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 1.0의 내부공간의 너비를 가늠하기 위해 내부에 기가바이트 P35T-DQ6 메인보드를 설치했다. 기가바이트 P35T-DQ6는 풀사이즈의 메인보드로서, 일반 ATX 메인보드보다 크기가 다소 큰 편이다. 엔터 1.0에 P35T-DQ6의 설치 하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없지만 앞 뒤 길이가 다소 짧은 엔터 1.0의 특성 때문에 메인보드 설치 후, 케이스 전면의 쿨러와 메인보드와의 거리가 너무 가깝게 위치하게 된다. 이 경우, 케이블과 쿨러가 서로 간섭을 일으킬 우려가 있으니 내부 선 정리에 신경을 써야 할 듯 하다.  

▲ 풀 사이즈의 ATX 보드과 전면 팬을 장착하면 케이블 정리에 신경을 써 줘야 한다.

전원공급장치는 케이스의 하단에 위치하게 되며 별도로 판매되는 가이드를 장착할 경우 마이크로 ATX 전원공급장치도 달 수 있다. 엔터 1.0은 케이스 내부가 외부 공기와 직접 접촉하게 되는 특성 덕분에 전원공급장치의 열 문제를 거의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 장점이 있다. 

▲ PSU는 케이스 하단에 장착되며, 개방된 공간이 많아 열 배출에 유리하다.

라데온 X1950 PRO나 지포스 8800GT와 같이 기판이 긴 그래픽 카드를 크로스파이어, 혹은 SLI로 복수 장착하는 데 문제가 없다. 엔터 1.0은 그래픽 카드 등의 각종 확장카드를 끼울 때 일반 케이스들과 같이 각각 나사를 조여 고정시켜줄 필요가 없다. 엔터 1.0은 카드를 모두 메인보드에 꽂은 후, 확장 카드 고정부 위에 있는 긴 PCI 가이드를 내려 모든 카드를 한꺼번에 잡아 준 후에 이 가이드를 케이스 후면의 나사로 고정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아무래도 나사를 많이 끼우면 균열의 우려가 있는 아크릴 소재 특유의 특성을 고려한 듯 하다.

▲ 2개의 X1950 PRO를 장착한 후, PCI 가이드를 내리고 2개의 나사를 조여 마무리했다.

엔터 1.0은 좌우의 폭이 슬림해 공간활용도가 높은 장점이 있는 반면, 그만큼 메인보드 위에 키가 큰 부품을 달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특히, 쓰리알시스템의 '아이스에이지(높이 150mm)'와 같이 높이가 125mm를 넘는 CPU 쿨러는 달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굳이 키가 큰 쿨러를 달 필요가 없을 정도로 통기성 면에서는 우수한 케이스이므로 이를 큰 단점이라고 할 순 없을 듯 하다.

▲ '아이스에이지'등과 같이 높이가 125mm를 넘는 CPU 쿨러는 달 수 없다.

케이스 정면에서 보았을 때 왼쪽 패널, 즉, 메인보드 표면 위쪽의 패널 안쪽에 하드 디스크를 장착한다. 내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설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대로 달 수 있는 하드 디스크는 2개까지 이며, 키가 큰 CPU 쿨러를 달 경우에는 1개의 하드 디스크만을 장착할 수 있는 점이 다소 아쉽다.   

▲ 2개의 HDD를 달 수 있으며, 메인보드와 나란히 마주 보듯 장착된다.

엔터 1.0은 상단에 1개, 하단에 2개로 총 3개의 5.25인치 외부 베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광 드라이브는 상단에 1개만 달 수 있다. 하단에 있는 2개의 5.25인치 보조 베이는 전원공급장치 바로 앞쪽에 위치하고 있기에 광 드라이브를 달기 위한 충분한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곳에는 팬 컨트롤러나 확장포트 등을 다는데 사용하는 것이 적당하다.

▲ 상단의 5.25인치 베이에 1대의 ODD를 달 수 있다.

▲ 하단에 있는 2개의 5.25인치 보조 베이에는 ODD 대신 팬 컨트롤러 등을 달 수 있다.

전면에는 80mm 쿨러를 달 수 있는 전면 가이드에 전원과 하드 디스크의 동작 상태를 나타내는 LED와 전원, 리셋 버튼이 위치한다. 전면에 외부 3.5 베이나 USB, 그리고 오디오 입출력 단자 등도 마련해 주었으면 좀 더 활용도를 높일 수 있었을 듯 하다.

▲ 80mm 쿨러가 위치한 전면 가이드에 LED와 전원 / 리셋 버튼이 위치한다.

조립이 끝난 엔터 1.0은 투명한 아크릴 재질부터 시작해, 내부를 반 즈음 노출시킨 파격적인 디자인 덕분에 다른 그 어떤 PC 케이스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개성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내부의 부품들을 훤히 볼 수 있기 때문에 한눈에 시스템의 구조와 성능을 짐작할 수 있어 부품 업그레이드의 즐거움도 크다.

▲ PC의 내부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개성이 넘친다.

케이스의 앞뒤 길이가 짧은 편이라 내부 공간은 의외로 여유가 적은 편이다. 이러한 경우, 일반적인 PC 케이스라면 내부의 열 배출 문제를 걱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엔터 1.0은 내부 발열을 거의 걱정할 필요가 없으므로 단지 약간의 케이블 정리만으로 큰 걱정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 양측면을 제외한 거의 모든 면이 외부로 노출되어 있어 열 배출면에서 우수하다.

또한, 좌측 면의 나사만 풀면 쉽게 패널을 분리할 수 있으며, 이 패널만 분리하면 또 다른 복잡한 내부의 모든 부품들을 쉽게 교체할 수 있으므로 작업 없이 시스템의 정비가 수월하다. 과연 매니아들을 위한 케이스라는 것이 실감이 나는 순간이다.

▲ 한쪽 패널만 들어내면 PC의 내부 정비를 쉽게 할 수 있다.

투렉스 엔터 1.0은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기존의 PC 케이스와 전혀 다른 개념을 가진 제품이다. 재질, 구조, 외견, 설치 방법 등 그 어느 곳을 봐도 다른 그 어떤 PC케이스와는 다르다. 이러한 파격적인 디자인에 대해서는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엇갈리겠지만 적어도 다른 이들과 다른 특별한 개성을 뽐낼 수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케이스의 키는 크지만, 좌우 폭이 슬림하고 앞 뒤의 길이가 짧은 탓에 보기와는 다르게 의외로 내부 공간이 비좁고, 확장성도 그다지 높다고는 할 수는 없다. 특히, 하드 디스크를 최대 2개까지만 달 수 있으며, 높이가 기준치 이상으로 높은 CPU 쿨러를 달 수 없다는 점은 정말로 아쉬운 점이다. 또한, 전면 USB나 오디오 입출력 포트, 외부 3.5인치 베이 등과 같은 편의 장비들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 일반적인 PC 사용자들이라면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 투렉스 엔터 1.0은 톡톡 튀는 튜닝 스포츠카와 같은 PC 케이스다.

이에 반해, 부품 교체나 수리 등과 같은 내부 정비가 쉽고, 전면 쿨러의 위치를 자유롭게 변경 가능하다. 그리고 제조사인 투렉스에서 각종 전용 액세서리를 판매하고 있기에, 이를 이용하면 상당수준의 커스터마이즈가 가능하다.

또한, 내부 공간이 비좁다고는 하지만 케이스 자체가 더할 나위 없이 뛰어난 열 배출 구조를 가지고 있기에, 전면의 쿨러 패널을 아예 분리하여 사용하면 상당한 공간을 추가 확보할 수 있고, 사용상 문제도 없다. 이 제품이 가진 단점 중 상당수는 사용자의 재량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극복이 가능한 것이다.

투렉스 엔터 1.0을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운전하기 불편하고, 편의장비는 부족하지만 차량 자체의 운동 성능 자체는 매우 높고, 여러 가지 튜닝이 가능하여 개성적인 디자인을 연출할 수 있는 튜닝 스포츠카 같은 존재다. 다수의 운전자들은 운전이 편하고 편의 장비가 많은 일반 세단을 선호하지만, 운전 자체를 즐기는 소수의 레이서들은 절대적으로 튜닝 스포츠카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평범한 세단을 몰 것인가, 아니면 튜닝 스포츠카를 몰 것인가? 그 선택은 각자의 취향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