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지 시장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용량을 늘려온 매체는 단연 자기디스크 계열의 하드디스크이다. 최근 플래쉬 메모리를 전면에 내세운 SSD(Solid State Drive)나 하이브리드 디스크가 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디스크의 대명사는 하드디스크이다. 특히 가정에서 사용하는 대다수의 PC에서는 가격대 용량비를 생각하면 힘겹게 계산해 보지 않아도 실질적으로 개인사용자의 선택지에 하드디스크 이외의 것을 얹는 것이 참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하드디스크는 긴 시간동안 스토리지 시장의 주역이었으며, 아마 앞으로도 한동안 그 자리를 내놓을 계획은 가지고 있지 않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숙성된 시장이라고는 하지만 하드디스크는 변화를 보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일반 사용자가 용량을 제외한 부분에서 큰 변화를 느낄만한 부분이 별로 없어보이는 것이다.
물 론 사실은 그렇지 않다. 기나긴 시간동안 사용되어온 IDE 인터페이스에서 SATA 인터페이스로의 이전이라는 큰 이슈가 지금도 이뤄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시장이 혼재하면서 천천히 대체되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느껴지지 않을 뿐인 것이다.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변화를 느끼게 되는 부분은 가정용 보다는 단연 기업용 시장이다. SCSI로 대표되는 기업용 하드 디스크 제품군은 높은 가격과 제한되는 연결 인터페이스 등으로 불편함이 있었음에도 기나긴 시간동안 기업에서 인정하는 안정성과 높은 성능으로 시장을 지배해왔다. 최근 SCSI 인터페이스는 시리얼 단자를 채용한 SAS 인터페이스로 대체되어가고 있으며, 시장의 다양화로 인해 중고가의 서버 시장에서는 SCSI 대신 SATA 계열의 하드디스크를 채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미 중저가 기업용 스토리지 제품군인 NAS나 iSCSI 제품군에는 SATA 인터페이스의 하드디스크 채용률이 매우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용의 중저가 스토리지 및 개인용 고급 스토리지 시장을 타겟으로 한 제품으로 크게 성공한 케이스가 바로 웨스턴디지털(이하 WD로 표기)의 '랩터' 시리즈이다. SATA 인터페이스와 10,000 RPM의 고회전 및 높은 데이터 전송량으로 초기 고급 SATA 하드디스크로 많은 개인사용자들에게 사랑을 받은 제품이다. 필자도 랩터를 2개 레이드0 설정으로 묶어 사용하며 높은 성능에 감탄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하드디스크의 회전 속도가 10,000 RPM 을 돌파한지는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대부분의 데스크탑 시장의 하드디스크는 7,200 rpm 의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회전 속도 향상으로 인한 노이즈 및 발열 증가, 제작단가 및 불량률 증가 등의 리스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발생하는 단점을 커버할 비용을 제품에 부과할 경우 일반 사용자가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SCSI 및 SAS 제품군은 15,000 RPM 제품까지 선보이고 있음에도 대부분의 일반 사용자를 위한 메이저 제품군은 여전히7,200 RPM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용 제품이나 성능을 중시하는 매니아 지향의 제품이라면 이야기가 틀려진다. 앞서 이야기했듯 현재 SATA 인터페이스의 스토리지 수요는 증가하는 중이다. 그 이야기는 고성능의 제품의 수요가 늘어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한 것이다. 웨스턴디지털은 이 틈새 시장을 노리고 고성능 제품군인 랩터의 후속작 벨로시랩터 시리즈를 선보여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오늘 살펴볼 제품은 바로 그 벨로시랩터의 최신 제품군, '벨로시랩터 WD3000HLFS'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