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피커의 위상

세상의 모든 소리에는 정위상과 역위상이 있다. 인간의 귀로 판별이 분가능한 이 소리는 사실상 180° 반전되어 있어 정위상과 정위상이 만나면 소리가 증폭되고, 정위상과 역위상이 만나면 소멸되는 특성이 있다.

스피커 역시, 진동판을 통해 소리를 낼 때 전면부로는 정위상, 후면부로는 역위상을 방사해내는데, 이 둘을 가로막지 않으면 서로 간섭을 하여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지만 상당한 음압이 소멸된다. 특히 앞으로 직진하는 성질을 가진 고음과는 달리 저음은 방사중에 코너를 만나면, 코너를 따라 돌아 나가는 성질(회절)을 갖고 있어서 스피커 전면부에서 후면부로, 또 후면부에서 전면부로 회절하는 저음은 서로 간섭되어 소멸하는데 이것을 차단하기 위해서 인클로저가 필요하게 된다.

인클로저는 스피커를 감싸는 수납상자를 지칭하는 말로, 밀폐형, 베이스 리플렉스형 등을 비롯한 일말의 박스형 스피커들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스피커의 후면부를 완전히 밀폐하는 밀폐형에서 좀 더 발전한 것이 베이스 리플렉스 형인데, 밀폐형의 인클로저에 구멍을 내고 여기에 인클로저의 용적에 맞는 적당한 길이의 포트(덕트)를 설치한 것이다. 스피커의 후면부에서 발생한 역위상의 음파는 포트를 지나면서 공명현상을 일으키고, 이때 극단적인 위상 반전이 이루어져 전면부로 방사되므로 위상 반전된 음파와 전면부의 음파가 서로 간섭하면서 일종의 증폭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식이다. 간혹 정확하고 치밀한 설계를 거치지 않은 베이스 리플렉스 방식은 오히려 밀폐형보다 음질이 떨어지는 수가 있다.

또 수납되는 스피커의 크기에 따라 인클로우저의 용적도 달라지는데 적은 수납공간의 경우 콘지의 댐핑을 방해하여 전후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거나 타이트한 자연스럽지 않은 저음이 재생된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이른바 '무한 배플'로서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배플(판자)에 스피커를 장착하는 길이다.

그러나 무한 배플이란 현실에선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현실에 부합되고 실용성과 취급이 용이한 인클로우저 방식이 실용화된 셈이다. 인클로우저의 용적은 음역별로 그 최소 필요 용적도 달라지는데 고음 유니트라면 다르지만 저음 유니트라면 사이즈에 비례해 넓은 용량이 필요해진다.

따라서 4인치 가량의 중역대 스피커라면 도어 내부의 빈 공간으로도 충분하지만 8인치 이상의 우퍼라면 100미터 이상의 넓은 공간이 필요해진다. 용적의 한계를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포트를 설치하는 것 뿐인데, 이 역시 어설픈 위치에 설정한다면 저음의 음질을 크게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 출처 : 한국 자동차 튠업 연구회(오디오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