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ceton Ultra 90 - 마치면서

적당한 성능, 파격적인 가격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모니터가 가지는 장점을 한마디로 요약해 보자면 위와 같이 되겠다는 것이 필자의 결론이다.

디자인은 나쁘거나 한것은 아니지만 투박하고 단조롭다. 질리지는 않을지 몰라도 첫눈에 호감을 줄 수 있는 모델은 분명 아니다. 평면관이 아닌 일반 섀도우마스크관을 가지고 지금 시장에 뛰어든다는 것도 매우 때늦은 난입이라고 할 수 있을것이며, CRT가 어느정도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ADi사의 제품이라고는 하지만 제조회사인 프린스턴은 국내에는 매우 생소한 회사이다. OSD 역시 투박하며, 밝기와 명암 등은 디지털 컨트롤이 아니다.

성능 면에서는 컨버전스를 제외하면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뛰어난 수준은 되지 못하지만 '준수하다'라는 평가를 내려줄 수는 있는 정도이다. 과연 이정도의 장점이 위에 열거한 점들을 모두 덮어버릴 수 있을까?

이 모니터가 가지는 최대의 장점은 역시 가격이다. 한때 대단히 저렴한 대형모니터들이 출시된 적이 있었다. 매우 낮은 가격을 무기로 소비자들을 유혹했지만 무려 0.35mm가 넘는 거대한(!!) 도트들이 널려있는 화면은 사용자들의 시력을 담보삼아 가격을 낮추는 것에 다름아니었고, 곧 시장에서 도태되었다. 그러나 이 제품은 매우 낮은 가격을 가지면서도 성능에 있어서 손해를 보고 있지 않다. 성능을 담보삼아 가격을 낮춘것이 아니라 대만이라는 특성상 매우 낮은 인건비와 생산비를 바탕으로 하여 원가를 낮춘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현재 시장에 있는 다른 모니터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성능을 가지면서도 40만원 이하라는 황당한 가격에 소비자에게 풀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박찬호가 자신이 받는 연봉보다 더 많은 가치를 다저스 구단에 안겨줬다는, 자신의 밥값은 충분히 하고도 남는다는 스포츠신문의 기사를 며칠전에 본적이 있다. 이는 이 모니터에도 해당하는 이야기일듯 하다. 다른 모니터에 처지지 않는 준수한 성능에 기반한, 이런 낮은 가격은 위에 열거한 사소한 단점들을 모두 덮어버릴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필자도 사실 이 모니터를 접하면서 30만원대 후반의 19인치 모니터가 좋아봤자 얼마나 되겠느냐 하고 의심을 품었다. 하지만 결과는 좀 의외로 나타났고, 이는 그 가격에 대한 성능가치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디자인이나 최고의 성능같은것을 중시하는 사용자가 아니라면, 또는 적당한 모니터를 대량으로 찾고 있는 곳이라면 대단히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