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는 컴퓨터와 사람이 통신을 나누는 가장 기본적인 입력도구로서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되어왔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주창한 UMPC가 키보드의 부재로 인해 사용자들에게 일방적 외면을 단하는 것도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키보드는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근원적인 입력도구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잊고 지내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다. 그래서 요즘 키보드 시장에는 만원 미만의 저가형 제품들이 범람하고 있으며, 사용자들도 그러한 저가형 제품과 고급형 제품의 차이에 무관심해져버린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키보드를 장시간 이용해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 프로그래머나 사무를 보는 직장인 등 많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 좀 더 편하고 자신에게 알맞는 키보드를 원하는 사람은 분명히 존재하며, 그런 사람들을 위한 수 십만원에서 수 백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키보드도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비싼 키보드가 좋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곤란하다. 비싼 제품을 사용해도 그 특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사용해서는 별다른 차이를 느낄 수도 없는 것이다. 요는 자신에게 잘 맞는 키보드를 사용하면 타이핑이 즐거워지고 작업이 즐거워지고 생활이 즐거워질 수 있다는 말이다.
　
오늘 살펴볼 제품은 파워 서플라이로 유명한 에너맥스에서 오랜만에 복각시킨 중-고급형 펜타그래프 키보드 '오로라'이다.　

오랜만에 돌아온 오로라는 전체적으로 크게 변한 부분은 없다. 과거에 유명했던 알루미늄 몸체나 다이아몬드 컷팅 등 기본적인 요소들을 그대로 갖추고 있기 때문에 복각판이라고 불러도 크게 틀리진 않을 것이다. 원래 변화가 적은 키보드 시장에 있어서 혁신을 일으킬 여지가 매우 적기 때문에 개선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오로라는 몸체의 프레임이 전부 알루미늄으로 이뤄져 있으며, 키와 몸체 전체가 검은 색으로 코딩되어 있어 통일된 느낌을 전해주고 있다. 몸체의 알루미늄 재질은 브러쉬로 살짝 훑어준듯한 부드러운 무늬가 들어가 있어서 금속 특유의 차가운 느낌을 최소화 시켜주고 있다. 키 아래쪽에는 손바닥이 닿을 정도의 팜레스트 공간이 제공되고 있다.

오로라는 기본적으로 일반 키보드와 거의 동일한 사이즈를 보여주는 키보드이며, 얼마 전 선보인 동사의 카이사르와 달리 특별한 기능키들을 갖추지는 않고 있다. 카이사르가 특별한 느낌을 주는 확장형 키보드였다면 오로라는 기본에 충실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몸체의 알루미늄 절단에는 다이아몬드 컷팅 방식을 사용하여 깔끔하고 정교한 금속 특유의 색상을 자랑하고 있다. 드러나는 부분은 키캡이 드러나는 부분과 로고가 새겨진 상판과의 접점 부분 정도이지만 상당히 인상적인 부분이다.

키 타입은 펜타그래프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펜타그래프 방식은 키캡을 지지대로 붙잡아 힘을 한곳으로 모으고, 러버돔이라는 돔형태의 고무 안쪽에 접점을 두어 키캡에 눌린 힘으로 이 러버돔이 눌려 안쪽의 접점이 회로에 접촉해서 타이핑이 이뤄진다.

그리고 러버돔의 고무 탄력으로 키캡을 제자리로 돌려주는 반동을 얻는 방식이다. 기계식이나 멤브레인 방식에 비해 훨씬 낮은 키캡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노트북 등에서 특히 자주 사용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타이핑 시 키를 누르는데 필요한 힘이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장시간 작업 시 피로를 줄이는데도 도움이 된다.

오로라는 펜타그래프 특유의 부드러운 타이핑 감각에 정확하게 눌리는 느낌을 전해주기 때문에 장시간의 키보드 사용자라면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오로라에 채용된 키는 에너맥스가 특허를 가진 가위(SCISSORS) 지지대를 채택해 타이핑에 들어가는 힘을 최소화 하면서 키를 정확하게 눌리도록 방향을 지지해준다. 또한 사용된 러버 돔은 상당히 우수한 탄력을 가지고 있으며, 접점에 닿는 순간의 꺾임도 확실해서 타이핑 시 정확하게 키가 눌렀는지에 대한 느낌 전달(소위 말하는 쫀득한 느낌)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또 하나의 특징이라면 러버돔이 모두 기판에 접착되어있어서 혹시라도 실수로 러버돔을 분실하는 사태를 막기위한 배려를 해둔 것을 볼 수 있다.

펜타그래프타입의 키보드 답게 키보드 자체 높이는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지만 일부러 약간 경사각을 주어 설계가 되어있으며, 높이 조절 기능으로 2단계의 높이를 추가 해 자신에게 맞는 타이핑 각도를 연출할 수 있다. 또한 높이조절 굽 바닥에 고무패킹을 씌워 키보드를 세워서 사용하는 경우에도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한 대비를 한 것을 알 수 있다.

오로라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C-Media의 칩을 내장해 키보드를 USB로 연결하면 USB 오디오 장치로 인식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따로 본체의 헤드폰 잭을 이용할 필요 없이 키보드의 헤드폰 잭과 마이크 잭을 이용해서 음악을 듣거나 음성 녹음 등을 실시할 수 있게 된다. USB 사운드카드를 설치한다고 본체의 사운드카드를 쓸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니므로 필요할 때문 사용하면 된다.

오로라는 USB 2.0 입력 단자를 두 개 갖추고 있다. 키보드를 USB 2.0 단자에 연결했다면 키보드 뒷면의 USB 단자를 통해 USB 2.0 허브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많은 수의 키보드에 장착된 USB 허브가 USB 1.1만 지원하며, USB 2.0 허브를 따로 구입해서 장치하는 것보다 훨씬 활용도 높은 유용한 기능이라고 생각된다.

별 것 아닐 수 있는 키보드의 기능 상태를 표시하는 인디케이터 부분도 로고가 부착된 상판끝자락에 새겨넣고 하판에 구분을 인쇄하는 등 신경을 많이 쓴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파랑색 고휘도 LED를 장착하여 고급스런 느낌을 잘 살려내고 있다.

오랜만에 복귀한 에너맥스 오로라 키보드는 과거에 비해서도 특별히 변한 요소가 없는 무난한 느낌의 제품이다. 하지만 펜타그래프 특유의 장점을 살려 얇고 날렵한 느낌을 잘 살린 디자인과, 장시간 타이핑 중 생기는 피로를 최소화하기 위한 디자인을 적용한 제품이기에 디자인을 중시하는 사용자나 오랜시간 키보드를 사용하는 사용자라면 한번 쯤 시선을 돌려볼만한 가치는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 뿐만 아니라 사운드 코덱 내장과 USB 허브 내장 등 부가적인 기능 또한 꽤 강력한 수준이기 때문에 일반 사용자에게도 충분히 어필할만한 요소를 갖추고 있는 제품임에는 틀림없다.

한 번 구입하면 오랫동안 사용하게 되는 키보드. 컴퓨터에서 한 번 투자해서 가장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제품 중 하나인 키보드에 약간 투자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