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815는 무엇인가?

시작에 앞서..

 인텔과 마이크로  소프트. 이 두 회사의 특징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바로 공룡 또는 거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을만큼 동종 업계에서는 상당히 큰 규모를 갖추고 있는 업체들이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경우에는 현재에도 그 위치를 확고히 굳히고 있지만 인텔의 경우에는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 AMD라는 몇 년전만 해도 "인텔 호환 CPU"를 생산하던 제조사가 이제는 자신들의 영역을 넘보고 있는 것이다. AMD의 K 시리즈는 그 이름값을 제대로 하고 있으며 지금도 충분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이제는 쫓기는 입장에 처한 인텔이 조급함을 보이고 있다.

 CPU의 경우에는 단독으로는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바로 메인보드와 함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특히 메인보드의 North Bridge 또는 MCH가 해당 CPU의 성능을 최대로 발휘하게 해주느냐, 아니면 애물단지로 만드냐를 결정한다. 메인보드의 역할은 비단 CPU 뿐만 아니라 모든 컴포넌트에 작용하게 된다. 특히 North Bridge의 경우에는 CPU/Memory/Graphic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그 비중은 매우 큰 편이다. 인텔의 경우에는 North Bridge(MCH)에서 벌써 두 번의 패배를 맛 보아야 했다. 한번은 i810 칩셋의 실패로 또 한 번은 i820의 실패이다. i820의 경우에는 MCH가 아니라 MTH였지만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들이 실패했다는 것이 중요할 따름이다. 그것도 AMD와 결탁(?)한 Via라는 칩셋 제조 업체에게. 최근에는 BX 이후의 실패로 Via의 694x가 뜻하지 않게 그 뒤를 잇고 있다. 아이러니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자신들의 CPU가 자신들이 만든 칩셋이 아닌 경쟁업체와 결탁한 제조사의 칩셋에서 더 잘 동작한다니 인텔에서는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i810은 그렇다 치더라도 i820의 실패는 인텔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SDRAM이 아닌 자신들이 주장하고 있는 RDRAM의 실패가 주 원인이다. SDRAM과는 다른 체제의 RDRAM으로 그들의 왕자 자리를 확고히 굳히려던 인텔은 오히려 그들의 발목을 잡아 버린 셈이다.

 일단 RDRAM을 사용하려면 메인보드를 바꿔야 한다. RIMM 소켓이 내장되어 있는 메인보드로 바꿔야 하는데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얼마나 많은 유저가 인텔의 말만 믿고 바꿀 것인가? 필자라도 그런 모험은 하지 않겠다. 더구나 RIMM의 버그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두 번째 요소가 가장 큰 문제인데, 이는 가장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다. 일단 i820 메인보드의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다. 그와 더불어 PC800 RDRAM 규격의 128MB 가격이 70-80만원을 호가한다. 더구나 국내에서는 구하기도 힘들뿐더러 이는 PC-133 128MB 메모리 가격에 비해서 약 6배 정도 된다. 그렇다고 해서 성능이 SDRAM 보다 6배나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BX 133보다 더 느린 퍼포먼스를 보인다. 한 마디로 돈이 남아 도는 사람들이 메인보드 장식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밖에 되질 않는다(RDRAM은 꽤나 멋있게 생겼다..). 이에 대해 Via는 여유있게 VCM과 DDR로 대처를 하고 있는데, VCM의 경우 필자가 잠깐 테스트해 본 결과 동일 크기의 PC 133보다 약 20%의 성능 향상이 있었다. 더구나 기존 168핀과 호환까지 된다. 이것이 아무리 비싸다고 해도 80만원까지 하지는 않는다. 188핀 DDR의 경우에는 메인보드를 바꿔야 하지만 그만큼 투자 가치는 있다고 본다. 가격으로 따지면 인텔의 완벽한 패배이다.

 그럼 인텔이 SDRAM 체제를 완전히 포기한 것인가? 다행스럽게도 그럴 의사는 없나 보다. 인텔이 문제가 있는 MTH를 내장한 메인보드를 리콜하고 RIMM 전용 메인보드로 교환을 하고 있는 중이다. 기존에 인텔에서 문제가 있는 메인보드를 판매한 물량은 약 100만 장 정도. 이 중 70%만 RIMM이 내장된 메인보드로 교환을 받았다면 전 세계에 RIMM이 약 70만개 이상 무상으로 제공된 것이다. 이 기회를 맞이하여 비싼 RIMM 체제를 계속 고수할 것인가? 답은 No이다. 인텔은 얼마전 문제가 있는 MTH를 수정해서 새로운 버전의 MTH를 발표하였다. 그만큼 SDRAM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버그가 수정이 되었다 하더라도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기분이 내키지는 않는다. 이러한 상황속에 Via와 AMD만 신이 난 것이다.

 그에 따라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장에 출시되어서 확실하게 AMD와 Via를 눌러줘야 하는 임무를 갖어야 하는데, 본의 아니게 무거운 짐을 지어버린 i815 칩셋은 이제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i815에서는 무엇이 달라졌는가? 이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인텔 홈페이지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오는 6월 5일 대만의 Computex에서 그 정체가 드러날 것이지만, 여기에서 잠깐 엿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