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이용인구가 늘어나면서 이제는 어지간해서는 PC가 없는 가정을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PC 판매 사업을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것이 썩 좋은 일만은 아니다. 이미 많은 PC가 보급되어 있기에 이젠 더 이상의 폭발적인 PC 수요는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또한, 워낙 PC의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어 구입한지 2~3년 정도 지난 구형 펜티엄4급 PC로도 웹 서핑, 문서작성, 멀티미디어 감상 등의 일반적인 작업에는 성능상 문제가 없으므로, 업그레이드 수요도 그다지 폭발적이지 않다.

현재 집에 이미 주로 사용하는 메인 PC가 있고 그 메인 PC의 성능에 그다지 불만이 없는 소비자들이 대다수인 현실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조금 시야를 바꾸어서, 이미 있는 PC의 위치를 보완하는 세컨드 PC나, 성능적인면 보다는 디자인이나 공간활용도를 중시하는 슬림 PC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특히 세컨드 PC나 슬림 PC는 기존의 PC 사용자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성인 남성 층 보다는 새로운 소비자들인 여성이나 중 장년층, 그리고 어린이들이 주로 사용하게 되며, 성능이나 확장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디자인이나 공간 활용성이 우수하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많은 업체들이 이러한 흐름을 간파했는지, 최근 PC 케이스 시장에서도 세컨드 PC로 쓰기에 적합한 슬림 케이스나 HTPC 케이스의 신제품들이 자주 선보이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에이원의 'T-1 정(情)' 케이스 또한 이러한 흐름을 타고 난 LP(Low-Prifile)형 슬림 케이스로서, 깔끔한 디자인과 높은 공간 활용성이 눈에 띄는 제품이다.

T-1은 LP타입 케이스답게 VTR이나 DVD플레이어를 연상시키는 깔끔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점차 가전기기화 되어가고 있는 PC의 추세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블랙과 화이트의 2가지 모델이 준비되어 있어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다.

전면에는 전원 버튼과 ODD(광드라이브) 오픈 버튼을 제외하면 조작부나 표시부, 단자 등이 전혀 없다. 전원버튼 자체가 전원 / 하드 LED 기능을 겸하고 있으며, 2개의 커버로 3.5인치 외부 베이, 리셋 버튼, USB, 오디오 입출력 단자를 감추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기능을 다양하게 쓰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지만 심플한 디자인이 생명인 LP 케이스 제품군에서 이러한 처리는 오히려 칭찬할 만하다.

원활하지 못한 통풍으로 인한 발열문제는 내부가 비좁은 슬림 케이스에서 가장 큰 골치거리다. T-1은 상단에 2개의 80mm 쿨러를 달고 우측 패널에 2개의 에어 홀을 마련함과 함께, 후면과 하단 등 곳곳에 통기 처리를 하여 발열을 덜고자 했다. LP 케이스 중에서도 이 정도면 발열 처리가 양호한 편이긴 하지만 조금 더 욕심을 부려 추가로 쿨러를 달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두었으면 더 좋았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