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이번 크리에이티브의 신제품들이 얼마나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지 가늠해 보기 위해 간단한 음질 테스트를 해 보았다. 본 제품들은 PC 외에도 MP3 플레이어와 같은 소형 멀티미디어 기기에 주로 사용할 것을 상정해 제조된 제품이다. 따라서 테스트에는 소형 멀티미디어 기기 중에서도 상위급의 절제된 음색을 가진 것으로 평가 받고 있는 소니 PSP를 소스기기로 사용했다. 특히 PSP는 음악 외에도 게임 플레이, 영화 재생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가지고 있어 여러 테스트를 할 수 있다.

첫 번째 테스트는 스피커로서의 기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음악 청취 테스트이다. 테스트에는 피아노의 거장 중 한 명인 루돌프 제르킨(Rudolf Selkin)이 연주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월광' 1악장을 CD에서 직접 추출해 192 Kbps, 48KHz 샘플링의 MP3로 만들어 PSP에 담은 후, 두 스피커로 반복 청취 하면서 그 느낌을 비교했다.
　

▲ 루돌프 제르킨의 베토벤 소나타 모음집 CD에서 음원을 추출해 테스트를 했다.

청취 결과, 두 스피커 모두 일반 보급형 스피커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깔끔한 소리를 들려주었다. 화이트 노이즈도 최대한 억제되어 있으며, 볼륨을 높여도 소리가 찢어지지 않았다.
　

▲ HD50의 뛰어난 해상력은 이미 고인이 된 거장의 연주를 바로 앞에서 듣는 듯 하다.

하지만 고급제품인 기가웍스 HD50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인스파이어 T10보다 한 단계 높은 해상력을 보여주었는데, 인스파이어 T10에서는 잘 들리지 않던 연주자의 심호흡 소리와 심지어 피아노의 페달을 밟는 소리마저 똑똑히 들려주어 마치 바로 앞에서 연주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물론, 3배에 가까운 가격 차이를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Test2

영화 감상 테스트

두 번째 테스트는 영화 감상시의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PSP 전용 UMD 영화인 '쿵푸허슬'을 재생해 보았다. 주성치 주연의 '쿵푸허슬'은 등장인물들의 흥겨운 댄스와 함께, 시원한 액션이 조화된 작품이라 스피커의 성능을 시험해 보는데 알맞다.
　

▲ 주성치 주연의 '쿵푸허슬'은 흥겨운 댄스와 화려한 액션이 조화된 오락 영화다.

영화 청취 시에도 두 스피커는 훌륭한 소리를 들여주었다. 하지만 그 느낌은 약간의 차이가 있었는데, 기가웍스 HD50은 등장인물들의 대사나 효과음이 매우 생생하게 들려 높은 해상력을 가지고 있음을 재차 증명했다.
　

▲ 소리의 정교함은 기가웍스 HD50이, 중저음의 박력은 T10이 좀 더 우수했다.

하지만, 인스파이어 T10은 소리 자체의 해상력은 비교적 떨어지는 반면, 액션 장면에서의 타격음이나 무거운 분위기의 배경음악을 청취할 때는 좀 더 묵직한 중저음을 들려주었다.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질 수도 있는 문제지만, 전반적으로는 기가웍스 HD50의 높은 해상력이 좀 더 돋보이는 느낌이다.
　

Test3

게임 플레이 테스트

마지막으로, 게임 테스트를 해 보았다. 테스트에 사용된 게임은 레이싱 게임인 '릿지레이서2'로서, 휴대용 기기로서는 매우 화려한 3D 그래픽을 자랑하는 작품이다.
　

▲ '릿지레이서2는' 빠른 속도감과 화려한 그래픽이 돋보이는 레이싱 게임이다.

청취 경과, 여전히 기가웍스 HD50는 선명하고 깔끔한 소리를 들려 주었는데, 스피커의 해상력이 너무 높아, 믹서로 합성한 효과음이나 신디사이저 배경음악이 주로 쓰이는 게임 사운드가 지나치게 날카롭게 부각되었다. 청취자에 따라서는 소리가 다소 부담스럽게 들릴 수도 있을 정도다.
　

▲ 합성음이 많은 게임 사운드를 듣기에는 오히려 해상력이 낮은 T10이 무난하다.

반면, 인스파이어 T10은 적당한 해상력에 좀더 굵직한 중저음을 내주어 게임 플레이 시에 귀의 부담이 비교적 없고 무난한 청취가 가능했다. 사운드 소스의 질과 종류에 따라 지나치게 높은 해상력이 오히려 단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무리	크리에이티브, 이제는 이 정도의 경지에 올랐다.

결론적으로 크리에이티브 기가웍스 HD50과 인스파이어 T10은 모두 충분한 구매가치를 가진 제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포지션은 사뭇 다르다. 인스파이어 T10은 매우 낮은 노이즈 수준에 충분한 출력, 그리고 우수한 중저음 능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헤드폰 출력, 그리고 AUX 입력 기능 등을 가지고 있어 게임이냐 영화 감상이 주 용도인 PC용 스피커로서는 나무랄 데가 없는 제품이다.

하지만 인스파이어 T10이 'PC스피커로서 우수한 제품'에 그친 데 반해, 기가웍스 HD50은 이를 넘어, PC용 스피커로서만 쓰이기엔 아까울 정도로 뛰어난 해상력을 실현했다. 특히 음악 감상 시, 평범한 스피커로서는 들을 수 없었던 정교한 음향을 확실히 전해주어 '적당히 소리만 들려주면 만족'이라고 생각하는 이른바 '막귀' 사용자일지라도 단번에 사로잡을 수 있는 비범한 능력을 지녔다.
　

▲ 특히 기가웍스 HD50의 경우, PC스피커로만 쓰기에는 아쉬울 정도의 품질을 지녔다.

물론, 소리의 질이라는 것은 듣는 사람의 청력이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 있어 객관적 평가가 힘들다. 또한, 기가웍스 HD50은 크기는 작지만 값은 15만원 이상의 고가 제품이므로 누구에게나 쉽게 구입을 추천하기는 힘들다. 더욱이, 사운드 재생에 사용되는 소스기기의 음질이 좋지 못할 경우, 이러한 단점도 여과 없이 들려주므로 스피커 값에 못지 않은 고가의 소스기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생각을 바꿔, 본격적인 오디오 생활을 하기 위한 전문 오디오 기기들을 갖추기 위해서는 최소 수 십 만원, 보통 수 백 만원의 비용이 든다는 것을 생각하면, 전문 오디오 기기 못지 않은 품질을 가진 기가웍스 HD50이 그다지 비싸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용자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또한, 기가웍스 HD50의 값이 부담스럽고, 음악감상 보다는 영화나 게임을 주로 즐기는 사용자라면 인스파이어 T10을 구입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진정 좋은 AV 기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지 제원 수치가 높은 부품을 사용하거나 무작정 출력을 높이는 등의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바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돈으로도 사기 힘든 제작자의 노하우와 장인정신이 뒷받침 되어야 비로소 고품질의 AV기기가 탄생할 수 있다.

이번에 선보인 크리에이티브의 2ch 스피커 2종, 특히 기가웍스 HD50에는 이젠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오른 크리에이티브의 실력이 느껴진다. 성능(Performance)이 아닌 품질(Quality)을 중요시하는 사용자에게, 이번 크리에이티브의 야심작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필수 '지름' 품목의 하나로 올려놓기에 부족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