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텍의 박상규 사장은 89년 즈음부터 지금까지 서울 청계천과 용산 등지를 오가며 18년 이상 PC 관련 사업을 해 온 경험 많은 경영자다. 당시 '리반'이라는 상호로 주로 유통을 하면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던 박 사장은 2002년, 렉스텍을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일반 소비자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 즈음에 실은 유통을 접고 용산을 떠날 생각도 해 보았지요. 그런데 그럴 생각으로 주변을 정리하다 보니 그 동안 쌓아온 경험이나 인간관계가 너무 아쉽더군요. 주변의 권유도 있었고요. 그래서 렉스텍을 시작하게 된 겁니다."

박 사장은 이야기 중에 '인간관계'를 유난히 강조했다. 물론, 인간관계의 중요성이라면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모를 리 없겠지만, 그의 인간관계에 대한 주목은 남달라 보였다. 그는 이야기 도중 시종일관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일례로 현재 렉스텍의 사명이 지어진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실은 '렉스테크놀러지'라는 이름도 제가 생각해 낸 것이 아닙니다. 지금 아처텍의 대표인 박재호 사장이 권유해 준 이름이지요. 'Rex'는 라틴어로 '제왕'이라는 뜻인데 느낌이 아주 좋았어요. 정말로 업계의 제왕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현재 렉스텍은 엔비디아 계열의 그래픽카드와 엔비디아 레퍼런스 메인보드를 주력 제품으로 하고 있다. 특히 그래픽 카드는 한때 시장 1위를 차지하기도 했고, 시장 경쟁이 심해진 현재도 정상을 다투고 있다. 언 듯 보기에는 순조로워 보이는 렉스텍이지만 박 사장은 나름의 고민이 많다고 솔직하게 이야기 했다.

"현재 저희가 정상을 다투고 있지만 실은 지금이야말로 정신을 똑바로 차릴 때라고 생각합니다. 예전 같은 폭발적인 매출 성장도 없고요. 이는 원래 이 업계는 2/3, 3/4 분기가 어려운 시기라 그런 것도 있고, 엔비디아의 공식 파트너가 되면서 AMD(ATI)계열의 신제품을 새로 내놓지 않게 된 점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하지만 박사장의 이런 고민에도 불구하고 렉스텍은 여전히 시장의 정상을 바라보고 있으며,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업체가 틀림 없다. 하지만 이런 위치에 있음에도 박사장은 스스로 현재의 불안 요인을 계속 진단하고 있었으며,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의욕적으로 강구하고 있었다.

"올해의 우선 목표는 다소 줄어든 시장 영향력을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복구시키는 것입니다. 오해를 하실지도 이건 단순히 돈 문제나 시장 점유율에 대한 집착도 아닙니다. 저와 렉스텍의 자존심 문제가 더 크지요. 실제로 저는 한 업체가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하고, 독점을 하는 것이 좋다고 보지 않습니다. 과거의 몇몇 업체가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한 적도 있었지만 폐해가 심각했죠."

박 사장은 불안 요소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 행하고 있는 여러 가지 시도 중 인력 관리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저희 렉스텍은 창업 초기부터 신입 사원 위주로 채용을 했습니다. 신입 사원 특유의 의욕을 높이 산 거죠. 덕분에 이런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지점에서는 경험이 많은 인력을 많이 찾고 있지요. 의욕과 열정에 관록을 더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에 더하여 박사장은 시장 점유율 개선을 위해 준비한 최근의 몇몇 신제품을 소개하고, 현재 비밀리에 추진중인 계획에 대한 운도 띄웠다.

"최근 선보인 '블랙라벨' 그래픽 카드 시리즈는 좋은 예입니다. 쿨러에 니켈도금을 해서 냉각성능을 높임과 동시에 고급스러움을 더하고자 한 독자 상품이지요. 저희는 이 외에도 이러한 차별화된 제품, 특히 매니아들의 눈에 맞출 수 있는 새로운 제품들을 적극 연구 중입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이번 연말 즈음을 많이 기대해 주십시오."

렉스텍의 제품들이라면 안정적인 성능과 합리적인 값, 그리고 충실한 A/S와 함께, '뚱보', '친구', '강추'와 같은 독특하고 인상적인 제품명도 PC 사용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박 사장에 이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그전까지의 제품들은 '수퍼', '스패셜', '디럭스'와 같은 천편일률적인 제품명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전 이게 좀 불만이었죠. 그래서 지포스 7000 시리즈의 신제품을 내놓을 즈음, 뭔가 새롭고 기억에 남는 제품명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엔비디아의 이미지 캐릭터의 모습이 딱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래서 그 순간 결정했습니다. 이번 신제품 이름은 '뚱보'라고 말입니다."

이러한 박사장의 판단으로 인해 렉스텍의 지포스 7000 시리즈 그래픽 카드의 상당수에는 '뚱보'라는 다소 엉뚱한 모델명이 붙게 되었다. 물론 그 엔비디아의 '뚱보' 캐릭터의 사진도 제품 패키지에 인쇄 되었다. 하지만 당시 직원들의 걱정도 많았다고 한다.

"실은 당시 직원들이 상당히 만류했습니다. 'PC 부품에 왜 하필이면 뚱보?' 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저는 밀어 붙였고 이것이 대히트를 했습니다. 이젠 그 엔비디아의 뚱보가 거의 렉스텍의 마스코트 처럼 느껴질 정도이니까요."

박사장의 과감한 시도의 결과, 렉스텍 특유의 독특한 제품명들은 확실히 소비자들의 뇌리에 확실하게 각인되었다. 그리고 PC 부품에 이런 독특한 애칭을 붙이는 현상은 이제는 업계에서 일반화 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다음부터 계속 '친구', '강추', '신화'와 같이 독특한 이름을 계속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다른 업체에서도 렉스텍을 따라 하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요즘은 또 다른 획기적인 마케팅 방법이 없을까 계속 구상하고 있습니다.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남보다 앞설 수 없으니까요. "

그는 자신의 경영 철학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렉스텍의 경영에서는 '인재', '원칙', '고객', '미래'를 최우선으로 합니다. 특히 원칙은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그래서 영업 사원들에게 저의 사전 허락 없이는 절대로 거래처나 언론사와의 술자리를 삼가 하도록 하지요. 이런 술자리에서 원칙에 어긋나는 이야기나 거래가 오고 갈 수 있으니까요."

그는 원리원칙을 강조함과 동시에 신용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크게 강조했다.

"거짓말을 하면 절대로 안됩니다. 용산에 대해서 안 좋은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지요. 하지만 그건 진짜 용산을 잘 모르고 하는 이야깁니다. 저는 감히 용산을 '황금의 땅'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용산은 신용에 따라 담보 없이 몇 십억 원 정도도 쉽게 조달할 수 있는 곳이지요. 이건 제가 보증할 수 있습니다. 불평을 하기 전에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노력을 해야 하지요.

박 사장은 이를 마지막으로, 앞으로도 렉스테크놀러지를 많이 사랑해 줄 것을 테크노아 독자들을 비롯한 소비자들에게 부탁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렉스텍은 박상규 사장에게는 시장의 정상을 다투고 있는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현재가 위기'라고 하며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신중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기업이 성장해 감에 따라, 점차 체질을 바꾸어가며 좀 더 미래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자세도 갖추고 있었다.

본사의 회의실에 붙어 있는 사훈, '남과 같이 해서는 남보다 앞설 수 없다!'에서 보듯, 렉스텍이 앞으로도 끊임 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며, 남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수 많은 기회를 한 발 먼저 쟁취할 수 있다면 렉스텍과 박상규 사장, 그리고 렉스텍의 제품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앞으로 한층 수준 높고 즐거운 디지털 라이프를 누릴 수 있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