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A-tech Att 미들타워 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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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스틱 케이스

언제부터인가 컴퓨터 케이스들은 점차적으로 프라스틱 케이스로 변해가고 있다. 처음에는 스틸로 되어 있고, 그 위에 도색만을 한 재질이던 케이스들이, 알루미늄 합금과 주석도금의 스틸에서 이제는 어느덧 프라스틱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변화는 이득을 가져오는 것일까 아니면 손해를 가져오는 것일까.

컴퓨터의 케이스가 프라스틱이 됨으로써 가져오는 장단점을 생각해보자.

우선은 외관이 대단히 깔끔해진다. 물론, '깔끔해진다'라는 것이 대단히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을 것이며, 스틸 케이스라고 해서 깔끔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긁혔을 경우 그 차이가 대단히 커진다. 프라스틱 케이스의 경우는 약간 긁히는 것은 살짝 갈아주면 무마될 뿐더러 그 이상의 피해를 입지 않는다. 하지만, 스틸 케이스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대개 스틸 케이스의 외부 색상은 도장에 의존하는 것이며, 이러한 도장은 스틸의 보호기능 역시 겸하고 있기 때문에 긁혀나간 부분부터 녹이 스는 현상이 발생하며 나중에는 그 부분만 붉게 변하는, '흉터'로 자리잡는다.

형상에 있어서의 유연성도 상상해볼 수 있다. 아직 국내의 케이스들은 기존의 사각 형태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지만, 프라스틱의 외장재라는 것은 금형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서 대단히 다양한 형태상의 유연성과 다양성이 쉽게 가능해질 것이라는 사실 역히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국내 케이스 제조업체들이 대규모 제작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금형의 자유로운 제작에는 심각한 경제적 부담이 수반되지만, 그러한 부담을 넘어설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이 있다면 현재 널려있는 사각 일색의 케이스들과는 차별화되는 케이스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일전의 NEC 케이스를 생각해보자. 많은 사용자들이 NEC 케이스에 불만을 터뜨렸지만 유감스럽게도 필자는 그 케이스에서 어떠한 불편함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만, 사용 목적과 용도를 먼저 고려해보는 신중함이 뒤따라야만 한다는 전제가 따르기는 하지만. 불만을 토로하는 대개의 사용자들은 그러한 고려의 부족에서 오는 부작용을 떠안은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오히려 그 형태가 주는 신선함은 기존의 그 어떤 케이스에서도 볼 수 없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많은 사용자들이 상상하는 '가벼움'과는 약간 거리가 있다. 몇몇 사용자는 반문할지도 모른다. '프라스틱 케이스가 스틸로 되어 있는 케이스보다 가벼운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라고. 하지만 강도에 대해서 약간만 고려해보자. 프라스틱으로 이루어졌을 경우 당연하게도 강성등의 특성이 스틸보다 떨어지게 된다. 물론 스틸에 못지 않은 강성을 가지는 강화프라스틱이란 것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가격은 소비자들이 상상하는 것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그렇기에 대개의 케이스에 사용되는 프라스틱이라는 것은'ABS'로 이루어져 있다. ABS는 실상 그렇게 뛰어난 강성을 제공해 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기본적인 프레임은 스틸 케이스와 같거나 오히려 강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전체적인 강성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ABS로 기초적인 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ABS는 두꺼워져야만 하고 결과적으로는 그다지 가볍다고 볼 수는 없는 케이스가 만들어진다. 자, 여기서 질문이 또하나 나올지도 모른다. '왜 아크릴같은 강성이 뛰어난 프라스틱을 두고 ABS등의 비교적 유연한 프라스틱을 사용하는가'이다. 물론, ABS보다 뛰어난 강성을 가지는 프라스틱은 많다. 하지만, 강성은 대개 경도와 비례하며, 경도가 높은 제품은 생각외로 약하다. 분필은 분명 단단하지만, 그 단단함 때문에 떨어지면 '깨진다'. 케이스 역시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고강성을 가지는 프라스틱은 당연히 깨지기도 쉬운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아크릴 같은 고강성의 프라스틱은 컴퓨터 케이스에서는 거의 금기시되고 있다.

전자파는? 분명 컴퓨터는 전자파를 발생하는 물건이다. 그것도 적잖게. 그래서 케이스는 대개 금속으로 둘러싸여서 내부의 전자파를 차단하고자 한다. 이러한 이유로, 프라스틱 외장재 안쪽에는 얇은 금속판이 덧대어져 있다. 오로지 프라스틱으로만 구조를 이룰 수 없는 이유이며, 전체적인 중량을 증가시키는 이유중의 하나이다.

그러면 큰 장점이 없지 않은가? 물론 지금으로서는 그렇다. 지금은 단지 재질이 교체되고 있는 시기라고 필자는 판단한다. 금형을 만드는 기술이 좀 더 발달하고 업체들의 경제적 부담이 덜어질 수 있다면, 또한 업체들이 디자인에 보다 신경을 쓰게 된다면 프라스틱 케이스는 분명 다양한 형태로 사용자들을 사로잡을 것이리라.

이번에 소개하는 Att 케이스 역시 그러한, 프라스틱 케이스의 물결에 동참하고 있는 제품이다. 사방을 모두 프라스틱으로 처리해서 사용자에게 깔끔한 느낌을 심어주기를 원하는, 그런 제품. 내부를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제품소개

이 제품은 실버, 세미누드, 올누드의 세가지 스타일을 가지고 있으며, 세미누드는 전면부 베젤의 일부만이 투명한 형상을 하고 있으며, 올누드는 프라스틱 구조 전체가 투명하게 되어 있다. 프라스틱의 색상으로는 이미 아이맥에서 선택되어서 많이 알려진 네이비 블루와 오렌지 색을 채택하고 있다.

약간 특이한 점은 올누드 타입의 가격이 좀 비싸다는 것인데, 이것은 누드 모델이 아직 수요가 크기 않기 때문임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한 가격이므로, 실제 용산 등지의 구매가격보다는 약간 비싸게 나와 있다. 용산 등지에서는 60,000원 정도에 거래될 것이라 생각된다.

흥미로운 점은 베이가 유사한 크기의 타 제품보다 많다는 것이다. 5.25" 3개, 3.5" 4개로 총 7개의 베이를 제공하고 있다. 5.25" 베이는 모두 외부로 드러나 있으며, 3.5" 베이는 1개는 FDD 전용이며, 1개는 사용자의 선택에 의해서 외부로 드러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나머지 2개는 모두 내장 드라이브 용이다. 동급의 다른 케이스들이 5.25"/3.5" 각 3/3개, 혹은 2/3개를 제공하는 것에 비하면 확장이 보다 용이할 것이다. 이러한 미들타워 케이스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사양에서는 그다지 특징적인 부분을 찾아보기 어렵다.

디자인

제품의 디자인을 살펴보자. 우선 전면부 베젤은 디자이너가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한시절을 풍미했던 오거닉 디자인(Organic Design)을 적용하고 있다. 오거닉 디자인은 제품의 형태를 유기적인 모습(아메바로 대표되지 않을까? --;)을 취하게 해서 부드러운 형상으로 제작하는 것을 말한다. 전면부의 실버톤 베젤이 그렇게 구성되어 있으며, 베이스는 기존의 쿨그레이 바탕의 직선형을 그대로 계승한다. 약간 화려하다는 감은 있으나 근래에 나오는 여타의 케이스들보다는 그래도 얌전한 축에 속한다.

사실, 그간 다른 국산 케이스의 디자인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은 지나치게 화려한것을 찾는다는 것이다. 또한 컴퓨터라는 것이 실생활에 대단히 깊숙히 파고들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로 인해서 언제나 사용자 옆에 있는 '일상생활의 한 부분을 이루는' 제품이라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마치 80년대의 사고를 보는듯한 '가급적 미래지향적으로, 사이버틱하게'라는 컨셉을 과도하게 살린 모습들을 흔히 보게 된다. 또한 그러한 컨셉이 디자이너가 아니라 엔지니어의 손을 타고 나오게 됨으로써 사용자에게 '쿨'한 인상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로보트 발통같은 디자인'(모 학교의 디자인과 학생의 표현을 그대로 빌린것이다)의 형상을 하고 있기에 선택에 적잖은 거부감을 주었던 것이 현실이다.

이 케이스에서도 그러한 성향이 약간은 드러나고 있다. 오거닉 디자인을 적용하면서, 베젤이 외부로 부풀어난 형상과 실버메탈 톤의 전면부 베젤은 그러한 특성을 반증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복잡한 형태를 취하지 않고, 또한 한가지 색의 단색조 위에서 버튼 및 LED 부분만을 검은색으로 처리해서 깔끔하게 마무리를 짓고 있다. 기존에 존재하던 '로보트 발통'들 보다는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다.

측면에서는 큰 특징은 보이지 않고 환기구만이 약간 뚫어져 있다. 유니크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역시 뒷면이다. 뒷면 전체를 프라스틱으로 감싸놓아서 전체적으로 정돈된 인상을 주고 있다. 다만, 그러한 이유로 인해서 파워서플라이를 교체하기 위해서는 후면 베젤을 전부 들어내야 한다는 불편함도 따르지만 파워서플라이를 자주 갈아끼울 사용자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크게 신경쓸 부분은 아니지 않나 싶다. 백패널의 오른쪽으로 환기구가 보이는데, 이 부분에 작은 팬(50mm)을 달아놓을 수 있도록 구멍을 뚫어놓은 것이 보인다. 그런데, 이자리에 50mm 팬 하나를 달아서 과연 어떠한 효험(?)이 있을지 의아해진다. 기왕 팬 달 자리를 만들것이면 자리 되는대로 한 서너개 달아놓는것이 더 설득력을 가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가장 완벽한 솔루션은 120mm 팬용 자리를 하나 만들어놓는 것이지만.. :D

재밌는 점은 케이스의 정면 하단부에 USB 포트를 위한 자리가 뚫려 있다는 것이다. 아래 사진을 보자.

   
USB 포트 부분의 닫힌 모습과 열린 모습. 2개의 포트를 제공한다.

USB 기기가 점차로 다양화되어 가고 또한 근래 가장 큰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사우스브릿지(현재 많이 사용되는 칩셋은 VIA의 KX133과 Apollo Pro 133A(694X)로 압축되는데, 이 두 칩셋이 모두 사우스브릿지로는 VT82C686A 칩셋을 채택하고 있다)인 VT82C686A 칩셋이 별도의 USB 허브용 포트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자리를 달아놓은 것이다. USB 방식의 디지털카메라, 혹은 노트북과 연결하기 위한 포트 등 이동을 많이 해야 하는 주변기기들을 가지고 있다면 매우 매력적인 부분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어딘가 조악하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 커버 부분이 덜컥 하면서 열리는 것도 그렇고 어딘가 잡아주는 것 하나 없이, 대책없이 앞으로 열리는 모습에서는 어딘가 부조화한 모습을 보게된다.

외부 디자인은 '대단히 깔끔하다'라는 인상을 주지는 못하지만 실버메탈 톤과 약간의 오거닉 디자인을 살려주면서도 기존 케이스들이 주던 '로보트 발통'같은 어줍잖은 모습에서 탈피하고 있다는 데에 점수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전면부 아래의 USB 포트를 위한 공간은 약간은 조악하다는 느낌도 주지만 사용 편의성을 크게 고려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다음 페이지에서 내부 구조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