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용한 컴퓨터를 만들기 위한 여러 노력의 결정체를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점은 해결하지 않은 임시방편적인 방법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소음의 원천인 '팬'은 계속 동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팬은 컴퓨터 내부의 열 냉각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팬이 없이 히트싱크만이 있는 패시브 쿨러의 경우 냉각성능이 팬이 있는 액티브 쿨러에 비해 매우 낮다. CPU의 파손을 각오할 수 있다면 CPU 쿨러의 팬 커넥터를 뽑아보기 바란다. 액티브 쿨러와 패시브 쿨러의 성능차이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실험에 의해 발생하는 모든 피해는 필자나 테크노아가 책임지지 않습니다. 주의하세요!!!) 하지만 팬은 동작에 따른 소음발생이라는 단점을 안고 있다. 즉, 팬이 있는 한 소음 발생을 원천적으로 제거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고열을 발생시키는 반도체는 냉각시켜야 하고, 팬의 소음은 줄여야 하는 현 상황은 양쪽 중 한쪽을 포기하도록 만든다. 반도체의 냉각을 선택하면 팬의 소음 때문에 괴롭고, 팬의 저소음을 선택하면 뜨거운 반도체 때문에 괴로워진다.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진퇴양난의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 가운데 가장 좋은 방법은 '발상의 전환'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발상의 전환'을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으니 이번 리뷰의 주인공인 ZM80-HP다.

Zalman ZM80-HP(우)와 ZM50-HP(좌)
(그림을 클릭하시면 큰 그림을 보실 수 있습니다.) 

팬을 제거하면서 어떻게 냉각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안고 리뷰를 시작한다.

모습 & 구성물

쿨러라는 제품은 일반적으로 '히트싱크 + 팬'의 조합으로 구성된다. 이에 비해 ZM80-HP은 '쿨러 = 히트싱크 + 팬'이라는 공식을 완전히 깨뜨리는 구성을 보여준다.

ZM80-HP의 구성품은 아래 사진과 같다.

Zalman ZM80-HP의 구성품
(그림을 클릭하시면 큰 그림을 보실 수 있습니다.) 

구성품의 목록을 나열하자면 열을 발산하기 위한 대형 히트싱크 2장, 그리고 GPU의 열을 히트싱크로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히트싱크 베이스 4장, GPU가 발산한 열을 효과적으로 GPU 반대편의 히트싱크로 전달하는 히트파이프 1개, 조립에 필요한 나사와 서멀 컴파운드가 들어있는 비닐봉투 2개, 나사를 잠그기 위한 십자 드라이버 1개, 그리고 제품 포장 뒷면에서 제품의 모델을 알려주는 역할까지 겸비한 설명서 1부다.

분실등을 대비한 1개의 나사 봉투와 십자 드라이버는 잘만사가 고객을 꼼꼼하게 챙겨준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ZM80-HP에 들어있는 넉장의 히트싱크 베이스 가운데 실제 조립에 사용되는 것은 2장 뿐이다. 나머지 두장의 히트싱크 베이스는 실제 사용되지는 않는다. 작은 크기의 히트싱크 베이스는 원래 열을 적게 발산하는 GPU에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품에 포함이 되어 있다. 하지만 GPU 근처에 캐패시터가 딱 붙어 있어서 큰 크기의 히트싱크 베이스를 쓸 수 없는 상황이거나 쿨러 고정 홀의 거리가 짧아서 큰 히트싱크 베이스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만 사용될 것 같다.

히트싱크는 일반적인 그래픽 카드 면적의 8할에 이를 정도로 매우 크다. 이렇게 넓은 면적의 히트싱크는 공기와 접촉하는 면적을 늘리며 그만큼 효율적으로 열을 방출할 수 있게 된다.

자매품인 MZ50-HP의 경우 히트싱크 베이스가 2장인 것, 히트싱크의 크기가 작은 것을 제외하고는 ZM80-HP와 차이점이 없다.

히트파이프란?

ZM80-HP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은 히트파이프라고 할 수 있다. 이 히트파이프에 의해 ZM80-HP는 팬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팬을 사용하는 다른 쿨러에 버금가는 냉각능력을 갖출 수 있다.

히트파이프는 열 전도를 목적으로 개발된 금속관의 일종으로 1942년 미국 GM사의 Gaugler에 의해 그 원리가 처음 소개되었다.

히트파이프의 구조는 매우 간단하다. 금속관에 특수한 성질을 띄는 유체를 넣고, 금속관 내부의 기체를 모두 제거한 뒤 금속관 양 끝을 막으면 히트파이프가 완성된다. 매우 간단한 구조지만 실제 제조 과정은 고도의 제작기술이 없으면 히트파이프의 제조가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다고 한다.

히트파이프는 파이프의 한 부분이 가열되면 가열된 부분에 있던 유체가 기체로 상이 변화(기화)하여 온도가 낮은 방향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활용한 것이다. 온도가 낮은 곳으로 이동한 유체는 열을 빼앗겨서 액체 상태로 상이 변화(액화)한다. 그 뒤 액화된 유체가 다시 파이프의 가열된 부분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런 과정이 연속적으로 반복되면서 열이 다른 방향으로 이동된다.

히트파이프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1. 일반 금속 파이프에 비해 열 전달 능력이 높다.
  2. 히트파이프 전체의 표면 온도가 동일하다.
      (일반 금속 파이프는 가열점이 가장 뜨거우며, 거리가 멀어질수록 온도가 낮아진다.)
  3. 물리적 구조가 단순하며, 무게가 가볍다.
  4. 유지 보수가 거의 필요하지 않다.
  5. 열 전달에 별도의 에너지가 필요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