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실리콘디스크드라이브, SDD-1000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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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디스크드라이브

실리콘디스크드라이브라는 용어는 일반적인 사용자들한테는 대단히 생소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 부류의 제품은 매우 제한된 용도에만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인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의 구조. 플래터에 기반한 자기기록매체이다.

일반적으로 디스크드라이브라고 하면 플래터같은 "디스크"형태의 저장매체에 기반한, 자기, 또는 광자기 기록방식의 매체를 지칭한다. 하지만 실리콘디스크드라이브, 또는 솔리드 스테이트 디스크드라이브라고 불리는 이러한 부류의 제품은 "메모리"에 기반하여 데이터를 저장한다. 하드디스크라는 개념을 가져야만 하기 때문에 당연히 지워지면 안되며, 따라서 일반 메모리가 아닌 플래시메모리를 저장매체의 기반으로 사용한다.

그러면, 가격이 엄청나게 상승할 것이라는 점 정도는 가볍게 예상할 수 있겠으며, 속도 역시 썩 빨라지지는 않을 것이며, 플래시메모리라는 특성상 자주 기록과 삭제, 재기록을 반복하게 되면 수명이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는 것 역시 예상하던 바다.

그렇다면, 간단히 생각하면 느리고, 용량적고, 수명짧고, 엄청나게 비싼 이러한 제품은 "전혀" 구매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일반적인 하드디스크가 가지는 단점은 어떤 것이었는가를 상기하면 해답이 나온다. 하드디스크에 가장 치명적인 것은 역시 충격이다. 일반적인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들의 경우 비동작시 한계충격은 250G(G : gravitational acceleration, 즉 중력가속도의 단위이다.), 동작시 한계충격은 일반적으로 100G 이하이다. 이 100G라는 것이 좀 웃긴 것이어서, 중력가속도의 100배라고 하면 대단히 강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것과는 좀 개념이 다르다. 자세한 것은 차후에 다시 다루고, 이것을 간단히 풀어서 설명하면, 일반적인 금속재질의 바닥 상태에서 1cm 정도의 높이에서 하드디스크를 떨어뜨린다고 했을 때 하드디스크에 가해지는 충격량이 대략 150G 정도가 된다. 사실 이정도의 충격은 사용자들이 일상 생활에서 늘 접할 수 있는 정도의 충격이다.(바꿔말하면 우리는 항상 데이터 유실의 위험 속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 다.) 근래 들어서 많은 하드디스크들이 충격에 보다 강하도록 재설계되고 최신 기술을 탑재한다지만 그들이 말하고 있는 충격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하드디스크가 동작하지 않을 때인, "비동작시"의 한계충격량일 뿐이다. 사실 동작시의 한계충격량은 하드디스크의 용량이 커질수록(플래터의 데이터 저장밀도가 높아질수록), 그리고 RPM이 빨라질수록 적어질 수밖에 없으며, 실제로도 그러하다. 시게이트사의 15,000RPM 하드디스크인 치타 15XP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 제품의 경우 동작시 한계충격량은 15G 정도에 불과하다.(데스크탑용 제품군인 바라쿠다 ATA의 경우 동작시 한계충격량은 70G 정도이다)

하지만 실리콘디스크드라이브의 경우 비동작시가 아닌, 동작시 한계충격이 무려 1,000G에 달한다. 메모리이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충격뿐만이 아니라 진동에도 역시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한, 전력의 소비가 극히 적다는 것도 한가지 장점이 된다. 실리콘디스크드라이브의 평균 전력소비는 1W 미만, 일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의 전력소비는 대략 15~20W 정도이다. 대단히 큰 차이이다. 그러면, 이러한 장점이 과연 어디에 쓰일 수 있을까?

"극한상황"을 가정해보자. 지속적으로 많은 충격과 진동이 가해지고 있으며, 전력량은 제한되어 있는 상황. 일반 PC나 노트북 수준에서는 그러한 극한상황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공장 등에서 사용되는 임베디드 컨트롤러 등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이들 시스템은 언제나 극한상황에 노출되어 있으며, 그러한 극한 상황에서의 신뢰성은 제품 자체의 신뢰성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대단히 큰 가격을 지불해서라도 신뢰성을 확보해 내어야만 한다. 그러한 필요성이 발생하는 곳이 바로 이 제품이 노리고 있는 곳이다.

제품소개 및 특징

일본 컨텍사는 주로 산업용 제품군을 제조/판매하는 업체로써 임베디드 디바이스 및 I/O 컨트롤러쪽의 제품군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 SDD-1000H 역시 그러한 산업용 시스템을 위한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제품의 사양은 아래와 같다.

위의 제품 사양에서 특징적인 것 몇가지를 볼 수 있다. 우선, 수명이다. 일반적으로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의 수명은 MTBH(Mean Time Between Failure : 오류 발생까지의 평균시간)으로 표기한다. 하지만 이 제품의 경우 내부의 구성품이 플래시메모리인만큼, 재기록 회수로 그 수명을 표기하고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자주 내용을 재기록해야 하는 환경이라면 이 제품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매뉴얼에도 그러한 부분에 대한 경고를 하고 있다.)

또한 소비전력 역시 눈여겨 보아야 할 부분이다. 수치가 좀 크게보일지도 모르겠는데, 단위가 mW라는 점에 주목하자. 일반적인 하드디스크 드라이브가 보통 10W 이상 20W 이하의 전력을 사용하는데 비하면 대단히 적은 전력만을 소모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일반적인 사용에서 기록보다는 읽기가 훨씬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평균 소모전력은 0.2W를 한참 밑돌 것이다.

동작환경 역시 이 제품이 가지는 특징중 하나이다. 온도/습도/진동/충격 모든 면에서 기존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면을 보이고 있다.

가격은 역시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며, 어지간한 시스템 서너대의 가격대를 보이고 있다.

일반적인 하드디스크와의 비교

그런데, 자꾸 한계상황, 한계상황 그러면서 동작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또한 다른 잡다한 동작 환경을 언급하고 있는데, 그러한 수치적인 내용이 전혀 감이 오지 않는 사용자를 위해서 일반 하드디스크가 가지는 동작환경 표와 비교를 하자면 아래의 표와 같다. 물론 여기에 언급하고 있는 것은 "비동작시"가 아닌, 동작시의 환경이다.
 

완전히 다른 특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 상당히 이채롭다. 흔히 "산업용 시스템"을 이야기한다. 이들 시스템은 대단히 "터프한" 환경에서 동작하고 있으며, 당연히 제품의 신뢰성은 외부에서의 충격에 얼마나 잘 버틸 수 있느냐가 좌우한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상당히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은 되지만 스펙만 보아서는 과연 저러한 수치가 무슨 가치가 있는가라는 의문점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품의 구성

이 제품은 노트북용 인터페이스를 채택하고 있으며, 따라서 그 외관의 형태는 12mm의 두께를 가지는 일반 노트북용 하드디스크와 거의 동일하다. 다만, 노트북용 IDE 커넥터는 파워 케이블을 포함하는 44핀 헤더를 가지며, 이것이 일반 40pin 케이블을 그대로 수용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일반 시스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3.5" 베이용 가이드와 일반 40pin ATA 커넥터/1" 파워커넥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젠더를 포함하고 있다.

젠더는 이 제품에 직접 연결하는 것이 아닌 케이블로 연결하는 형식이다. 떼어낸 모습과 연결한 모습은 아래와 같다.

젠더를 붙인 모습과 분리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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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박스 내부의 구성은 조촐하기 그지없다. 드라이버도 필요없으며 1GB 의 하드디스크에 유틸리티가 필요할 리도 없고, 그렇다 보니 포함되어 있는 것은 하드디스크 본체와 3.5" 베이용 가이드, 일반 40핀 커넥터 및 파워커넥터 연결용 젠더 등이 하드웨어적 구성의 전부이며, 나머지는 제품보증서 등의 서류뭉치(?) 뿐이다.

그 외에는 별로 특별한 부분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기존의 하드디스크들은 많이 보던 것이지만 이러한 제품은 만나기조차 수월치 않다. 내부 구조가 궁금하지 않으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