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투명 모니터, Futura, OZ-770A

큰그림보기

"시스루(See-Through) 디자인"인가...

신형 iMac의 카다록에 나와 있는 사진. 마치 강아지 다섯 마리가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 같다. 애플 홈페이지에서 발췌

1998년 8월, 애플사는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는 애플 매킨토시의 시장을 회복하기 위해서 그전과는 디자인 컨셉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잡은 시스템인 iMac을 출시한다. iMac은 컴퓨터를 하나의 "정보기기"라는 개념에서 "엔터테인먼트" 혹은 "토이"의 개념으로 바꾸면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그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형태적인 특징과 가격선, 그리고 소비자의 요구가 맞아떨어졌다는 것도 크게 작용하지만 무엇보다도 iMac이 가지는 혁명적인 디자인, 그중에서도 시스루 디자인이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스루 룩. 프랑스 디자이너 다니엘 트리블리아드의 98~99 추동복 컬렉션중 한 장면. 누드..도 사진이 필요하신가?

사실 많은 곳에서는 누드(nude) 디자인이라고 말들을 한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것이 어디 누드 디자인인가? 60년대 중반과 97~98년 여름, 패션계에 들이닥친 "비치는 옷감"을 이용한 패션을 무엇이라고 불렀는지 상기해보자. 시어(sheer) 룩, 또는 시스루(see-through) 룩이라고 불렀다.(누드라는 것은 옷이 없는 것을 누드라고 부른다.... 침닦으시고...) 필자가 왜 이렇게 쿨한 사진까지 들이대어가면서 시스루 이야기를, 그리고 누드 이야기를 하는가하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저 모니터가 과연 누드 디자인인가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보기 위해서이다.

그렇다. 엄밀하게 말하면 흔히 말하는 "누드"는 "시스루"라고 불러야 옳다. 어디서 누가 누드라고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투명한 프라스틱을 사용해서 만든 제품을 누드 디자인라고 부르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만 불리는 또하나의 "콩글리시"가 아닐까? 뭐 필자가 아무리 이렇게 울부짖어 봐야 많은 사람들은 그래도 지구는돈다.. 가 아니라 그래도 저것은 누드이다 라고 말하고 다닐테니 필자의 이러한 고민은 무용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이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분들은 "저것은 누드 디자인이다"라는 표현보다는 "저것은 시스루 디자인이다"라는 표현을 쓰게 된다면 필자로써는 뿌듯함을 느낄지도.....

여하튼, 아이맥이 그러한 시스루 디자인을 만들어낸 이후로 상당히 많은 시스템 제조업체들이 그 디자인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모니터, 케이스를 비롯해서 여기저기에 시스루 디자인이 사용되는 것을 흔히 본다. 하지만 여기에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잠재해있다. 문제점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언급하도록 하겠다.

이 모니터 역시 그러한 시스루 디자인 열풍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모니터 전면부의 베젤은 유백색의 반투명 프라스틱으로, 후면부는 최초의 아이맥이 선택하고 있는 네이비블루 톤의 반투명 프라스틱으로 덮어놓았다. 과연 이러한 디자인이 아이맥과 "같은 컨셉"을 가지고 만들어진 것인가, 그것이 아니면 "단지 유행을 따르기 위한" 것인가는 심각하게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제품사양

이 제품은 외관이 투명하다는 것을 제외하면 기본적으로는 일반적인 17" 섀도우마스크 모니터라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다. 다만, 근래의 추세를 반영하듯, 높은 영상대역폭을 지원함으로써 보다 높은 해상도와 높은 리프레시 레이트를 제공해주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17" 급 모니터임에도 불구하고 저가형 19인치 모니터가 제공해 주는 1600x1200x75Hz를 제공해 주는 것이 눈에 띈다. 또한 OSD의 항목에서 S/W 보정과 포커스 보정이 들어가 있는 부분 역시 특이한 부분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러한 높은 해상도와 높은 영상대역폭을 지원해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력단자는 고정된 15핀 D-SUB 케이블만을 가지고 있다. BNC 단자를 지원해주지 않는 점이 대단히 아쉽다. 소모전력 역시 17" 급 모니터치고는 대단히 큰 편이어서, 110W를 소모하고 있다.(대개, 17" 모니터의 소모전력은 90W 내외이다.)

디자인

1. 외부 금형

필자의 리뷰를 자세히 보신 독자라면 아시겠지만, 디자인에 상당히 많은 신경을 쓴다. 모니터는 사용자가 언제나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모니터 역시 그러한 이야기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오른쪽의 사진을 보자. 전면 베젤에는 유백색의 반투명 베젤을, 그리고 뒷부분에는 네이비 블루의 색상을 채택하고 있다.

전면부의 사진에서는 중앙 하단에 있는 퓨츄라의 로고를 볼 수 있으며, 상당히 정돈된 느낌을 주는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측면 및 후면부 역시 별다른 점은 느낄 수가 없다. 후면부에는 근래 모니터들의 추세인, 자사 로고를 음각 또는 양각으로 새겨넣은 부분이 있는데, 특이한 점은 이 로고를 교체할 수 있도록 교체형 베젤로 만들었다는 것이다.(다른 곳에 OEM으로 제공할 때를 위해서 그렇게 해 놓은 것으로 추측된다.)

옆면에서는 몇몇 환기구를 볼 수 있으며, 모니터의 구조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마치 교육용 모니터같은 느낌마저 준다.

후면부에서는 전원 커넥터와 모니터에 고정되어 있는 상태의 D-SUB 케이블을 볼 수 있다. 유감스러운 점은 D-SUB 케이블이 완전히 고정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약간 거추장스럽다는 점과 케이블이 짧다는 점이다. 다른 모니터들이 가지고 있는 케이블 길이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케이스가 좀 멀리 있거나 할 경우에는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다.

모니터의 속이 훤히 보이고 있다. 그렇다. 시스루 룩을 채택한 모습이다. 하지만 아이맥에서의 그런 시원스런 맛을 느끼기가 어렵다. 똑같이 투명한 디자인이지만 어째서 아이맥은 시원스럽고 깔끔한 느낌을 주고 있는데 이제품은 그렇지 못할까. 이 부분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흔히 하는 속담(속담이 옛날부터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면 속담이라는 소리다.)에 이런 것이 있다. [똑같이 원색을 사용해도 잘 쓰면 베네통이고 잘못 쓰면 남대문이다]라고. 남대문시장의 패션을 비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단지 빗댄 것일 뿐이니 겉으로 드러나는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기보다는 저것이 뭘 말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자.

아이맥이 왜 시원한 느낌을 주고 있는가, 그것은 아이맥은 애초에 금형설계시부터 시스루 디자인을 택하기 위해서 디자인되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사용자가 바라보는 내부 구조는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기계"라는 느낌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인테리어의 느낌을 강력히 발산하고 있다. 또한 그 형태에서도 둥글둥글한 유기적 디자인을 채택함으로써 사용자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서려고 하고 있다. 금형 자체도 군더더기가 보이지 않도록 설계하였으며, 위치 또한 사용자의 시선을 고려하여 배치하고 있다.

이 제품의 디자인을 보자. 곳곳에서 프라스틱 금형의 강도를 강화하기 위한 부분을 볼 수 있으며, 내부 역시 정돈되지 않은 모습을 여과없이 노출시키고 있다. 다시말하면, 이 모니터의 금형은 "시스루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전혀 아니다"라는 것이며 일반 모니터의 금형을 그대로 따르면서 투명한 프라스틱을 사용한 것 뿐이다. 투명한 프라스틱을 쓴 것은 단지 "근래의 유행이 시스루이므로 투명한 프라스틱을 시험삼아 채용해 봤다"라는 것을 모니터의 디자인 자체가 웅변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무개념 디자인"은 비단 이 제품뿐만이 아니라 근래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시스루 디자인 제품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지대한 문제점이다. 애초에 시스루를 고려하고 디자인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스루로 만들었을 경우 사용자에게 애매한 불협화음을 만들어주게 된다. 특히나 매킨토시같이 "일관된 시스템"이 아닌, 여기저기서 만들어낸 제품들을 조립해서 완성하는 PC라는 시스템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이것저것 시스루로 조합해서 시스템을 꾸며놓으면 원색의, 하지만 별로 유쾌하지는 않은 조합이 만들어지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한 면에서 필자는 투명 모니터보다는 LG774FT가 채택했던 사이버메탈 컬러에 더욱 높은 점수를 주고싶다.

더군다나, 베젤의 자체의 마무리 부분에서도 헛점이 보이고 있다. CRT와 외부 베젤 사이에 상당한 틈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모니터를 세정하거나 할 때 자칫하면 세정액들이 모두 이쪽으로 흘러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좀 더 깔끔한 마무리가 필요할 것 같다.

이러한 시스루를 택하느니, 아예 검은색조를 택했다면 더더욱 사용자들에게 어필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검은색을 택했다면 제품에 무게를 더해줄 수 있으며, 또한 검은색이라는 톤 자체가 유행을 타지 않으며(물론 때도 안탄다. ^_^) 세련된 이미지를 주는 색상중 가장 편하게 구현할 수 있는 색상이기 때문이다.

2. OSD 버튼

이 모니터의 전면부를 보면 OSD 버튼이 눈에 띄지 않는다. 전원버튼은 말할 것도 없다. 뭐가 어디에 있는지 구분하기가 상당히 애매하다. 더욱이 내부 강화골조 때문에 위치가 더욱 혼동된다. 시스루의 개념이 적용되지 않은 금형으로 시스루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부작용 중의 하나다. 어찌되었던, 전면부는 대단히 깔끔한 느낌을 주고 있다. 버튼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버튼 위치와 종류를 나타내는 음각 요철부분이 왼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것들이 쉬이 눈에 띄지 않는다. 왼쪽 사진이 확대해 놓은 사진인데, 상당히 희미하게 버튼 위치가 보이고 있다.

그러면 버튼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생기는데, 모든 버튼들은 모니터의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전면부의 디자인을 상당히 깔끔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왼쪽에 있는 4개의 버튼이 OSD 버튼, 오른쪽의 버튼이 전원버튼이다. 버튼은 전형적인 4버튼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앞의 2버튼은 메뉴의 설정, 그리고 뒤의 2버튼은 선택된 메뉴의 상세 수치 조절을 담당한다.

전반적으로는 깔끔한 형태와 잘 배치된 버튼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