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랫폼별로 짚어보는 메모리아키텍쳐의 문제점

■ PlayStation 2 : 너무나도 비좁은 비디오메모리
X-Box가 상대적으로 협대역의 비디오메모리로 인해 성능상의 제약을 받는다면, PS2는 좀 너무한다 싶을 정도의 소용량인 4MB의 비디오 메모리로 승부수를 걸어야 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면 심각한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4MB의 비디오 메모리라면, 8MB의 세가 드림캐스트보다도 소용량이다.

이러한 소용량의 비디오 메모리는, 1차적으로는 단연 텍스쳐 메모리에 크나큰 타격이다. 프레임버퍼 + 더블버퍼와 같은 통상의 2D 그래픽적인 처리만으로도 잡아먹히는 분량이 상당한데다가, Z-버퍼까지 고려하면, NTSC 화면과 같은 인터레이스 모드라고 해도 거의 50%에 가까운 비디오메모리는 그냥 날아가 버린다. 1MB도 안되는 텍스쳐메모리는 현시점에서도 좌절이다.

X-Chip의 경우, 8:1까지 압축이 가능한 텍스쳐압축으로 인해 실제 메모리 이상의 수준으로 텍스쳐를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반면, PS2에서는 압축된 텍스쳐를 다시 압축해제하는 기능을 GS가 아닌, EE(Emotion Engine; CPU+GPU에 해당된다)에 내장된 IPU(Image Processing Unit)가 메인메모리상에 있는 압축된 텍스쳐 데이터를 압축해제하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탁월한 대역이라는 PS2의 비디오 메모리상으로는 텍스쳐 압축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PS2에서는 실제적으로 텍스쳐 의존도가 높은 게임 타이틀일수록 메인메모리에 별도의 텍스쳐를 로딩해서, EE에서 비디오 메모리에 (압축해제된) 텍스쳐를 재전송하는 편법이 요구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비디오 메모리의 텍스쳐 메모리 점유율을 수시로 파악해서, EE로부터 텍스쳐를 로딩하는 타이밍까지 구체적으로 지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된다.

X-Box는 이러한 제약이 없기 때문에, 대용량의 텍스쳐를 비디오메모리에 바로 띄워서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다는 표현상의 이점은 확실히 우위에 있게 된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이러한 이점에 대해서 일직부터 주목하고 있었으며, 실제로 X-Box의 설명회에서도 대용량의 텍스쳐를 과시하는 듯한 인상의 데모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PS2의 이러한 소용량 비디오메모리는, 장기적으로도 심각한 제약을 안게 된다. 즉, HDTV와 같은 고해상도 출력이 기술적으로 사실상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단순히 수치상으로 계산을 하더라도, HDTV의 720p(1280x720, 프로그레시브) 및 1080i(1920x1080, 인터레이스) 출력시에만 프레임 버퍼로만 거의 4MB가 축나기 때문에, 더블버퍼만 고려해도 Z버퍼나 텍스쳐 메모리는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대응 해상도의 3D 게임은 거의 어렵다는 얘기가 된다. 비록 당장 HDTV의 보급이 사실상 제로인데다가 그 장래도 그렇게 순탄치는 않다고 하더라도, 이는 소니답지 않은 근시안적인 스펙이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

■ X-Box : 단가에 너무 얽메이는 인터페이스
메인메모리의 측면에서 보면, PS2는 DRDRAM(Direct Rambus DRAM)을, X-Box는 DDR SDRAM(Double-Data-Rate Synchronous DRAM)을 채택하고 있다. 역시, 메모리대역에 있어서는 X-Box가 PS2의 배를 넘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스펙은 순간최고대역이며, 유효대역에서는 PS2가 3GB/sec급으로 꾸준한 반면 X-Box는 4GB/sec급으로 뚝 떨어진다. 이러한 DRDRAM의 꾸준한 대역은 DRDRAM이 컴포넌트당 할당되는 버퍼수가 월등히 많다는 점에 기인하는 것으로서, 실제로 소용량의 메인메모리로 갈수록 DRDRAM이 지향되고 있기도 하다.

메인메모리의 용량적 측면에서는 단연 X-Box가 유리하지만, 언제나 부족한 메인메모리로 유명한 일본의 역대 게임기 역사를 감안하면 프로그래머들의 입장에서는 PS2의 32MB도 떡을 친다고 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미국쪽의 개발사들에서나 환영을 받을 만한 성격의 것이다. 아무래도 팔은 안으로 기우는 것 같다.

어쨌든, X-Box의 구체적인 메인메모리 인터페이스는 현재 미정이다. 거론되고 있는 것은, x32(32비트 인터페이스)의 128Mb DRAM 컴포넌트를 4개 붙일 것이라는 설이 유력한데, 대역면에서나 컴포넌트 개수에서나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맞고 경쟁력도 싹싹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DDR SDRAM 자체가 원래 그래픽 가속보드용이나 통신장비 지향으로 초기보급이 이루어진 만큼, 기존의 x32 선호도도 높은 것도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단가측면에서는 DRDRAM이나 DDR SDRAM이나 보급율에 따른 가격인하 효과가 워낙 차이가 나는 만큼, 양산이 실시되는 시점에서나 가서야 그 윤곽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X-Box와 PS2 : 게임기의 경쟁력은 단가경쟁력

■ 인텔의 승부수 : 발표당일 바뀌어 버린 CPU 선택의 행방
X-Box의 CPU는 발표당시 가장 화제가 되었던 이슈였다. 왜냐하면, 발표당일까지만 하더라도 사실상 AMD 애슬론으로 확정되어 있던 CPU가, 정작 발표석상에서는 기계를 뜯어보니 펜티엄 III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애시당초 CPU쪽에서 터무니없는 가격을 메이커들에게 요구했다는 루머와도 관련이 있다. 오죽하면 한 AMD쪽 관계자는, 지난해 X-Box와 관련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CPU 단가요구에 대해서 '터무니없다. 그런 가격에 (애슬론을) 공급하면 전혀 수지가 맞지를 않는다. 반도체 업계에 대해서 문외한들이 아니면 그런 소리를 할 수 없다'는 식의 얘기를 한 적이 있을 정도였다.

그래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떤 생각에서인지 AMD와 상당수준으로까지 의견의 수렴을 보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결국 인텔이 최후에 터무니없는 수준의 단가를 과감히 써냄으로써, 승부는 결정지어졌다. PC용의 CPU에서는 개당 60달러면 셀러론 미만급이지만, X-Box는 좀더 양산용의 라인에서 제조된다. 따라서, 단가도 이보다 훨씬 낮아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왜 마이크로소프트는 X-Box의 299달러 발매에 집착하는가?
마이크로소프트가 X-Box의 가격에 그토록 목을 매는 까닭은, 단연 미국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미국시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거품이 크지 않는데다가, 일반 소비자 심리도 매우 수준이 높은 편이어서 가격이 '합리적으로' 타당할 만큼 저렴하지 않으면 매니아가 아닌 이상 거의 구매를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미국에서의 역대 게임기들의 초기발매가였던 299달러에 맞추기 위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무진 애를 쓰고 있는 것이다.
 

사실 PC 베이스의 게임기라는 엽기적인 컨셉도 컨셉이지만, 현시점에서 발표된 스펙대로를 299달러에 발매한다는 것은 굉장한 모험이 분명하다. 실제로 소니의 PS2도, PC 베이스는 전혀 아니지만, 어쨌든 하드웨어 판매만으로는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쪽에서는 어느정도 가능성이 있다가 아니라 꽤 자신감 있어하는 모습이다. 왜냐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X-Box의 하드웨어 판매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출하되는 소프트웨어 타이틀의 로열티를 따먹는다는 절반은 닌텐도같은 라이센스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X-Box가 299달러로 등장한다 할지라도 당장 피를 보게 되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니라 협력 하드웨어 메이커, 즉 X-Box를 실제로 생산하는 업체들이다.
현시점에서 X-Box를 당장 양산한다고 하면, 그 단가는 대략 500달러선이 유력시되고 있다. 따라서, 대당 200달러 가량을 마이크로소프트가 뒤집어 써야 하는 셈이 된다. 게임 타이틀당 20달러라는 로열티를 상정해도, 대당 10여장의 게임 타이틀을 팔아먹지 못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적자'가 된다. 한마디로 불가능한 얘기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서 마이크로소프트측에서는, 현재 발표된 X-Box의 하드웨어 대부분이 이미 개발이 완료되어 있고, 따라서 양산에 따른 단가낙폭을 감안하면 별 문제는 없다는 식으로 반박하고 있다. 다르게 얘기하면 현존하는 거대 PC시장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더더욱 확고한 대량생산 체제로 돌입하게 되면 단가는 지금보다 더욱 큰 폭으로 떨어뜨릴 수 있으리라는 얘기다.

■ 그러면 PS2와 비교하면 어떤가?
분명히 이점에 있어서는 당장은 소니가 완패를 면키 어렵다. 소니는 엄청난 개발비를 들여가면서 PS2의 양대 핵심 프로세서인 EE와 GS의 개발과 양산라인까지 건조했다. 따라서, 현재 PS2의 초기 제조단가는 상당히 높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은, PS2에는 HDD가 채용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다. 따라서 반도체 제조공정이 발전될수록 PS2의 제조단가의 병목인 EE와 GS의 단가는 급감할 것이 확실하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PS2의 단가경쟁력은 분명히 비전이 있다.

X-Box는 대부분의 부문에서 그렇듯이 PS2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단가문제에서도 드러내고 있다. 기존의 거대한 PC시장의 규모 덕택에, 초기 X-Box의 제조단가는 PS2보다는 낮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 하지만, HDD를 기본탑재하는 X-Box는 반도체 공정이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단가가 거의 변하지 않는 HDD로 인해서 크게 떨어지는 것은 힘들다. 따라서, 몇가지 변수를 적절히 설정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PS2가 X-Box를 단가경쟁력 면에서 추월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 X-Box의 HDD에 주목
이렇듯, 제조단가상으로 X-Box 최대의 복병으로 지목되고 있는 8GB HDD의 용도는 무엇이 될 것인가? 일단, 현존하는 게임기 가운데 HDD를 채택한 사례는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다.

마이크로소프트측에서는, HDD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소프트를 개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사실 자체에 일단 비중을 두고 있다. 하다못해 캐싱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으므로 게임 플레이가 빨라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네트워크 다운로드용의 저장매체로서는 아직 (네트워크 인프라가 생각보다 매우 부실하기 때문에) 시기상조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실 캐시용의 HDD라는 것은 가격대 성능비를 감안하면 언어도단에 가깝다. 결과적으로는 네트워크를 통해서 각종 컨텐츠 서비스나 관련 데이터를 다운로드받는 등의 용도에 있어서 현재의 PC나 마찬가지로 HDD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PS2도 네트워크 게임에 대해서는 매우 높은 수준의 기술이 접목되어 있으며, 이러한 네트워크 게임지향은 이미 세가 드림캐스트에서부터 어느 정도로 달성되어 있던 것이다. 하지만, 특히 고속통신 네트워크 시장의 보급에 있어서는 비록 어느쪽이나 초기시장이지만, 확실히 일본이 너무 부실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내수지향이 될 수밖에 없는 PS2나 드림캐스트가 네트워크 기능의 1차적인 지원이 단순한 네트워크 대전 수준으로밖에 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X-Box는 PC 베이스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초기 매니아 위주의 미국내 네트워크 게이머 시장에 그렇게 기대를 하지 않았고, 따라서 X-Box의 초기모델에서는 네트워크가 지원되지 않는다.

■ X-Box는 향후 5년동안 동일사양?
아타리를 최후로 일본업체들이 주도했던 게임기 시장은 사실상 불변의 하드웨어 스펙을 교조로 삼아 왔다. 발매당시로부터 3년이든 4년이든, 스펙은 불변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X-Box에도 이러한 철학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게임기는, 성능보다는 호환성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X-Box의 핵심 장르는 아무래도 탈PC적이면서 동시에 게임기 지향적인 대전격투, 레이싱, 롤플레잉, 캐릭터/퍼즐이나 스포츠 등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PC 베이스이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PC 지향적인 플라이트 시뮬레이터와 같은 마우스/키보드 지향의 게임과는 시장충돌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분명히, 게임기의 성패를 결정짓는 요소는 사실 하드웨어가 아니라 대응 타이틀이 얼마나 충실하게 뒷받침해줄 수 있느냐이기 때문에, 마케팅적인 측면에서는 하드웨어적인 측면도 분명 중요하지만 소프트웨어 하우스들의 동향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할 것이다.



■ Sources
출처 : Impress PC Watch "後藤弘茂のWeekly海外ニュ-ス" (日本語)
http://www.watch.impress.co.jp/pc/docs/article/20000417/kaigai01.htm
http://www.watch.impress.co.jp/pc/docs/article/20000419/kaigai01.htm
http://www.watch.impress.co.jp/pc/docs/article/20000421/kaigai01.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