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질

오디오 기기에 있어 설치할 곳의 인테리어와 잘 매칭되는 외관도 중요하고, 제품에 사용된 부품들도 살펴보아야하겠지만, 사실 음질만 좋다면야 다른 것은 그다지 아쉬울 게 없는 특별히 없는 분야이다. 앞장에서 Z-640의 구성과 내부 모습등을 살펴보았다면 이번 장에는 제품의 음질에 관하여 알아보도록 하자.

일단, 본격적인 청음에 들어가기 전에 스피커 자체의 화이트 노이즈를 들어 보았다. HTPC등의 열풍과 더불어 무소음 시스템 구축에 많은 사용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때에, 정작 HTPC의 주된 아이템이라 할 수 있는 스피커에서 윙~하는 노이즈가 거슬리게 나타난다면, 무소음 시스템이고 뭐고 그날로 꽝이 되는 수가 있다. Z-640의 화이트 노이즈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서 우선 사운드 카드의 연결 케이블을 모두 제거한 상태에서 볼륨 노브를 조절하여 보았다. 5.1 채널 스피커를 모두 기자의 1m 이내에 설치한 상태에서 대략 노브의 3시 방향 이후로 미세한 화이트 노이즈를 감지할 수 있었지만, 그 정도는 쉽게 무시할 만한 정도의 것이었다. 화이트 노이즈 테스트에서는 일단 합격!

▲ 테스트에 사용된 오디지2 사운드 카드

본격적인 음질 테스트를 위하여 얼마전 국내 발표된 Creative의 6.1채널 사운드카드 오디지2를 사용하였다. 하위 채널이라 할 수 있는 5.1채널과의 호환이 물론 가능하며, DVD 오디오 지원과 고급의 아날로그 설계를 통하여 좋은 음질 재생은 물론, EAX Advanced 기능을 지원하여, 최신 게임등의 보다 다양한 테스트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필자의 편집용 PC에 설치된 이 제품을 굳이 다른 제품으로 갈 만한 이유가 없었기도 하다.

기본 음질 테스트 - 체스키 레코드 外

이전 기자의 스피커 리뷰를 본 독자들중 많은 수가, 체스키 레코드를 들어보지 않았으니 무효!란 리플이 일일이 쎼워주는 수고를 하였다. 사실, 작년에 구비한 체스키 레코드와 테스트용 DVD 타이틀을 몇 달전 랩의 이사중 분실한 사고가 있었는데, 이번을 기회로 테스트 타이틀을 재구비하게 되었다. 에로 랩타임이 그랬지롱 ~(-_-)~

사운드 레코딩 엔지니어인 David와 Norman Chesky 형제에 의해 설립된  미국 체스키社(www.chesky.com)는 세계 최고의 레코딩 스튜디오와 장비를 갖추고, 다양한 장르의 디스크를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DVD 오디오와 SACD 규격의 타이틀을 발매하고 있기도 하다(조만간, 체스키의 라우드 스피커가 발매될 계획이다). 체스키 디스크의 음질이 워낙 뛰어나 이 회사의 타이틀은 무엇이라도 스피커 혹은 다른 오디오 기기의 음질 테스트에 활용할 수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The Ultimate Demonstration Disc'는 애당초 고급 오디오 기기의 음질 테스트를 위해 제작된 타이틀로서, 14개 테스트 항목과 그에 따른 해설을 담고 있다. 국내 유통 제품에는 해설부분에 황인용씨의 더빙이 포함되었다.

체스키를 통해 들어본 Z-640의 느낌은 대학 시절 중창 연습을 위해 찾았던 음악관의 조율 잘된 피아노 연주를 듣는 것과 같았다. 전체 항목에서 특별히 못나거나 한 대역쪽에 치우치지 않은 소리를 들려주는데, 무엇보다 해상력(High Resolution) 테스트를 위한 Rebecca Pidgeon의 'Spanish Harlem'에서 단단한 베이스음과 함께 레코딩 스튜디오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는 가수의 목소리는 PC 스피커로서 가격대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었다. 또, 심도(Depth) 테스트에 사용된 Sara K의 'If I Could Sing Your Blues'라는 재즈곡에서는, 보컬과 트럼펫의 분리가 확실히 느껴지며, 중역 순도 테스트를 위한 LIvingstom Taylor의 아카펠라에서는 노래 전역에 펼쳐져 있는 손가락 튕김소리는 음악 청취 내내 손가락이 아프도록 따라한 필자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실감 있는 소리를 들려주었다. 아울러, 자연스러움(Naturalness) 항목 테스트를 위해, 교외의 교회에서 레코딩되었다고 하는 Ana Caram의 잔잔한 'Correrteza'란 곡에서는 초반부의 물방울 소리가 마치 영롱한 새벽의 아침을 여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어쿠스틱과 세미 클래식 정도로 선곡이 한정된 체스키 디스크만으로 제품의 음질을 속단하기는 이르다할 수 있겠지만, 에이징조차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청음해본 Z-640은 음악 감상용으로도 손색없는 품질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다만, 작은 출력의 유닛을 사용한 위성과 센터 스피커는 음압이 높은 타이틀을 재생할 때 볼륨 노브를 3시 방향 이후로 조정하게되면, 중, 저역대 음이 퍼지는 경우가 발생하였는데 이것은 앰프와 스피커의 출력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체스키 디스크에 이어, 기자가 스피커 혹사용으로 종종 사용하는 DG 레이블의 '1812년 서곡'을 플레이해 보았다. 이곡은 차이코프스키 작곡의 대규모 편성 오케스트라곡으로, 왠만한 PC 스피커에서는 제대로된 플레이가 불가능할 정도의 저음 편성을 갖춘곡이다. 무엇보다 이곡을 듣는 묘미는 후반부의 대포 소리를 꼽을 수 있는데, 듀얼 챔버로 디자인된 Z-640의 서브우퍼는 대포의 포화를 그대로 놓지지 않고 전달하는 듯 했다. 여타의 스피커에서 찾기힘든 35Hz의 저주파 응답 특성을 갖춘 서브 우퍼의 성능을 제대로 시험해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타이틀을 통하여, 기사 작성과 업무 후의 시간들을 함께 해 보았지만, 체스키를 통해 경험해본 이 제품의 음질을 벗어나는 곡은 나타나지 않았기에 다음의 DVD 타이틀 테스트로 넘어가도록 하겠다.

입체감 테스트 - DVD, 게임...

5.1 채널 스피커의 본 목적인 영화 사운드를 테스트하기 위하여, 다음의 타이틀을 준비해 보았다.

사진의 Dolby Digital EX 지원 'Blade II'는, 이후의 6.1채널 스피커 테스트에 대비하여 새로이 구입한 것이다. 이 타이틀은 전편 이상의 화려한 액션씬과 감각적인 스크린 편집,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현란한 사운드 등으로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는 또다른 느낌의 레퍼런스 타이틀로 각광받고 있다. 열대 가량의 PC가 옷을 벗은채 동작하고 있는 사무실에서도 약간 크다 싶은 12레벨(시계 방향)로 볼륨을 맞추었고, PowerDVD XP Delux에서 5.1채널로 셋팅하여 감상하였다. 블레이드 II는 영화 내내 총격과 액션씬이 계속되는데, 그중에서도 화려한 무장의 블러드팩과 블레이드의 첫 번째 조우 장면은 매트릭스에 버금가는 입체적인 영상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적을 향해 순식간에 내리 꽂히는 블레이드의 은장검은 4개의 위성 스피커를 오가며 날카로운 바람소리를 대동하고, 그 순간순간에도 센터 스피커는 배우들의 음성을 놓지지 않고 들려준다. 또, 영화 중간중간 나오는 리퍼들의 흡혈 부분에서의 표효는 청취자를 오싹하게 할 만큼의 공포를 전하는데에도 문제가 없어 보인다. 테스트에 사용된 타이틀이 스타워즈나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같은 음장감을 전하기에는 다소 역부족인 듯도 하지만, 스피커 자체의 채널별 출력이나 PC를 이용한 룸씨어터로서의 음장감, 전대역에 걸친 출력 음압이 상당히 고르다 평가할 수 있었다.

DVD 타이틀 재생에 이어, EAX Advanced HD를 지원하는 게임, 'Soldier of Fortune II'를 실행해 보았다. 오디지2 발표회때 빵빵한 사운드와 무차별로 총을 난사하는 단순한 게임 스토리에 반해, 그 후로 기자가 종종 즐기는 게임인데, Z-640은 오디지2의 이러한 이펙터 효과를 통한 적들의 방향 제시가 명료하여 게임의 플레이하는 맛을 더해준다.

전체적으로 Z-640은 PC 스피커로서 상당히 만족스러운 제품이었다. 음악과 게임, DVD등의 영화 감상등에 이렇다할 문제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다만, 테스트 도중 몇몇 곡에서 나타난 하이 볼륨 셋팅시의 스피커 퍼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인데, 제품의 가격대에 기초한 제품의 룸 씨어터용이라는 목적을 생각해본다면, 그 정도의 볼륨 셋팅은 사용할 일이 없을 듯도 하다.

룸씨어터 구성, 이 정도면 충분하다.

이렇게 5.1채널 지원의 아날로그 스피커, '로지텍 Z-640'을 살펴보았다. 사실 전문 오디오 테스트용으로 제작된 체스키 타이틀로 이 제품에 어쩌면 수준 이상의 찬사를 음질 테스트 부분에서도 보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제품은 분명 룸씨어터 혹은 크지 않은 거실에서의 사용에도 문제가 없을 정도의 출력을 갖추고, 일정 한계 내에서 충분히 만족스러운 소리를 들려주었다. 이 부분에서는 DTS 디코더를 내장하고, 출력만 올려 판매되는 4~50만원대의 왠만한 디지털 스피커보다도 좋은 음질을 들려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또, 우퍼는 제품의 독특한 구조로 인해 23W 출력에 비해 한결 부드럽고도 시청자의 가슴을 퉁~하고 울리는 저음을 재생하여 준다.

블랙의 스피커와 색상의 매치가 부자연스러운 면은 있지만, 5개의 위성 스피커에 기본 장착된 스탠드도 Z-640의 상품성을 높이는 또 한가지의 장점이다. 손쉽게 월마운트로의 변형이 가능해 제대로된 5 채널 스피커 위치 구성에 상당한 편리를 제공하며, 별도의 스탠드 구입을 위한 추가 비용을 생각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현재 해외 판매가가 $99.9, 유통사의 국내 책정가가 14만원 미만에 책정될 것이라는 이 제품은, 음질과 편리성등에서 여타 동급의 제품들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듯 하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영화등의 감상에서 두루 기자에게 만족감을 전해주었던 이 제품이 룸씨어터 구성을 위한 AV 스피커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음악 감상에도 좋은 음질을 들려주었던 탓에, 리뷰를 마무리하는 지금 이 제품 대신 다시 기자의 메인 스피커로 장착해야할 40만원대의 디지털 스피커가 오히려 초라해 보이기까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