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 Graphics (2) 고순도의 신호를 출력한다

매트록스 제품군을 추종하는 매니아들이 주장하는 매트록스만의 장점은 바로 '칼같은 선명함'이다. 다른 어느 회사의 제품군도 따라올 수 없다는 선명함의 이유와, 매트록스만이 다른 회사들에 비해서 월등히 높은 400MHz의 램댁을 가질 수 있었던 점에 대해서 알아보자.

UltraSharp Display Output Technology

매트록스에서는 자사의 화질향상 기술에 Ultra Shart Display Output Technology(초선명 화상출력기술)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고 있다. 이 기술의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로우패스 필터-

우선,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VGA에서 데이터가 어떻게 출력되는가를 이해해야 한다. VGA에서 만들어지는 신호는 기본적으로 디지털 신호이고, 이것이 램댁을 통해서 아나로그로 변환된다. VGA에서의 아나로그 출력은 0mV~700mV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서, 완전한 검은색이라면 0mV가, 그리고 해당 채널의 값이 최대일 때는 700mV가 된다는 것이다.

즉, 이상적인 출력 신호라면 다음과 같은 형태를 가진다.

그러나 세상일은 모두 이상적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램댁에서 디지털 신호를 아나로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신호값이 변경되는 순간 오버슛(overshoot) 및 언더슛(undershoot)이 일어나서, 신호는 다음과 같이 왜곡된다.

만약 이것이 디지털 신호라면 웬만한 오버슛/언더슛은 무시되고 1/0이라는 신호가 만들어질 것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이것은 아나로그 신호다. 아나로그 신호는 최대값과 최소값 사이의 모든 값이 인정되며, 또한 중간값이라는 것도 존재한다. 디지털 신호에서는 0과 1만 존재했지만, 아나로그 신호는 0, 0.1, 0.2........0.9, 1이 모두 존재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사이사이의 값들도 당연히 존재한다. 즉, 위와 같은 오버슛/언더슛이 만들어지면 신호를 받는 측에서는 이것이 원래 그런 값인지, 아니면 왜곡으로 인해서 그러한 값이 만들어내는지를 분간할 수 없어서 받는 그대로 출력한다. 즉, 왜곡된 값 자체가 출력되는 것이다. 또한 VGA 출력은 대단히 높은 주파수로 동작하는데다가 수백단계의 중간값을 가지기에 오버슛/언더슛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왜곡에 매우 민감하다.

이것을 제거하기 위해서 VGA 카드에는 로우패스 필터라는 것이 사용된다. 로우패스(low pass) 필터라는 것의 원리는 간단하다. 낮은 주파수 대역은 통과시키고 높은 주파수 대역은 통과시키지 않는 것이다. 가장 간단한 형태의 로우패스 필터는 다음과 같은 형태를 가진다.

(복잡한 것은 생략하고) 이러한 회로에서, L(인덕터)의 인덕턴스와 C(캐패시터)의 캐패시턴스에 의해서 공진주파수 f₀이 정해진다. 그리고 그 주파수가 넘어가는 신호는 이 회로를 통과하지 못한다. 이상적인 경우 로우패스 필터를 통과하는 신호의 주파수에 따른 출력전압은 다음과 같이 변한다.

문제는 이것도 '이상적'일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는 이렇게 극단적인 필터링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f₀을 넘어서면서 전압이 서서히 줄어드는 형태를 갖는다.

뿐만이 아니다. 인덕터와 캐패시터는 '기생 성분'을 갖는다. 인덕터, 특히 코일 형태의 인덕터는 약간의 캐패시턴스를 가지며, 캐패시터 역시 약간의 인덕턴스를 갖는다. 대개의 경우 이들 '기생 성분'은 매우 작기 때문에 거의 무시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래픽카드에 사용되는 인덕터와 캐패시터는 대단히 작은 크기를 갖는다. 인덕터는 대개 코일의 형태로 되어있는데, 그래픽카드 등에 사용하는 소형의 칩형 인덕터는 권선을 감는 형태가 아닌, 필름을 적층해서 솔레노이드를 구성하는, 적층형 세라믹 칩 인덕터이다. 캐패시터 역시 매우 작은 크기의 캐패시터가 사용된다. 이 때, 특정 주파수 이상으로 넘어가면 인덕터 및 캐패시턴스의 기생성분은 상당히 커져서 그 역할이 뒤바뀌게 된다. 그러면 그 때부터는 로우패스 필터가 마치 하이패스 필터인것처럼 동작하게 되어서 역효과가 일어난다.

그래서, 그래픽카드에서는 인덕터와 캐패시터를 다수 사용하여 대단히 복잡한 형태의 로우패스 필터를 만들어서 사용한다. 저가형의 그래픽카드에서는 인덕터 1개와 캐패시터 2개를 사용하여 3차 필터를 구성하는 경우가 많으며, 고급형으로 갈수록 필터는 복잡해진다. 파헬리아의 경우는 3개의 캐패시터와 2개의 인덕터를 사용해서 5차 필터를 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로우패스 필터의 f₀값은 대개 해당 그래픽카드의 램댁 주파수에 맞추어져 있다. 오버슛/언더슛으로 생기는 왜곡신호는 대개 그 이상의 고주파 영역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들 로우패스 필터를 사용하면 이러한 왜곡신호를 제거할 수 있다.

-파헬리아의 로우패스 필터는 완벽하게 동작한다-

로우패스 필터를 사용하면 정해진 주파수 이상의 신호는 제거된다. 그러나, 위에서 본 그래프와 같이 특정 주파수가 넘어가면 순식간에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없어진다. 그래서 많은 그래픽카드는 다수의 필터를 결합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러한 필터가 완벽하지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다수의 필터를 결합한 이들 회로에는 여러개의 공진주파수가 존재한다. 그래서 그래프가 꺾이는 점도 여러군데여서 복잡한 형태를 갖는다. 다음의 그래프는 Radeon 8500 및 GeForce4 Ti4600 및 파헬리아 512에서의 출력 주파수에 따른 출력전압의 그래프이다.

여기서 파헬리아가 가지는 장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Radeon 8500 및 GeForce4는 250MHz 부분에서 700mV보다 상당히 높은 값을 보이며, 그보다 높은 주파수로 갈수록(즉, 고해상도로 갈수록) 점점 낮은 전압을 가진다. 250MHz 정도의 출력값에 해당하는 해상도는 1,600 × 1,200 × 85Hz 정도이다.(음.. 화면을 밝게 사용하고 싶으신 사용자는 이 해상도에서 사용하면 가장 밝은 화면이 된다는 말씀. -_-)

그러나 파헬리아는 전체체적으로 일정하게 700mV를 유지하고 있다. 어느 해상도에서나 동일한 밝기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하면 된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두번째 램댁에서의 결과이다.

이것은 현재 이야기와는 약간 논외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Radeon은 채 300MHz도 못미치는 곳에서 그래프가 끝나있다. 또한 GeForce4 역시 300MHz 근방에서 그래프가 끝난다. 이것은 Radeon이나 GeForce4 모두 두번째 램댁은 첫번째의 램댁에 비해서 월등히 떨어지는 성능을 갖는다는, 즉 두번째의 램댁에서는 첫번째 램댁에서 기대할 수 있는 해상도와 리프레시율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Radeon 및 GeForce4 모두 고해상도로 갈수록 출력전압이 상당히 낮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파헬리아의 경우는 두번째 램댁에서도 첫번째 램댁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두번째 램댁에서 첫번째 램댁과 똑같은 고해상도 고 리프레시 율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며, 듀얼 모니터 구성시 파헬리아가 다른 그래픽카드들에 비해서 월등히 유리한 점을 가진다는 것을 말해준다.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서, 파헬리아는 고해상도에서도 700mV의 전압을 꾸준히 유지해주기 때문에 어떠한 해상도에서도 동일한 밝기를 유지한다. 이는 매트록스가 설계한 로우패스 필터의 특성이 타사의 필터들에 비해서 월등히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헬리아에 탑재된 로우패스 필터의 우수성은 다음의 테스트에서도 나타난다.

이 테스트는 신호의 모습을 오실로스코프로 측정한 것으로써, 오버슛/언더슛이 어느정도인가를 보여준다.

그래프는 양쪽 모두 맨 위가 파헬리아, 그리고 GeForce4, Radeon 8500의 순이다. 파헬리아의 경우는 오버슛/언더슛이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그래프가 안정되어 있다. 그러나 Radeon  및 GeForce4의 경우는 오버슛/언더슛이 상당히 크게 드러나며, 이 신호가 안정되기까지 약간의 시간을 소요한다.

신호가 안정되기까지 시간을 소모한다는 것은 높은 대역폭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정기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다음 신호를 보내게 되면, 일정한 신호값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위에서 본 출력신호의 그래프와 함께 위의 언더슛/오버슛에 관련한 그래프는 왜 다른 그래픽카드들이 360MHz까지밖에 램댁 주파수를 높이지 못했는가에 대한 이유를 제시해준다. 파헬리아의 경우 높은 주파수에서도 출력전압이 떨어지지 않으며, 대단히 낮은 수준의 오버슛/언더슛으로 인해 높은 대역폭을 구현하는데에도 무리가 없다. 그래서 400MHz의 램댁을 구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Radeon이나 GeForce4의 경우는 350MHz 선에서도 600mV 이하의 출력전압을 보이는데 400MHz까지 가면 이러한 출력전압은 더 떨어진다. 그래서 매우 낮은 밝기만을 가질수밖에 없다. 만약 400MHz 선에서의 출력전압을 높인다면 전체적인 출력전압이 높아져서 다른 해상도에서는 지나치게 밝아져버린다. 언더슛/오버슛으로 인해서 높은 주파수의 구현에 제약을 받는 것까지 고려한다면, 현재와 같은 설계에서 GeForce 및 Radeon이 400MHz의 램댁의 탑재를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러한 우수한 필터링은 매트록스만의 고유한 5차 필터에 의해서 가능해진다. 매트록스는 자사의 그래픽카드에 5차 필터가 탑재되어 있다고 하였다. 물론, 다른 그래픽카드에도 5차 필터를 사용한 곳은 많다. GeForce4 Ti4600이 대표적인 경우이며, ATI Radeon 시리즈의 경우는 더 많은 필터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매트록스는 5차 필터 내에서 회로 및 각 컴포넌트들의 최적화를 통해서 위와 같은 안정적인 로우패스 필터를 구현했다.(회로의 최적화 등은 2부에서 설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