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세서 시장에서 인텔과 AMD의 관계는 좋은 라이벌 처럼 보일 때도 있고, 협력업체처럼 보일 때도 있으며, 때로는 철천지 원수처럼 보일 때도 있다. 이 두 회사의 경쟁은 IBM-PC 호환 컴퓨터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선두 업체라고 할 수 있는 인텔은 AMD보다 한 발 앞서 있었지만, 경쟁업체인 AMD는 그에 뒤질새라 인텔 뒤를 바짝 따라붙어가고 있다. 인텔이 새로운 기술을 선보여 사람들의 눈을 끌면, AMD가 그것을 앞지르는 새로운 기술을 선보였고, 인텔이 새로운 프로세서를 만들면 AMD가 그 뒤를 쫓아 새 프로세서를 만들어 내놓았다.
AMD는 그렇게 인텔의 펜티엄 시리즈에 대항하여 애슬론 시리즈를 선보이고, 인텔 센트리노에 대항하여 튜리온을 선보였으며, 인텔 제온에 대항하여 옵테론을 선보였다.

인텔에 비하면 작은 규모의 AMD는 꾸준하게 애슬론 시리즈를 개선해 인텔을 쫓아왔다. 하지만, 인텔의 코어 2 제품군의 공세에 크게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었다. AMD는 상황 타파를 위해 자체 메인보드 칩셋과 그래픽칩 일체형 시장 공략을 위해 ATi를 흡수하여 자체 칩셋 개발에 나서고, 동시에 네이티브 쿼드코어 제품군의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2007년 말 처음으로 선보인 '페넘(Phenom)' 프로세서와 통합보드로 현재 큰 인기를 끌고 있는 AMD 780G 칩셋 등은 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페넘프로세서는 인텔이 펜티엄의 이름을 버리고 절치부심했듯 정든 AMD도 애슬론의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는 증표와 같은 것이다. 인텔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펜티엄D와 비슷한 방식으로 듀얼코어 프로세서 두개를 연결한 코어2쿼드 제품군을 선보인다.

그러나 쿼드코어 제품은 하이엔드를 노리는 제품이기 때문에 일반 유저에게는 꽤 거리가 먼 제품으로서, 높은 성능 만큼이나 가격대 또한 상당한 수준을 자랑하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쉽게 넘보지 못하는 위치를 지키고 있었다. AMD는 쿼드코어 제품군의 높은 가격으로 인한 접근성 저하를 막기 위해서 듀얼코어와 쿼드코어의 중간격인 트리플코어(Triple-Core) 제품군을 선보이게 된다. 이 제품이 현재 AMD의 주력 제품군인 페넘 X3 제품군이다.

애슬론64로 인텔을 압도하던 AMD는 코어 제품군의 등장과 함께 인텔의 기세에 눌리기 시작했다. 코어2 제품군이 연이어 선보이면서 AMD는 영광을 버리고 과거와 같은 저가 정책을 펼쳐 시장에서 근근히 버텨나가는 위치로 내려가게 된다. 한 동안 승승장구하던 AMD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보내게 된 것이다. 이에 AMD는 상당히 공을 들여서 페넘 프로세서를 선보이게 되는데, 페넘 X4 9500과 8500 제품은 동시기에 선보인 인텔의 코어2쿼드 Q시리즈인 켄츠필드에 비해서 낮은 성능을 보여 많은 유저들에게 많은 실망을 샀다. 설상 가상으로 TLB(Translation lookaside buffer)오류를 안에 품은 페넘 초기 모델은 AMD의 회심의 일격을 거의 무위로 돌려놓을 위기에 처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AMD는 재빨리 TLB오류를 수정한 X4 9850 제품을 선보이고, 동시에 코어2듀오 제품군에 맞설 메인 스트림 제품으로 세 개의 코어를 장착한 트리플 코어 제품군, 페넘 X3 시리즈를 코어2듀오의 신 공정인 울프데일의 가격대에 맞춰 선보이게 된다. 인텔은 아직 트리플 코어에 대한 계획이 연말까지 미뤄져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한동안의 메인스트림 제품 대결은 인텔의 코어2듀오 제품 대 AMD의 페넘 X3 제품의 구도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은 최근 사용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가격대 성능비가 우수한 메인스트림급의 제품을 통해서 각 업체의 제품의 성능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인텔 코어 2 듀오 E7200은 인텔이 의욕적으로 내놓은 45nm 신공정의 코드명 '울프데일' 프로세서의 보급형 제품군이다. 노트북 시장의 펜린과 함께 등장하여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세서이다. 특히 저전력을 내세우며 새로워진 전력 관리 시스템으로 더 낮은 전력소모와 낮아진 발열을 자랑하고 있다.

울프데일의 보급형 제품인 E7200은 다른 울프데일 코어 제품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프로세서이다. 상위 제품인 E8200 부터는 가격대가 페넘 X3가 아닌 X4 급과 비교해야 할 정도로 올라가기 때문에 인텔 보급형 제품군으로서 현재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프로세서이다.

페넘 프로세서는 앞서 설명했듯 X4 라벨의 9000번대 쿼드코어 제품군과 X3 라벨의 8000번대 트리플코어 제품으로 나뉘게 되는데, 트리플 코어 제품군은 저렴한 가격과 우수한 성능으로 많은 사용자들을 확보하고 있으며, 쿼드코어 제품군의 경우 인텔 제품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또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오늘 비교에 참가한 제품은 AMD가 선보인 페넘 프로세서의 선봉장 격인 페넘 X3 8650 이다. 더 저렴한 X3 8450의 인기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인텔의 비교 프로세서인 코어2듀오 E7200과의 형평성을 위해 가장 비슷한 가격 및 클럭을 고려하여 테스트 장비로 선정하였다.

메인보드는 AMD의 최신 칩셋인 780G 칩셋을 장착한 기가바이트 GA-MA78G-DS3H 를 사용했으며, 인텔은 P35 칩을 채용한 폭스콘 P35A02를 사용했다. 그 외의 사양은 양 측 장비 모두 최대한 같은 것을 사용하였다. 같은 스펙의 SATA 하드디스크와 DDR2 1066MHz 메모리를 사용했으며, 동일한 ATi 라데온 HD 3850 레퍼런스 제품을 장착해 테스트를 실시하였다.

테스트 OS는 윈도우 비스타 울티메이트 64비트 버전을 사용했으며 각 장비의 드라이버와 바이오스는 모두 최신버전으로 업데이트하여 테스트를 실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