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PSP의 배터리는 구형 제품에 비해 얇아지고 가벼워진 반면, 용량은 1,800mAh에서 1,200mAh로 1/3 가량 줄어들었다. 소니 측은 신형 PSP를 발표하며, 배터리의 용량은 줄었지만 본체 자체의 전력 효율이 높아져 사용시간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 발표가 과연 사실인지 확인해 보기 위해 테스트를 해 보았다.

테크노아에서는 완전 충전된 신형 PSP와 구형 PSP를 같이 준비, 전력소모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 LCD의 밝기와 스피커의 음량을 최대한 높인 뒤 지속적으로 UMD를 읽게 하기 위해 UMD 영화 타이틀인 '고질라'를 연속으로 플레이하게 방치한 후, 배터리가 완전히 소모되어 PSP의 전원이 꺼질 때까지의 시간을 측정했다.

테스트 결과, 구형 PSP는 4시간 36분, 신형 PSP는 4시간 32분 동안 구동이 가능했다. 만약 LCD의 밝기를 낮추거나, UMD 영화 구동 외에 게임이나 MP3 플레이 등으로 테스트를 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도 있지만, 일단 이 정도면 신형과 구형의 배터리 유지 시간은 거의 같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신형 PSP의 배터리의 용량이 상당히 줄어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과를 낸 것은 확실히 신형 PSP의 전력 효율이 구형에 비해 상당히 향상되었다고 결론 낼 만 하다.

단지 아쉬운 점 이라면, 이렇게 기기 자체의 전력 효율이 크게 향상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배터리의 용량이 줄어들어 결국 사용 가능 시간은 구형보다 향상이 없었다는 것이다. 과거, 소니 에서 표준 배터리보다 용량이 큰 구형 PSP용 추가 배터리를 내 놓은 전례가 있는 것을 생각해 보면, 차후 신형 PSP용으로도 고용량 배터리가 발매 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신형 PSP와 구형 PSP는 모두 11Mbps의 속도를 가지는 IEEE 801.11b 표준 무선랜을 장착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규격의 네트워크 장비일 지라도 그 성능은 다를 수 있다. 혹시 신형 PSP는 구형 PSP보다 무선랜의 성능이 개선되지는 않았을지 확인해 보기 위해 다운로드 속도를 측정해 보았다.

이번에도 역시 신형 PSP와 구형 PSP를 준비해 각각의 PSP에 소니의 공식 서버에서 제공되는 22.5MB 용량의 펌웨어 업데이트 파일을 다운로드 받게 하여 다운로드가 완료될 때 까지의 시간을 측정했다. 테스트는 하나의 무선 공유기를 사용하는 장소에서 완전히 같은 모델의 메모리스틱을 장착한 2대의 PSP를 같은 곳에 놓고 실시했으며, 동시에 다운로드를 개시하게 했다.

테스트 결과, 구형 PSP가 다운로드를 완료하는데 12분 31초가 걸린 반면, 신형 PSP는 8분 18초가 걸렸다. 같은 규격의 무선랜을 장착했지만 성능이 보다 향상된 것을 알 수 있다. 성능이 향상된 무선랜으로 인해 신형 쪽이 좀 더 안정적인 네트워크 플레이나 리모트 플레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소니가 신형 PSP를 내놓으면서 가장 강조한 차이점 중 하나는 메인 메모리가 32MB에서 64MB로 늘어나면서 구형 PSP보다 게임 중 UMD를 읽어 들이는 로딩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이다. 사실, PSP의 긴 로딩 시간은 디스크가 아닌 롬카트리지를 미디어로 사용하는 경쟁기인 닌텐도 DS에 비해 PSP의 큰 약점 중 하나였다. 메모리가 2배로 늘어난 신형 PSP가 과연 얼마나 로딩 속도가 빨라졌는지 테스트 해 보았다.

테스트에 사용한 UMD 게임 타이틀은 전투기 시뮬레이션 게임인 '에이스컴뱃X'와 로봇 액션 게임인 '기동전사 건담 시드 - 연합 vs 자프트 포터블'이다. 두 게임을 플레이 하며 첫 번째 스테이지를 시작하기 직전에 걸리는 로딩 시간을 체크해 보았다.

예상 외로 로딩 시간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에이스컴뱃'의 경우 신형 PSP가 약 2초 정도 더 빨랐을 정도였으며, '건담 시드'의 경우 오히려 신형 PSP가 1초 정도 느린 로딩 속도를 보였다. 메모리는 늘어났지만 UMD 드라이브의 디스크 읽기 성능 자체는 신형과 구형이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2배로 늘어난 메모리의 효용성이 의심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진행 중이던 게임을 중단하고 다시 게임을 시작해 로딩 시간을 체크해 보았다.

놀랍게도 2번째 플레이 부터의 로딩시간은 신형이 구형보다 거의 2배 이상의 빠른 로딩 속도를 냈다. 그리고, 신형 PSP는 이후 계속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며 중간에 로딩을 할 때마다 거의 항상 구형 PSP보다 빠른 결과를 보였다. 반면, 구형 PSP는 다시 플레이를 해도 로딩 시간에 변화가 없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정리해 보자면, 신형 PSP는 UMD 드라이브는 구형 PSP의 그것과 비교해 디스크 읽기 속도 자체는 큰 차이가 없지만, 2배로 늘어난 메모리 덕분에 자주 쓰이는 데이터를 여유분의 메모리에 캐시 형식으로 저장해 둘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문에, 다음 로딩 시에는 새로이 UMD에서 모든 데이터를 다 읽어 들일 필요 없이, 캐시 메모리에 이미 저장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으므로 구형 PSP에 비해 디스크를 읽는 빈도가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신형 PSP는 첫 번째 로딩에서는 구형 PSP와 로딩 시간이 큰 차이가 없지만, 누적 로딩 횟수가 늘어날 수록 신형 PSP가 짧은 로딩 시간을 가지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신형 PSP는 구형 PSP 보다 좀더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2004년에 처음 등장한 구형 PSP는 '과연 소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높은 성능과 풍부한 기능, 그리고 우수한 디자인을 갖춘 미래 지향적 기기였고, 그것은 지금도 변함 없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기능을 하나에 모두 갖추려고 하다 보니 휴대용 기기로서는 다소 무거운 무게와 두꺼운 크기, 그리고 조금 아쉬운 배터리 성능 등이 옥의 티였다.

하지만 3년여의 시간이 흐르고 제조사인 소니는 그 동안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 그리고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과 지적을 바탕으로, 드디어 '완성형'에 가까운 새로운 PSP를 우리들 앞에 선보이게 되었다. 특히, 가벼워진 무게와 빨라진 로딩 속도는 경쟁기인 닌텐도 DS의 장점을 어느 정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반가운 개선점이다.

또한 '21세기의 워크맨으로 만들겠다!'라는 소니의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종합 멀티미디어 기기를 지향했던 PSP에게 있어 이번 신형에 추가된 TV출력 기능은 멀티미디어기기로서의 가치를 한층 높여주고 있다. 제품의 가격 또한 구형에 비해 낮아져 이번 신형 PSP에 걸고 있는 소니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 잘 알만 하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형 PSP에는 아직 개선할 만한 여지가 남아있다. 전혀 늘어나지 않은 배터리 유지 시간과, 여러 가지 한계가 많은 게임 화면 TV 출력 기능, 그리고 여전히 해상도나 코덱 등의 제약이 많은 동영상 구동 기능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종합적으로 따져 봤을 때, 신형 PSP는 기기 자체의 완성도나 가격 경쟁력, 활용도 등의 면에서 매우 우수한 점수를 줄 수 있는 제품이며, 구매 가치 또한 상당히 높다. 최근과 같이 휴대용 기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 이렇게 우수한 제품들을 합리적인 값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은 소비자로서 매우 행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