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nVidia GeForce2 GO의 의미

  
윤필영 / claris@technoa.co.kr

  
  미국 LasVegas의 Convention Center에서 개최되고 있는 COMDEX/Fall 2000에서 그래픽 프로세서 제조 업체인 미국의 nVidia는 기자최견을 개최하면서 노트북용 그래픽 프로세서 사상 최초로 하드웨어 T&L을 지원하는 그래픽 프로세서 GeForce2 GO를 발표하였다.

  이 글은 이번에 등장하는 GeForce2 GO의 의미에 대해 먼저 생각을 하는 글이다. 현재 실제 제품이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글의 일부 부분은 틀릴 수 있음을 알리면서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왜 노트북용 그래픽 프로세서일까?

  현재 데스크탑용 고성능 비디오 프로세서 시장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nVidia가 노트북용 비디오 프로세서 시장에 참여를 할 것이라는 것은 오래전부터 공공연하게 알려진 비밀이었다.

  시장의 규모가 나날이 확대되는 노트북용 컴포넌트 시장의 경우, 제품의 개당 단가가 높다는 특징이 있다. 물론, 제품의 정밀도가 높기 때문에 그만큼 제품 생산 비용이 높은 단점이 있지만, 최근의 반도체 제조 공정인 0.18μm 공정을 사용하면 쉽게 노트북이 요구하는 정밀도와 작은 크기에 부합하는 제품을 제작할 수 있다. 높은 가격과 발달한 제품 생산 공정에 의한 제품 원가의 절감은 곧바로 제품 1개당의 이윤이 높다은, 즉 '고수익'으로 직결되는 문제다. 데스크탑용 그래픽 프로세서 시장은 현재 3두마차 체제(3두마차는 nVidia, ATi Technologies, 3dfx인데, 이 가운데 3dfx가 상당히 밀리는 분위기이며, ATi가 선두 nVidia를 추격하는 듯한 분위기이다)로 시장이 굳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3사간의 경쟁은 각 회사의 수익성을 상당히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리고 3개의 선두 업체 이외에, 다른 업체에서도 그래픽 프로세서를 제조함에 따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다른 원인은 '자사의 기술력'을 알리는데 노트북 시장만큼 좋은 시장이 없다는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 노트북에 사용되는 컴포넌트는 상당히 까다로운 요구 조건이 특징이다. 특히 두가지 조건은 어떤 컴포넌트를 만들던지 중요하며, 이 두가지 조건은 즉각 그 회사의 기술력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노트북용 컴포넌트를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은 그만큼 그 회사가 기술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노트북용 컴포넌트가 요구하는 첫 번째 조건은 '저소비전력'이다. 노트북은 AC 어뎁터와 배터리로 동작하게 되는데, 배터리라는 한정된 전원을 사용하여 동작을 하는 경우 노트북을 구성하는 각 컴포넌트가 전력을 적게 사용할수록 같은 용량의 배터리로 더 장시간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노트북의 다른 조건이 비슷한 두 노트북을 비교한다면, 대부분 배터리 사용 시간에서 승부가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음은 '경박단소' 즉, 최대한 작게 만드는 기술력을 요구한다. 노트북은 작은 크기 내에 필요한 부품을 모두 밀어 넣어야 하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특성에 의해 노트북의 각 컴포넌트는 최대한 작은 크기로 생산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두가지 조건은 각각 컴포넌트 생산 회사의 기술력에 의해 결정이 되므로, 노트북용 컴포넌트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은 그 회사가 그만큼 고도의 생산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이러한 두가지 원인은 nVidia가 노트북 시장에 진출을 생각하도록 하였으나, 그들에게는 상당한 문제가 있었다. 바로 노트북용 컴포넌트를 만들기에는 아직 경험이 부족했다는 점과, 노트북 시장에서 nVidia가 넘기에는 벅찬 산맥이 있었다는 점이 nVidia가 노트북 시장에 진출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해결됨에 따라 nVidia는 노트북 시장을 겨냥한 그래픽 프로세서를 출시하게 된 것이다.

시기가 무르익었다?

  nVidia는 RIVA TNT 시리즈를 시작으로 그래픽 프로세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특히, 하드웨어 T&L 엔진을 내장했던 GeForce256 시리즈는 nVidia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도록 하였으며, 타 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한단계 늘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 이후에 등장한 GeForce2 시리즈는 nVidia의 독주 체제(ATi와 3dfx가 강력히 저지하고는 있지만, 독주 체제의 서곡이 울린지는 오래 되었다)를 굳히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성공은 nVidia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으며, 특히 그래픽 프로세서의 설계에 상당한 노하우를 쌓게 하였다.

  또한, 노트북용 그래픽 프로세서를 전문적으로 생산해왔던 NeoMagic이란 걸출한 업체가 회생을 위해 노트북용 그래픽 프로세서 사업을 포기한 점, S3의 그래픽 프로세서 분야가 VIA에 매각되면서 신형 그래픽 프로세서의 개발이 늦어진 점, ATi Technologies가 이렇다 할 신제품을 내놓지 못하는 점등은 nVidia가 노트북용 그래픽 프로세서 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셈이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nVidia가 그동안 자신들의 영역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노트북용 그래픽 프로세서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었으며, 그 시작품으로 COMDEX/Fall 2000에서 GeForce2 GO를 발표하였다.

  또한, 노트북 시장의 급속한 발전은 일반 사용자 계층의 노트북 구입을 확산시켰고, 일반 사용자 계층이 요구하는 강력한 3D 그래픽 성능을 지원하는 그래픽 프로세서가 없었다는 점도 nVidia가 쉽게 노트북용 그래픽 프로세서 시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한 요인이다. 일반 사용자들은 데스크탑 PC용 그래픽 프로세서 가운데 가장 강력한 3D 성능을 보여주고 있는 nVidia에게 노트북용 그래픽 프로세서의 제작도 요구를 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노트북 시장에 무혈입성할 수 있는 분위기가 무르익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