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젯 프린터의 발달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제조사 중 하나가 바로 엡손이다.

 현재 개발되었거나 출시되는 거의 모든 잉크젯 프린터의 경우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노즐에서 잉크를 분출하기 위해 고열로 기포를 발생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엡손의 경우 유일하게 압전소자를 사용해 잉크를 밀어내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마이크로 피에조라 불리는 엡손의 잉크 분사 방식은 본래 필립스가 개발했던 방식이지만 엡손이 이를 채용해 개량함으로서 현재는 타 제조사들과 구분되는 엡손만의 고유한 특징이다.

 이 마이크로 피에조 방식의 경우 압전 소자를 사용하는 특성상 잉크의 분사량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 하나의 노즐에서 한 가지 크기의 잉크 방울만을 분사할 수 있는 열전사 방식과 달리 하나의 노즐에서 다양한 크기의 잉크 방울을 분사할 수 있어 인쇄 품질, 특히 사진과 같은 고해상도, 컬러의 이미지 인쇄시 유리해 호평을 받았었지만 가격이 높고 노즐이 막히는 현상이 잦은 것이 단점으로 작용했다.

 또 헤드 막힘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주기적인 노즐 청소로 소모하는 잉크량이 많고, 열전사 방식의 경우 헤드를 잉크 카트리지와 일체화 해 쉽게 교체가 가능하도록 한 것과 달리 고장시 수리가 어렵다는 점이 단점으로 작용해 보급형 프린터/복합기 기기 시장에선 경쟁사 제품들에 비해 큰 인기를 못해왔었다.

 게다가 엡손의 중고급형 모델들의 경우 헤드/잉크 카트리지가 분리된 구조적인 특징상 이른바 '무한잉크' 라 불리는 서드파티 잉크 업체의 개조킷을 장착하기 위한 베이스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제조사 입장에선 이래저래 달갑지 않은 상황이 계속되어왔다.

 하지만 올해 신제품 발표에서 엡손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초강수를 두었는데, 과거 엡손의 잉크젯 제품들은 잉크 카트리지 자체의 가격은 저렴한 편이었지만 카트리지당 잉크량이 적어 많은 원성을 사곤 했지만, 이번 신제품들의 경우 대용량 잉크 카트리지를 기본으로 채택하는 한편, 종래는 제품자체의 워런티를 파기하고 사용하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했던 무한잉크킷을 제조사 자체적으로 탑재해 판매하는 파격적인 구성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번 기사에서 다룰 제품은 엡손의 신제품 중 흑백 잉크젯 복합기인 K200 으로 잉크젯 제품으로는 다소 특이한 흑백 인쇄 전용 복합기로 네트워크 인쇄 기능 및 최대 37ppm 에 달하는 빠른 인쇄 성능을 자랑하는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