품 성능에서 차이가 나기도 한다. 그래픽카드 제조사 역시 제품 선택에 있어 중요한 기준이었다.

　

하지만, 기술 개발이 빠른 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그래픽카드 제품군의 주기가 짧아지면서 그래픽카드 제조사들의 독자적인 설계는 보기 힘들고 GPU 제조사의 레퍼런스 PCB 디자인을 그대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에 쿨링팬이나 이용되는 부품의 품질 등을 제외한다면 제품간의 차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그래픽카드 제품군 중 최상위권 라인은 ATI와 NVIDIA 모두 그래픽카드 제조 업체에서 생산하는 대신 품질관리를 위해 직접 생산(또는 관리감독 하에 특정 제조업체에서 생산)해 이를 각 제조업체에서 판매하고 방식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여러 제조사에서 이를 판매하고 있지만, 사실상 같은 제품으로 제조사에 따른 외형이나 성능의 차이는 없는 셈이다.

이번 HD2900XT 역시 이와 동일한 방식으로 ATI에서 제조된 제품이기에 여타의 다른 제품들과 같은 기판, 같은 쿨링시스템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GeForce8800 제품군과 비슷한 외형을 가진 HD2900XT다.

HD2900XT에 쓰인 R600 GPU는 이전 세대 그래픽카드에 비해 발전된 80nm 공정을 이용해 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수준의 전력 소모량과 발열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서 고성능 쿨링 시스템으로 맞춰서 달았다.

HD2900XT의 쿨링 시스템은 언뜻 보아서 GeForce8800 제품군과 유사한 외형과 구조를 가지고 있다. 쿨링팬은 공기를 빨아들여 옆으로 배출하는 블로우 팬 형식을 썼으며, 쿨링 시스템의 외피를 구성하는 플라스틱 구조는 덕트 역할을 수행해 블로우 팬의 후류(後流)가 히트싱크를 통과하며 GPU의 열을 케이스 밖으로 배출하는 방식이다.

　

▲ 쿨링팬, 기판, 메모리 방열판의 세 부분으로 구성된 HD2900XT다.

　

▲ 쿨링팬은 외형, 팬 고정대, 베이스 플레이트로 구성되었다.

　

▲ 베이스 플레이트는 구리 재질로 만들어 졌다.

　

GPU와 맞닿는 히트싱크의 베이스 플레이트는 열전도율이 높은 구리재질로 제작되어 있다. 베이스 플레이트 뿐 아니라 냉각핀 역시 구리 소재를 쓰며, 히트파이프를 사용해 열 전달 능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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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카드에서 쿨링시스템을 분리해 낸 모습이다. PCB 중앙에는 HD2900XT의 핵심인 R600 GPU가 달린 것을 볼 수 있다. R600은 80nm 공정으로 약 7억2000만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된 고집적도의 GPU로 인텔의 Core 2 Duo CPU가 3억개 미만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하는 것을 감안하면 최근 GPU의 고집적화를 실감할 수 있다.

다만, 소비전력이 올라가 Full load시엔 200W 이상의 전력을 소모한다. 이런 전력 소모에 따라서 전력을 더욱 충족시키기 위해 종전 PCI-E 용 6핀 보조전원단자 대신 8핀 보조전원단자를 써서 6핀+8핀의 조합을 쓴 것으로 보인다.

　

새로 추가된 8핀 보조전원단자는 기존 PCI-E 1.1 버전에서 발전된 PCI-E 2.0에서 정의된 것으로 기존 6핀 보조전원단자가 최대 75W의 전력을 공급하는 것에 비해 150W로 2배의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 6핀과 8핀으로 구성된 보조전원단자를 갖췄다.

8핀 보조전원단자는 6핀 전원과 호환성을 지녀 일반 전원공급장치에서 6핀 파워단자 2개를 연결해 HD2900XT를 쓸 수 있지만, 자체 드라이버 내부에서 지원하는 오버 클러킹 기능인 'Overdrive' 탭이 활성화되지 않는다.(편법으로 이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이 알려져 있다)
　

▲ 6핀 보조전원 두 개를 연결해도 돌아가지만 Overdrive 탭이 비활성화된다.

　

▲ GDDR3 메모리가 GPU 주변을 둘러 쌌다. 16:1로 싸우는 GPU의 현 모습이다.^^

　

GPU 주변으로는 메모리 컴포넌트들이 위치하고 있다. HD2900XT는 전/후면 각각 8개씩 총 16개의 메모리 컴포넌트를 달았으며, 링버스(Ring-Bus) 아키텍처를 이용한 512Bit 의 메모리 대역폭을 가지고 있다.

　

▲ 하이닉스 512MB의 GDDR3 메모리를 달고 있다.

　

HD2900XT에서 쓰인 메모리는 하이닉스 1ns 1,000MHz의 GDDR3 SDRAM이다. HD2900XT에서는 825MHz 클럭으로 돌아간다.
　

▲ HD2900XT에 얹은 R600 GPU다.

고속으로 작동하는 CPU나 GPU 같은 반도체 부품들은 이처럼 신호전달거리를 최소화할 수 있는 플립 칩(Flip-Chip) 형식의 패키징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NVIDIA의 경우 G80코어에서는 다이를 보호하기 위해 히트 스프레더를 덮어씌운 반면 R600은 코어 가이드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다이가 그대로 노출된 것을 볼 수 있다. 손쉬운 열 발산이라는 측면에서는 이런 노출형 방식을 쓰면 좋겠지만 코어 보호란 목적이라면 히트 스프레더를 쓰는 것이 좋다.

　

▲ 전원부는 디지털 전원 방식을 썼다.

전원부는 이전 X1900시리즈에서도 일부 사용되었던 디지털 전원방식을 썼다. 이런 경우 종전에 비해 소형화된 캐패시터, 인덕터를 사용 가능해 보다 많은 페이즈 전원부를 한정된 크기의 기판 위에 구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ATI Theater 200 칩셋이 달려 있어 VIVO 기능을 지원한다.

HD2900XT의 경우 별도의 VIVO 버전 대신 자체에 ATI Theater 200 칩셋을 달아 VIVO 기능을 지원한다. Theater 200 칩셋의 경우 칩셋 내부의 비디오 디코더는 컴포넌트 입력까지 가능하지만, HD2900XT의 하드웨어적인 비디오 입력은 S-Video까지만 제한되는 것으로 보인다.
　

▲ DVI to HDMI 변환 컨버터로 HDMI 변환 재생이 가능하다.

HD2900XT가 경쟁상대인 8800시리즈에 대해 강점을 갖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멀티미디어 지원 부문이다. 여타의 그래픽카드들 역시 DVI to HDMI 변환 컨버터를 이용해 HDMI 입력을 지원하는 장비와의 연결을 지원하기는 하지만 HDMI라는 인터페이스가 나온 주목적중 하나인 ‘케이블의 통합’이라는 점에서는 미흡할 수밖에 없다. 이는 본래 HDMI 인터페이스 내에 통합되어야 할 사운드출력을 지원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HD2900XT의 경우 그래픽카드 내부에 DSP가 통합되어 있어 HDMI 인터페이스를 통한 사운드 전송이 가능하다는 것은 멀티미디어 환경에서 이점으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