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K6-2+ CPU, PowerNOW!의 효율성

정정규(편역) / GALIENT@hitel.net

■ 시작에 앞서...

  본 기사는 미국의 하드웨어 관련 전문 사이트인 AnandTech에 게재되었던, Anand Lal Shimpi씨의 'AMD's K6-2+ in Notebooks - Evaluating Performance with PowerNow'를 우리말로 옮긴 것입니다. 수록된 모든 이미지와 캡션 역시 동일 출처에서 그대로 인용하였음을 밝힙니다.

■ 서론

  불과 10개월전에 개최된 미국 추계 컴덱스 '99에서, AMD는 자사 프로세서로는 최초로 900MHz 클럭 지원에, 별도의 요란한 쿨러도 필요없는 애슬론 프로세서를 시연하고 있었다. AMD는 이때 초유의 0.18마이크론 애슬론(형식번호 K75) 신모델을 준비중이었으며 750MHz 이상 클럭으로 구성된 이들 제품군은 AnandTech에서 99년도 추계 컴덱스 기사를 포스팅한지 약 열흘뒤에 공식발표되었다. K75 코어의 발표석상에서는 그 후계기로 발표된, 특히 듀론(코드네임 스핏파이어)이나 아직 미발매의 코드네임 무스탕 같은 것들에 대한 얘기가 공식적으로 언급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으며 AMD는 이로써 기존의 로우엔드 지향의 메이커라는 인식을 크게 일신할 수 있었다.

  메모리 대역을 끌어올리네 FSB 주파수를 향상시키네 하는 등 고성능 데스크탑 CPU에 온통 주의가 쏠려 있는 동안, 모바일 프로세서는 다소 찬밥신세가 아니었나 싶다. AMD나 인텔이 자사의 CPU 클럭을 4자리대(1GHz 이상)로 끌어올리는 것은 매우 훌륭하지만, 그런 1GHz급의 데스크탑 시스템을 회합장소나 기내에서, 또는 해안가에까지 끌고 가서 돌린다는 것은 좀 그렇다.

  모바일 시장은 매우 규모가 크지만, 오늘날 모바일 시장은 몇 가지 난관에 봉착해 있다. 모바일 시스템에서의 3D 가속수준은 아직까지 형편없어서, 기본적으로는 1년전의 데스크탑 수준이다. ATi나 S3 등의 모바일 솔루션은 현재 트렌드의 측면에서는 대체로 양호하지만, 아직도 노트북에서는 TNT2급이면 살인적이라는 얘길 듣는다. 현존하는 데스크탑용의 3.5인치 하드가 데스크탑 시스템의 전체 시스템 성능에 병목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4200RPM 이상급의 제품을 좀처럼 보기 힘든(5400RPM을 상회하는 것도 일부 있기는 하다) 노트북용의 2.5인치 하드에 비하면 그 성능차이는 엄청나다.

  강력한 3D 가속성능이나 고성능의 보조기억장치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노트북 시장은 최근들어 고도의 성능을 발휘하는 대응 CPU들의 등장으로 어느정도 성능면에서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데스크탑 PC 시장의 경우 1GHz대의 장벽을 이미 넘어서 있는 현시점에서, 700MHz나 750MHz급의 CPU를 장착한 노트북이 기시판중이라는 사실은 꽤나 인상적이다. 불행히도, 데스크탑 CPU를 모바일용으로 포팅하는 것은 대단히 까다로운 일이어서, 발열뿐 아니라 소비전력의 문제가 대단히 심각하다.

  인텔이 모바일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할 수 있었던 까닭 가운데 하나도 데스크탑 뿐 아니라 모바일 펜티엄 III에 상당하는 경쟁사 제품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상황에서 볼 때, 애슬론 프로세서는 소비전력수준이 지나치게 높은 관계로, 노트북용으로의 도입은 부적절하다. 이러한 핸디캡으로 인해, 펜티엄 III 프로세서는 AMD의 유일한 노트북용 솔루션이자 동사의 전세대 프로세서의 기함급 제품인 K6 시리즈를 가볍게 제치고 시장을 독차지하다시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AMD로서는 다행히도, 현존하는 모바일 솔루션에서는 인텔이 압승을 거둔다고는 볼 수 없는 구석이 있기는 하다. 알고 있는 독자분들도 계시겠지만, K6 시리즈의 최대의 약점은, 당초의 데스크탑 솔루션으로서 볼때에는 인텔 펜티엄 II/III에 상대가 되지 않는 형편없는 FPU 성능, 특히 하이엔드 어플리케이션(3D 렌더링용과 같은)이나 게임 등에서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부문의 저열한 성능이었다. 그러나, 현재 노트북 분야가 직면해 있는 양대 난관인, 고성능 모바일 3D 가속 솔루션과 고성능 2.5인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의 부재 덕택에, K6 시리즈의 이러한 약점은 상대적으로 그 비중이 크게 낮아지게 된 셈이다.

  3D 게임용이 아닌 플랫폼상에서는, K6 시리즈는 탁월한 가격대 성능비로 인텔의 솔루션에 어느정도 경쟁력이 있었다. 현재로서는, 퀘이크 III를 60프레임으로 돌리는 일 따위는 바라지도 않는 상황이라면 다소 구종인 AMD 프로세서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AMD가 K6 시리즈만으로 데스크탑 시스템 전체를 커버해야 했던 당시의 상황과는 판이하게 다른 분야인 모바일 시장으로 K6 시리즈가 포팅되면서, 모바일 프로세서의 성능을 판가름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또다른 인자인, 소비전력 문제가 부각되어지게 된다.

 ■ 수퍼7는 살아있다 : AMD K6-2+

  거의 충격적이었던 클럭의 애슬론 프로세서 제품군을 발판으로, AMD의 밝은 미래를 전망하는 낙관론으로 점철되었던 작년도 컴덱스 석상에서, K6-2+라는 녀석에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애슬론 프로세서나 당시로서는 차기모델인 코드네임 스핏파이어(지금의 듀론) 제품군이 향후 AMD의 전 프로세서 라인업을 장악한다는 계획하에, 애슬론 발표전만 하더라도 AMD가 1년 6개월여간 붙들고 있었던 수퍼7 플랫폼의 장래는 암울해 보이기만 했다.

  AMD조차도 수퍼7 플랫폼을 포기하는 것처럼 보였을 정도이지만, 사실 이유는 충분했다. 애슬론 프로세서는 구형의 수퍼7 프로세서 이상으로 저렴한 가격대로 보급될 것이 분명했으며, 게다가 전모델들과는 달리 덜떨어진 FPU 성능 따위의 저열한 스펙도 아니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한때 열렬한 추종자처럼 굴었던 소켓 플랫폼으로부터의 명백한 이탈을 표명하는 이러한 AMD의 부스 한구석에는, 수퍼7 프로세서의 신모델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K6-2+ 프로세서는 이전까지의 전통적인 수퍼7 플랫폼이 타겟으로 하고 있던 데스크탑용이 아닌, 노트북용으로서 선보여지고 있었다.

  초창기 애슬론 프로세서(0.25마이크론 공정대응의 K7 코어)의 소비전력수준이 50W에서 54W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당시에도 AMD가 애슬론계의 모바일 CPU를 당장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은 없었다. 현재의 주력모델인 0.18마이크론의 신 애슬론 코어조차도 소비전력수준이 30W에서 48W에 육박하는 때문에, 역시 노트북용으로는 영 아니올시다이다.

  이러한 라인업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서, AMD는 전세대의 K6-III 프로세서를 들고 나왔다. K6-III는 당시에도 고도의 FPU 성능을 요구하지 않는 용도로는 상당히 성공적인 제품이었는데, AMD에서는 좀더 모바일 시장의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 몇가지 개수를 가했다.

  기억하는 독자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초기의 0.25마이크론 K6-III 프로세서는 기본적으로 K6-2 코어에 CPU 코어와 동일클럭으로 동작하는 256KB L2캐시를 온다이로 추가한 것이다. 이는 AMD가 트리레벨 캐시TriLevel Cache라 명명한, L1 및 L2 캐시의 온다이화 이외에도 메인보드에서 옵션으로 최대 1MB까지의 L3 캐시를 지원하는 캐시 철학의 단면이다.

  K6-2+ 프로세서는 대응공정을 0.18마이크론급으로 좀더 고도화함으로 인해, 소비전력과 발열량을 낮추는 동시에 수율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명칭에서도 볼 수 있는 '+'는 대응공정이 AMD의 0.18마이크론 공정을 채택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러한 스타일의 명명법은 K6-III+에서도 볼 수 있다.

  K6-2+를 비롯한 이러한 '+' 프로세서 제품군은 공히 지난해 8월 첫 출시된 애슬론 프로세서에서만 지원되었던 인핸스드 3DNow! 확장 CPU 명령어 세트를 지원하고 있다.

  K6-2+ 프로세서의 트리레벨 캐시 방식은 트리레벨 캐시가 최초로 도입되었던 K6-III 프로세서와는 달리 온다이 캐시용량이 128KB인 대신 4웨이4-way set associative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다만 L1 캐시의 경우 기존 모델과 동일한 64KB, 2웨이이며, 외장 L3 캐시 역시 1MB까지 지원한다. 그러나 가뜩이나 좁아죽겠다고 아우성인 노트북 플랫폼에서 외장 L3 캐시를 1MB까지 만땅으로 장착한 제품이 등장할지는 미지수이다.

  K6-2+ 프로세서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100MHz FSB에 100MHz 메모리 버스로 구동되지만, 프로세서의 L2캐시가 온다이인 고로, 초기의 데스크탑 K6-2가 겪었던 성능제약의 정도는 심하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K6-2+(와 K6-III+) 프로세서의 가장 중요한 기능으로는 AMD PowerNow! 테크놀러지가 아닐까 싶다. 사실, PowerNow!야말로 K6-2+ 프로세서가 노트북용으로서 그나마 어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