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며

분명 비싸다. 보통의 ATA/100 케이블은 기껏해야 몇천원이며, 보통의 라운드케이블들은 1~2만원 선이면 구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제품은 무려 4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을 보인다.

이러한 큰 가격차이를 보상하면서 사용자가 이 케이블을 사용할만한 구매동기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할만큼 충분한 성능, 안정성, 또는 편의성 등에서의 현저한 차이를 보여주어야만 한다.

그러한 면에서 이 제품은 그다지 실패한 제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특정 시장을 타겟으로 하는 VICS사의 제품 특성이 그대로 살아있는 제품이라고 하겠다. 분명 성능이 향상되는 폭은 그다지 많지는 않다. 그러나 이미 7,200RPM 이상의 ATA 제품군이 등장하지 않는 상황에서 5% 정도의 성능향상은 상당한 의미를 부여한다. 또한, 노이즈가 많은 곳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는 특성과 시스템 내부의 오디오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도 큰 장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

라운드케이블이라는 점 때문에 일반적인 ATA 케이블에 비해서 선 정리가 편하며, 또한 TPO 재질의 특성상 사용가가 한번 만들어놓은 형태가 어느정도의 힘으로 유지된다는 점은 내부 배선정리에서 상당한 잇점을 부여한다.

그리고, 그보다도 많은 사용자들에게 호응받을 수 있는 점은 바로 70cm 길이의 ATA-100/133 케이블이라는 점이다. 길이제약으로 인해서 대형 케이스를 사용하면서도 위쪽에 HDD를 설치할 수 없었던 많은 사용자의 애환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은 이러한 특수한 사용자들에게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또한 그러한 길어진 길이에도 불구하고 성능의 하락이 거의 없이 일반적인 케이블 수준의 성능을 보여준다는 것도 기쁘다.

이러한 많은 장점과 최근 유행을 타고 있는 검은색의 조화, 그리고 의도한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내부의 금속 재질 접지극인 메쉬 쉴드로 인해서 내부 조명을 반사하여 튜닝 케이스 등에 사용시 높은 시각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일부 사용자들에게는 장점으로 부각된다.

케이블에 뭐하러 4만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하는가라고 묻는 사용자들이 있다면, 이러한 케이블을 필요로 하는 사용자도 있다는 것으로 대답할까 한다. 긴 길이와 높은 성능, 외부 노이즈에 대한 뛰어난 면역성, 그리고 시각적 효과는 충분히 그만큼의 돈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결론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임.
일단 ATA 케이블에 대해서는 이런 평가를 내렸다. 그런데, 동일한 재질로, 동일한 구조로 만들어진 FDD 케이블에 대해서는 필자 역시도 좀 과도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FDD는 데이터 전송률이 극히 낮아서 일반적인 PVC 플랫케이블을 사용해도 수m 길이로 제작이 가능하다. 필자 역시 일반 케이블로 1.4m 길이의 FDD 케이블을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RD3XP의 FDD 케이블은 역시 HDD 및 CD-ROM 케이블들을 RD3XP로 연결했을 경우에 얻을 수 있는 '시각적 효과의 통일' 외에는 장점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FDD 케이블은 쉴딩을 하건말건, 케이스 내부의 노이즈 정도로는 데이터 전송에 영향받을 정도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덧붙임2.
이 케이블은 분명 ATA-100/133 케이블이다. 분명히, 이것을 CD-ROM 등의 ATA-33이나 그 이하의 ATA 기기 등에 사용할수도 있는가라고 묻는 사용자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가능하다. ATA는 하위호환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ATA의 권장규격에도 들어맞는다. 80선 40핀 케이블은 흔히 ATA-66부터 그 이상에 대해서만 사용하는 것이라고 오해하기 쉬운데, 그 이하의 규격에서도 필수항목으로 일반적인 40핀 케이블을 지정하면서, 그래도 보다 높은 데이터 안정성을 얻기 위한 권장사항으로 80선40핀 케이블을 지정하고 있다. 즉, CD-ROM 등에 사용하면 성능향상효과는 거의 보기 어렵겠지만, 여하튼 안정성이나 데이터 신뢰도의 향상에는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