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CPU 성능의 절대적 척도로서 동작 클럭이 강조되던 때가 있었다. 특히, AMD의 초대 애슬론이 1GHz의 벽을 처음으로 넘었을 때 큰 화제가 되었고, 인텔에서는 이론적으로는 거의 무한대로 클럭을 올릴 수 있을 듯 보였던 넷버스트 아키텍처의 펜티엄4로서 소비자들을 유혹하였다.

하지만 클럭이 올라감에 따라 전력소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고, 이에 따른 발열과 소음 또한 사용자들을 괴롭히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최근의 CPU제품들은 무분별한 클럭 경쟁을 지양하는 대신, 코어 수를 증가시켜 연산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는 추세다.

이미 듀얼 코어 프로세서는 대중화되었으며, 그 윗급으로서 4개의 코어를 가진 쿼드 코어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또한 인텔에서는 이를 능가하는 8개의 코어를 가진 '옥타 코어'프로세서도 준비 중에 있는 상태다.

그 중에서도 AMD는 자사의 쿼드 코어 프로세서인 '페넘'이 듀얼 코어 2개를 조합하여 구성된 인텔의 쿼드 코어 프로세서들과 달리, 완전히 독립된 4개의 코어와 L2캐시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의 '네이티브 쿼드코어'라는 것을 강조하며 등장시켰다.

하지만 처음 등장한 쿼드 코어 페넘 9500 / 9600은 같은 등급의 인텔 쿼드 코어 프로세서인 코어 2 쿼드 켄츠필드에 비해 한 수 아래의 성능을 보여주어 네이티브 쿼드 코어라는 장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더욱이, 가상화 환경에서 성능에 지장을 줄 수 있는 TLB(Translation lookaside buffer)오류까지 가지고 있어, 쿼드 코어 시장에서 AMD의 입지를 크게 축소시키기에 이르렀다.

물론 얼마 전, AMD에서는 인텔 켄츠필드에 뒤지지 않는 성능과 동시에, TLB 오류도 해결한 새로운 페넘 X4 9850 제품을 내놓아 선전하고 있지만, 아직도 AMD의 갈 길은 멀다. 무엇보다도 소비자들 사이에 'AMD의 제품은 같은 수의 코어를 가진 인텔 제품에 비해 성능이 뒤떨어진다.'는 인식이 박혀버린 것은 뼈아픈 일이다.              

이러한 AMD의 열세는 비단 쿼드 코어 시장 뿐만 아니라, 듀얼 코어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때 고성능 듀얼 코어 프로세서의 대명사였던 AMD 애슬론64 X2 시리즈는 현재, 인텔의 코어 2 듀오에 맞서기엔 여러모로 벅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최근 일부 애슬론64 X2 제품군의 가격대가 코어 2 듀오가 아닌 그 아랫급인 펜티엄 콘로 제품과 비슷한 정도까지 내려간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비교적 소수의 고급 사용자들을 주된 타겟으로 하는 쿼드 코어 시장과 달리, 주요 일반 소비자들을 타겟으로 하는 듀얼 코어 시장에서 이렇게 까지 밀리고 있는 것은 AMD측으로서는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와중, AMD측에서는 듀얼 코어와 쿼드 코어 사이를 가로지르는 '트리플 코어' 페넘 X3 시리즈를 선보이게 되었다. 단순히 보아서는 단지 코어 2개와 4개의 제품이 있으니, 그 가운데 코어 3개의 제품을 내놓아 틈새 시장을 노리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페넘 X3는 AMD에게 있어서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 제품이다.

트리플 코어 페넘 X3는 생산 공정이 쿼드 코어 페넘 X4와 유사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페넘 X3는 페넘 X4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일부러 코어 1개를 죽이거나 수율 문제상 3개의 코어만 정상 작동하게 된 제품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도 쿼드 코어 제품으로 생산된 제품을 트리플 코어로 판매하는 것은 이득 측면에서 그다지 효과적이라고 하기 힘든데, 어째서 이러한 제품을 내놓게 된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현재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페넘 X3의 가격대를 살펴보면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페넘 X3는 10만원 중반 대에서 형성이 되어있다. 이는 경쟁사인 인텔의 코어 2 듀오 7000/8000 시리즈와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가격으로서, 페넘 X3의 경쟁상대가 이들인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 단순히 생각한다면, 가격이 부담스러운 쿼드 코어 CPU 대신 비교적 저렴한 듀얼 코어 제품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있는 트리플 코어 제품이 듀얼 코어 제품 보다 비슷하거나 약간 저렴하다면 이 제품에 상당한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AMD의 노림수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또한 다시 주목해 볼 것이 있는데, 페넘 X4는 듀얼 코어 2개를 조합한 코어 2 쿼드와 달리 4개의 코어가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네이티브 쿼드 코어 제품인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반드시 2의 배수에 해당하는 코어를 가져야 하는 인텔 멀티 코어 프로세서와 달리, AMD에서는 3개의 코어를 가진 프로세서도 얼마든지 생산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도 있다. 네이티브 쿼드 코어는 성능적인 이점 외에 이렇게 생산 라인업의 융통성이 크다는 이점도 있는 셈이다.

이제는 퇴역을 앞두고 있는 애슬론64 X2의 바톤을 이어받아 새로이 코어 2 듀오의 맞상대를 함과 동시에, '형님'인 쿼드 코어 페넘 X4의 보조를 맞추게 될 업계 최초의 트리플 코어 프로세서, AMD 페넘 X3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