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앞에서 필자가 전자수첩 이야기를 꺼내었다. 그 이야기를 읽고 CASSIOPEIA를 단순한 전자수첩 정도의 기기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CASSIOPEIA는 엄연히 "컴퓨터"다. 컴퓨터의 사용에 필수적인 운영체계도 가지고 있다. CASSIOPEIA에 채용된 운영체계는 Microsoft사의 Windows CE이다. 버전은 2.11(빌드 9015). Windows CE를 사용하기 때문에 Windows와 비슷한 사용법을 가지고 있으므로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다만, 액정의 해상도가 일반 PC에 비해 작고 가로대 세로 비율이 4:3이 아니라 3:4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조금 혼란스럽기는 하다.

  Windows CE는 소프트웨어 운영체계이기는 하지만, HDD나 플래쉬 메모리에 저장되지 않는다. Windows CE를 사용할 기기에 맞도록 제작이 된 후, ROM에 기록이 되어서 제품에 설치가 된다. 즉, WIndows CE는 업그래이드가 불가능하며, 기기에 장착된 버전의 CE를 기기의 수명이 끝나는 순간까지 사용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ROM에 저장이 되어 있으므로 사용자가 내용을 수정하거나 중요 파일을 지울 수 없다. 만약 CASSIOPEIA가 정상적으로 작동을 하지 않는다면, 소프트웨어 리셋을 이용하여 설정 내용을 초기화하거나 아니면 배터리를 모두 제거하여 메모리의 모든 내용을 제거하면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을 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필자도 리뷰중에 한글 Add-on 프로그램 설치를 잘못하여 정상 작동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는데, 배터리를 모두 제거하여 메모리에 저장된 내용을 모두 소거하여서 복구를 한 적이 있다. (Windows CE는 정상적으로 작동하였지만, 그동안 저장한 모든 내용은 사라졌다.)

  CASSIOPEIA에 기본으로 내장된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위의 프로그램들이 Windows CE와 같이 제공이 되며, 사용자가 필요한 프로그램은 PC를 통하여 CASSIOPEIA에 설치를 하여 CASSIOPEIA의 기능을 확장할 수 있다. 필자의 경우 한글 입출력을 위해 "지필묵"이라는 한글 Add-on 프로그램을 설치하였으며, 몇 종류의 게임 및 텍스트 파일 리딩 프로그램, 그리고 Microsoft사의 Media Player를 추가로 설치하여 리뷰 기간동안 사용을 하였다. 프로그램의 설치는 두가지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한가지는 PC에서 설치용 프로그램을 실행하여 ActiveSync를 통해 설치를 하는 방법으로, PC에서는 설치 프로그램등을 통해 설치하는 방법과 거의 유사하다.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 설치용 프로그램이 지원되지 않으며, 이 경우는 실행파일을 CASSIOPEIA로 직접 전송을 한 뒤 메뉴를 통해서 실행하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설치용 프로그램을 통해 설치를 할 수 있었으나, 일부 프로그램(일반적으로 사용자가 비영리적 목적으로 만든 프로그램이다)은 직접 전송을 하여 설치를 해야만 했다. 프로그램의 제거도 PC와 거의 동일하여, 인스톨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설치한 프로그램은 프로그램 제거 항목을 통해 제거를 하면 되며, 직접 설치한 프로그램은 실행 파일을 지우기만 하면 된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프로그램 가운데, 몇몇 프로그램은 필자의 사용 스타일 때문에 테스트를 하지 못하였다. (필자의 사용 방법상 전혀 쓸모가 없는 프로그램이 몇개 있었다. 사용자마다 사용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사용자에게 쓸모가 없다는 소리는 아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프로그램들(Calendar, Contacts, Note Taker, Tasks, Calculator 등)은 유용하게 사용을 할 수 있었다. 특히, 개인적인 사정으로 매우 바뻤던 리뷰기간 내내 Calendar와 Tasks 프로그램은 필자의 오른팔이 되어 주었다. 두 프로그램 다 Microsoft사의 Office 시리즈에 포함이 되어 있는 Outlook의 각 기능과 거의 유사해서 더욱 더 도움이 되었다. (참고로 필자는 Outlook을 많이 사용한다.) ActiveSync를 이용하면 CASSIOPEIA에 저장된 일정 정보 및 작업 데이터 등을 Outlook과 연계를 할 수 있으며, 그 경우 활용도는 더욱 더 높아질 수 있다.

  PDA, 특히 PPC는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중요하다. HPC의 경우 키보드가 장착되어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지만, PPC는 키보드가 없다. 키보드를 대신해서 사용자의 입력을 받아들일 디바이스의 인터페이스가 불편하다면 사용자는 사용을 그만두는 그 날까지 불편함을 참아가면서 사용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CASSIOPEIA는 액정 자체가 터치 액정으로 일반적인 입력은 액정에서 스타일러스 팬을 이용하여 처리가 가능하다. 일단, 터치 액정이 포인팅 디바이스의 역할은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문자 입력은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해할 독자가 많을 것 같다. 문자 입력도 역시 터치 액정으로 이용하여 입력을 한다. 입력 방법은 기본적으로는 두가지이며, 지필묵을 설치하면 세가지 방법으로 늘어난다. 기본적인 두가지 방법은 액정에 키보드 그림이 표시되어서 그 키보드를 누르면 문자가 입력되는 방법(소프트웨어 키보드)과, 그라피티라는 특수한 기호를 문자 대신 입력하면 CASSIOPEIA가 그것을 문자인식 방법으로 인식하는 방식이 있다. 그리고 지필묵을 설치할 경우는 한글과 영문을 모두 그라피티가 아닌 필기체로 입력하면 지필묵이 문자인식 방법으로 입력을 받는다. 필자의 경우 그라피티 사용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지필묵을 설치하여 한글과 영문을 모두 입력하였다. 지필묵의 필기 인식 성능은 상당히 좋아서 어느정도 흘려서 글자를 쓰더라도 별 문제 없이 정확히 인식을 해 내었다. 다만 모양이 복잡한 글자들은 모양을 바르게 입력하여야 정확히 인식이 되었다. 강력한 인식 엔진을 채택한다면 복잡한 글자의 경우에도 흘려써도 문제없이 인식을 할 수 있을 것이지만, 강력한 인식 엔진에 의한 메모리 점유량 증대와 시스템 자원 감소에 의한 불편함이 더 크기 때문에 인식 능력과 시스템 점유의 밸런스를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필자가 사용했던 "지필묵"은 폰트를 제외한다면 큰 문제가 없으나, 폰트 파일의 크기가 너무 큰 것 같은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CASSIOPEIA에는 기본으로 16MB의 메모리가 장착되어 있다. 16MB라면 꽤 작은 용량이라고 생각할 독자가 많을 것 같다. 그러나 Windows CE의 특성상 프로그램의 크기가 작고, PPC의 사용 특성상 대용량 데이터를 이용한 작업은 거의 없기 때문에 16MB면 일반적인 사용자에는 충분한 용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6MB로는 메모리 용량이 부족할 수 있다. 이 때에는 CF(Compact Flash) 카드를 이용하여 메모리를 확장할 수 있다. CF 카드는 CASSIOPEIA의 윗부분에 있는 CF 카드 슬롯에 장착을 하며, 필자는 64MB의 카드를 장착하여 테스트를 해 보았다. 64MB를 모두 시리얼 포트를 이용하여 전송을 하려니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서 USB 방식의 CF 카드 리더를 이용하여 자료를 미리 전송을 하는 방법을 택하였다.
  CF 카드에는 MP3 파일 약 20MB와 각종 텍스트 파일, 그림 파일 몇개를 넣었다. 텍스트 파일의 양이 조금 많아서, CF 카드에는 약 35MB 정도의 용량이 사용되었다. CASSIOPEIA는 CF 카드를 완벽하게 인식을 하였고, 기본 메모리를 사용하는 것과 거의 비슷한 방법으로 CF 카드 내의 파일들을 엑세스 할 수 있었다. PC로 비교를 하자면 C 드라이브를 기본 드라이브로 사용하다가 D 드라이브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정도의 기분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카시오페아는 MP3 플레이어로도 변신(???)을 할 수 있다. 기본 내장되어 있는 스피커로도 MP3 파일을 청취할 수 있지만, 이어폰 단자를 이용하여 이어폰이나 외장 스피커로도 MP3 파일을 청취할 수 있다. MP3 재생용 프로그램으로는 Microsoft사의 Media Player를 사용하였다. Media Player가 EQ 기능을 지원하지 않아서 음향효과는 적용을 할 수 없었지만, MP3 원래의 음은 음질을 크게 손상받지 않은 상태로 들을 수 있었다.

배터리 수명

  CASSIOPEIA는 컬러 TFT 액정을 사용한다. 그래이 스케일 액정을 사용한 PPC에 비해 전력소비량이 큰 것은 당연한 이야기가 된다. CASSIOPEIA에 기본으로 적용된 Li-ion 배터리로는 최대 약 6시간정도 사용을 할 수 있다고 설명서에서는 밝히고 있다. 하루에 약 한시간  정도 사용한다고 가정을 하면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을 한 뒤 약 6일 정도 사용을 할 수 있다. 그러나 6시간이라는 수치는 액정의 백라이트를 어둡게 했을 경우의 수치이고 액정의 백라이트를 밝게 했을 경우에는 그 수치는 많이 차이가 난다. 필자가 리뷰기간동안 완충을 하고 약 3일정도 사용을 하자, 배터리 충전 경고 메세지를 볼 수 있었다. 필자가 하루에 약 1시간 이상씩 사용을 하였고, 액정의 백라이트를 어느정도 밝게하여 사용을 했으므로, 최대한 절전을 하면 6시간 사용은 가능할 듯 하다.

아쉬운점

  일단, Windows CE가 영문판이라는 점이다. Windows CE의 경우 앞에서 말한바와 같이 ROM에 설치되어 기기와 함께 제공되는 OS로, 업그래이드나 변경이 불가능하다. 영문판 CE이기 때문에 한글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한글 입출력용 Add-on 프로그램을 설치해야만 했다. 그 때문에 약 3메가 가까운 용량의 메모리를 다른 용도로 사용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16MB의 메모리 용량으로 프로그램 및 데이터의 저장과 프로그램의 실행을 모두 다 해야하는 CASSIOPEIA에게 3MB 가까운 용량은 상당히 큰 용량인 것은 분명하다. 만약 CE가 한글판이었다면 3MB의 메모리 낭비는 없었을 것이다.

  다음으로 부족한 숫자의 기본 지원 애플리케이션을 들 수 있다. Windows CE용 애플리케이션의 수가 적은 현 시점에서는 제공되는 애플리케이션의 수가 상당히 중요하다. 더욱 아쉬운 점이라면 이번에 리뷰를 한 E-100의 상위기종인 E-105에는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CD-ROM이 기본 제공되는데 비해 E-100의 경우는 옵션으로 별도 구매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마치면서

  국내 PPC 사용자 중 CASSIOPEIA에 관심을 가진 사용자의 수가 꽤 많다. 컬러 액정을 지원하고 여러가지 면에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이 되지 않아서, 여러 유통경로를 통해 국내로 들어오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그 수량이 제한되어 있으며, A/S 등 여러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모 업체에서 CASSIOPEIA를 정식으로 수입을 할 예정이라고 하고 있다. 그동안 CASSIOPEIA를 구매하려고 했으나 여러가지 문제로 구입을 미뤄왔던 분이라면 가격 문제만 맞는다면 구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PPC 사용자가 점차 많아지면서 PPC도 여러 기능을 가져야만 하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소프트웨어 지원일 것인데, Windows CE를 OS로 채택한 CASSIOPEIA는 이 점에서는 상당히 유리할 것으로 생각이 되어진다. 자체 OS를 채용한 PPC에 비해 WIndows CE라는 공통의 OS를 채용한 PPC는 애플리케이션의 제작이 좀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PPC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좀 더 발전된 성능의 PPC도 등장을 할 것이며, 그때가 되면 현재 CASSIOPEIA 정도의 PPC는 "퇴물" 취급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CASSIOPEIA 정도면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는" 성능을 보여줄 수 있다.

  필자가 며칠동안 리뷰를 하고 난 뒤, "견물생심"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리뷰를 위해 대여를 한 CASSIOPEIA를 돌려주기가 싫었기 때문이다. 리뷰 기간 내내 필자의 오른팔이 되어준 CASSIOPEIA를 돌려준다는 생각을 하니 앞이 까마득했다. 아마 독자 여러분도 CASSIOPEIA를 사용하다가 떠나보낸다면 이러한 느낌이 들 것이다. 아쉬움을 달래면서 리뷰를 마칠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