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oduk's Wearable Computing Project

시작하며...

컴퓨터 기술이 매우 빠른 속도로 발달하면서, 그 크기와 성능은 불과 몇 년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아울러 저렴해진 컴퓨터 가격은 대부분의 가정에 강력한 성능의 데스크탑 PC를 보급할 수 있었고, 그간 노트북으로 대변되던 모바일 컴퓨팅 분야는 이제 PDA와 같은 포스트 PC 형태으로 변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것은, 그동안 한번쯤은 신문지면이나 해외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한번쯤은 보았을 법한 미래형 컴퓨팅의 한가지 실례로, 국내 한 파워유저에 의해 제작된, 더 이상 엽기정도로 치부될 수 없는 탄탄한 구성과 용도를 자랑한다.

지난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사무실에 한 낯선 이방인이 찾아왔다. 그리곤, 옆의 가방을 주섬주섬 풀러 자신의 국보급 보물을 테크니컬 라이터들에게 소개하고 나섰는데....

테크노아의 독자들에게 자신의 입는 컴퓨터를 소개하고 싶어 찾아왔다는 정우덕님은 입는 PC외에도 그간 휴대용 컴퓨터등을 제작해 PC 월간지에도 몇 번 소개가 되었던 괴짜로 , '007시리즈'에나 나올법한 컴퓨터를 제작하고 싶었단다. 이런 제작자의 기발한 발상이 지금 소개할 입는 컴퓨터의 제작동기가 되었고, 현재 울산의 집과 학교가 있는 수원, 그리고 서울을 오갈 때 유용한 길동무로서 학과 리포트작성, 인터넷 서핑, 3D 게임등에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듣기로는 왠만한 노트북 뺨치는 구성을 갖는 시스템이라는데, 과연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모습은 또 어떤지 알아보도록 하자.

Wooduk's Wearable Computer

이것이 정우덕님 제작의 웨어러블 PC이다. 노트북 PC에 사용되는 키보드와 비교해도 반 사이즈 정도밖에 않돼 보이는 키보드를 필두로, 트랙볼 형태의 마우스, 외부연결된 USB허브, 투명 아크릴 박스에 내장된 본체, 그리고 6.4" 에 불과한 LCD 스크린 등이 이것(지칭할 만한 마땅한 말이--a)의 사용 목적을 대충 짐작하게 한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위해 짤막한 사양설명을...

사양면에서 볼 때 현재 시판되는 노트북 PC에 못미칠 것이 없어 보이는 시스템 구성으로, 제작자의 말처럼 입고 걸어다니며 사용한다라는 점을 든다면, 노트북의 성능에 PDA의 이동성을 결합한 다재다능한 시스템이라 할 수 있어 보인다.

작고 더 작은 것을 찾아서...

지난해 9월경 '웨어러블 PC'를 구상하면서부터, 몸에 착용이 가능한 정도의 작은 부품들을 찾아야만 했다고 한다. 그중 먼저 찾아 나서야 했던 것이 바로 시스템의 주축이 되는 메인보드였는데, 우연찮게 국내 산업용 패널 컴퓨터를 생산하는 맥산시스템이란 곳에서 요구조건을 충족하는 제품을 찾게 되었다고 한다.

 'MSC-740B' 메인보드의 사양

i440BX칩셋, 인텔 펜티엄 III 지원(1GHz), SDRAM DIMMX1(Max.256MB), Trident Blade XP(16MB 메모리), EIDEX1, USBX2, 직렬X4, 병렬X1, PS/2 키보드 및 마우스지원, D-Sub 15핀 및 디지털 TTL/LVDS(LCD패널), 리얼텍 8139C(10/100Mbps Ethernet),                                           CS4281 Sound

제작사를 직접 찾아가 구입한 산업용 메인보드는 비록 40만원이라는 거금을 치뤄야했지만, 위의 사양에서 보는 것처럼 기대이상의 성능과 다양한 기능들이 통합되어 웨어러블 PC의 제작에는 금상첨화였다고...

메인보드가 구비되니 이젠 시스템을 완성할 프로세서와 메모리를 장착해야 했는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부품들을 사용하니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데스크탑에 사용되는 FC-PGA 타입의 933MHz 펜티엄 III 프로세서와, 킹맥스의 PC133 256MB SDRAM을 사용하였는데, 웨어러블 PC의 이동성을 고려해 4Cm의 높이 제한을 두었기 때문에, 높이가 2.5Cm에 지나지 않는 킹맥스 메모리 사용은 어쩔 수 없었다고 하며, 프로세서의 열을 식히기 위해서 933MHz의 동작클럭을 700MHz로 줄이고, 알파의 PAL153U 쿨러를 달았다고 한다.

하드 디스크는 Fujitsu의 노트북용 2.5" 20GB 제품을 구입해 장착했다. 그 다음 봉착한 문제가 바로 입고 다니며 사용할 수 있는 입력 장치를 찾는 일이었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미니키보드와 고무 재질의 접는 키보드를 생각해 보았지만, 몸에 부착하여 사용하기에는 효용성이 없다고 판단되어 목적에 맞는 제품을 찾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고... 그러던중에, 우연히 캐나다 마티아스社의 하프키보드가 눈에 들어왔는데, 애초에 웨어러블 PC를 위해 제작된 것이라 한손 타이핑은 물론, 크기면에서도 안성맞춤이었다는 것이다. 역시 특이한 제품인지라 $300 이나 되는 비용을 들여야 되었지만, 인터넷을 통해 곧바로 구입을 결정!

그 다음 필요했던 것은 마우스 역할을 대신할 포인팅 장치.. 마침 국내업체에서 한 손에 쥐고 사용할 수 있는 트랙볼 제품을 제조하고 있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제이앤제이 마그네틱이란 곳에서 제조한 '리틀 돌핀' 모델로, 저렴한 가격에 가장 마음에 드는 제품이었다고 한다.

보통 웨어러블 PC라 하면, 'HMD(Head Mounted Display)'를 떠올리게 되는데, 아직 국내에 제대로 시판되는 제품도 없을뿐더러 가격또한 만만치 않아 역시 산업용으로 제작된 소형 TFT-LCD를 장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25만원을 주고 구입한 LG Philips의 6.4"  TFT-LCD 모듈인데, 작은 크기에 20mm의 도트피치로 640X480 해상도를 뿌려주며, 키보드를 부착한 반대편 팔에 장착해 사용하기에는 더없이 좋아보였다고... 그러나, 메인보드와의 연결을 위한 커넥터의 핀배열이 달라, 자작 회로를 구성하느라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웨어러블 PC를 구성하면서, 가장 난제가 되었던 부분은 시스템에 공급할 전원을 해결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휴대용이니 직류전원을 사용해야 하는데, 마침 노트북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회사와 연결이 되어 15V 배터리를 두 개 사용하기로 하고, 웨어러블 PC의 파워서플라이 부분은 직접 제작!!!

자작한 아크릴 케이스로 웨어러블 PC의 본체를 마무리한 모습

제작자 스스로 'AMD 매니아'라 지칭할 정도이지만, 산업용 보드의 특성상 AMD를 지원하는 모델이 없었을 뿐더러, 프로세서의 발열관리 역시 중요한 터라, 펜티엄 III 프로세서를 장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며, 사용전원과 발열을 줄이기 위해 933MHz의 펜티엄 III 프로세서는 현재 700MHz로 셋팅되어 있다고 했다.

이렇게 완성된 본체를 이동하기 쉽게 조그만 가방안에 넣었고, 키보드와 모니터는 각각 뒤에 접착식 끈을 달아 양 팔에 부착할 수 있게 만들어, 웨어러블 PC로서의 모습을 완성하게 되었다고..

자작한 웨어러블 PC를 걸친(?) 정우덕님

사진에서 보기에 다소 어색해 보이는 모습이지만, 자신이 제작한 웨어러블 PC를 시연하는 정우덕님의 모습은 편한 의자에 앉아 데스크톱 PC를 사용하듯 자연스러웠다.

왼팔에 부착된 조그만 화면 속으로 구동되는 Winodws2000 Pro와 Quake3 Arena는 전혀 낯설지 않았고, 근래 맛들였다는 PCS 모듈과 오른손의 트랙볼, 키보드를 이용한 인터넷 서핑 역시 사용자 모습의 차이일뿐, 일반 노트북에서 작동되는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아 보였다.

사람과 하나가 되는 컴퓨터

필자처럼 장거리 출근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버스나 지하철속에서의 남는 시간들은 지루함을 떠나 몇 시간씩이나 되는 이동 시간이 아까울 수밖에 없다. 단지 책을 읽는 것 외에는 별달리 할 것이 없는데, 정우덕님은 이런면에서 자신의 웨어러블 PC를 아주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울산에서 서울을 오가는 동안 휴대용 CD-ROM 드라이브를 연결해 애니메이션을 즐기기도 하고, 인터넷 서핑을 즐기기도 한단다. 이것뿐만 아니라, 버스와 지하철을 기다리는 시간에 승강장에서 게임을 하기도, 한 번은 목욕탕엘 가져가 사용한 적도 있다고 한다.

정말 별난 사람이 만든 별난 컴퓨터!!! 조만간, GPS를 달아 네비게이션 시스템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라는 제작자는, 웨어러블 PC를 프로젝트로 기획하여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라니, 보다 새로운 모습의 후속판을 기대하며 짧은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