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리뷰] XEON을 해부한다

큰그림보기

XEON, 그 전설의 프로세서

펜티엄 프로 프로세서 인텔의 홈페이지에서 발췌

인텔은 펜티엄 MMX 이후, 자사의 프로세서 라인업에 서버 및 웍스테이션 군을 따로 추가하였다. 그래서 펜티엄 프로가 등장하였고, 펜티엄 프로는 4-way SMP의 지원이나 막대한 메모리를 사용할 수 있는 등의 기능을 앞세워 일반 사용자 시장보다는 웍스테이션 및 서버 시장에서 그 영향력을 널리 떨쳐왔다. 그런데, 펜티엄 II가 나온 이후 서버군은 마땅한 후속타가 없었고, 그 시장은 꾸준히 펜티엄 프로의 차지였다. 그 이유는 펜티엄 II 프로세서가 2-way까지의 SMP만을 지원하였으며, 최대로 사용할 수 있는 메모리가 1GB로 제한되었다는 점, 그리고 결정적으로 펜티엄 프로에서보다 더 느린 속도의 캐시를, 그것도 단지 512KB의 용량만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것은 펜티엄 II 프로세서라는 것이 P6 코어를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실상 펜티엄 프로의 후속타가 아니라 펜티엄 MMX의 후속타였기 때문에 일반 사용자를 더 고려하였던 이유에 기인한다. 그 이후 인텔은 캐시 공급자(NEC, 삼성 등)들이 400MHz를 상회하는 고속의 캐시를 제조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 직접 CPU의 코어클럭과 동일한 속도로 동작하는 캐시를 제작하고 이를 탑재한 프로세서를 만드는데, 그것이 바로 XEON 프로세서이다.

펜티엄 III Xeon의 로고 인텔의 홈페이지에서 발췌

XEON은 캐시의 제작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이유 때문에 그 가격이 대단히 높다. 이것에 대해서는 탐즈 하드웨어 가이드에서 98년도에 Pentium II XEON 프로세서 (512kB 캐시)를 분해하고 성능을 측정한 기사를 실은 바 있다.(기사참조) 그 이후 Pentium III Xeon 프로세서나 1MB 이상의 캐시를 가지고 있는 XEON 프로세서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물론 구경하기조차 힘들지만.) 일반 사용자에게 있어서는 성능의 차이도 보기 힘들거니와 가격이 너무나 비싸기 때문에 일반적인 프로세서라고 간주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8-way의 멀티프로세싱이 가능하다던가 최대 8GB에서 16GB의 메모리를 지원할 수 있다던가 하는 기능은 서버에서의 성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부분이기에 서버 및 웍스테이션 시장에서는 그 입지를 탄탄히 굳히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에 필자가 입수한 Xeon 프로세서는 550MHz의, 1MB의 캐시를 탑재하고 있는 프로세서이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프로세서 가격만 270만원을 상회한다고 한다. 물론, 업체에서 구입하는 가격이 그렇다. 소비자가 구입하는 가격은 300만원 정도라고 간주할 수 있겠다. 혹시나 해서 2MB의 캐시를 가지는 제품도 판매하는가를 물어봤는데, 물론 있으며, 가격은 470만원(-_-;;; 솔직히, 저걸 듀얼로 꽂느니 컴퓨터 사는 것을 포기하고 중형차를 한 대 사고 말겠다.)이라고 한다. 제품을 재고를 쌓아놓고 팔 수는 없는 물건이기 때문에 주문하고 일주일 후에 배송된다는데..(당연히, 비행기타고온다.)

필자는 용감하게도 이 제품을 해부해보기로 했다. 성능측정은 현재 이것을 사용할 수 있는 메인보드가 없어서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차후로 미루기로 하고(과연... 가능할까...) 일단, 많은 사용자들이 궁금해하던, Xeon은 어떻게 생겼는가, 그리고 속은 어떻게 생겼는가를 살펴보는데 초점을 맞추기로 하겠다. 그러면, 시작해보자.

박스를 뜯자!

Xeon의 박스. 평범하긴 한데 좀 무겁다. 큰 그림을 보려면 사진을 클릭.

박스는 평범하다. 다만, 기존의 펜티엄 III와 다른점이 있다면, 좀 무겁다. 그렇다. 좀 많이 무겁다. 왜 무거운가는 잠시 후에 밝혀질 것이고, 써있는 부분들은 펜티엄 III의 박스 또는 셀러론의 박스와 거의 유사하다.

박스에 써있는 550MHz, 1MB라는사양. 놀랍지 않은가. 큰 그림을 보려면 사진을 클릭

이제 위에 써있는 것을 보면 550MHz로 동작하며, 1MB의 캐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선명히 보인다.

Xeon의 경우 캐시의 용량에 가격이 비례한다. 512KB의 캐시를 가지는 제온의 경우는 약 130만원, 그리고 이 제품은 1MB라서 그 두배인 약 270만원, 그리고 당연히 2MB짜리는 그 두배에 가까운 470만원정도의 가격을 형성한다.

박스를 뜯으면 프로세서가 나온다. 이제 왜 그렇게 무거웠는가를 확실히 알 수 있다. 바로 거대한 히트싱크가 그 주범이었다.

이런게 떡하니 붙어있다. 안무거울 수가 있겠는가.
큰 그림을 보려면 사진을 클릭

의아한 점은 액티브 히트싱크(쿨링팬이 붙은 것)가 아닌 패시브 히트싱크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대개의 Xeon 프로세서용 케이스는 프로세서 위쪽으로 쿨러를 위치시키거나 혹은 프로세서를 통해서 바람이 지나가도록 설계하므로 패시브 히트싱크로도 충분히 냉각효율을 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러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 외에는 매뉴얼 한권과 스티커(!!)가 들어있었다. 스티커는 저 위에있는 펜티엄 III Xeon의 로고가 박혀있다는 것 외에는 셀러론이나 펜티엄 III의 스티커와 다를바 없다. 내심 스틸로 되어 있는 스티커를 기대했었는데, 기대를 배신하고 폴리에틸렌 재질의 스티커가 등장했다.

윗부분에는 아니나다를까 펜티엄 III에서도 볼 수 있었던 프로세서의 정보가 적혀있었다.

프로세서의 시리얼넘버 및 각종 정보가 적혀있는 부분
큰 그림을 보려면 사진을 클릭. 

550MHz의 동작클럭과 100MHz라는 FSB, 그리고 1MB의 L2캐시라는 사양이 적혀있는 것이 선명히 보이고 있다. 제조국은 아일랜드.

프로세서 분해!

과연 속이 어떻게 생겼을까, 이제부터 뜯어보도록 하자. 사실, 이 프로세서를 분해하면서 필자의 얼굴에 식은땀이 주르르 흘러내렸다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겠다. 손이 조금만 삐끗해서 혹여 프로세서에 흠집이라도 나면 당장 이 300만원짜리를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은 필자의 손을 거의 중풍환자 수준으로 부르르 떨리게 하는 것에 부족함이 없었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진행해 보자.

우선, 위의 히트싱크를 떼어내는 것은 간단하다. 다섯 개의 나사를 돌려서 빼내면 거대한 히트싱크가 떨어지고 아래쪽으로는 역시 거대한 알루미늄 합금의 표면이 등장한다.

히트싱크의 윗면과 아랫면. 아랫면에는 히트싱크와 프로세서를 밀착시켜 주는 테이프 비슷한 것이 발라져있다. 셀러론 등을 구입했을 때 쿨러 밑에 붙어있는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좀 크다.
큰 그림을 보려면 그림을 클릭

히트싱크의 아랫면을 보면 허연 테이프 비슷한 것이 있는데, 이것은 히트싱크와 프로세서를 밀착시켜 주는, 서멀 그리스의 역할을 한다. 셀러론의 쿨링팬 밑에 붙어있는 것과 같은 것으로써, 사용중에 프로세서가 열을 발생하게 되면 그 열에 녹아서 밀착하게 되는 방식이다. 이 프로세서가 새것이니까 이것이 떨어졌지, 아마도 며칠 사용하던 프로세서였으면 이 히트싱크는 웬만한 힘으로는 절대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여하튼, 이것 아래로는 뒤쪽 전면이 알루미늄 합금덩어리로 구성되어 있는 프로세서 본체가 등장한다.

 
프로세서 본체. 앞면은 평범한 프라스틱일 뿐인데, 뒷면은 전체가 알루미늄 덩어리다
큰 그림을 보려면 그림을 클릭

여기서, 프로세서의 크기가 별로 짐작이 가지 않고 있다. 저어기 붙어있는 홀로그램 스티커가 펜티엄 III에 붙어 있는 그것과 같은 크기라고 가정할 때 Xeon의 크기가 펜티엄 III의 크기보다 약 2배 정도가 될 것이라고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비교해보자.

펜티엄 III와 펜티엄 III Xeon의 비교
큰 그림을 보려면 그림을 클릭

거의 2배가 넘는 크기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까지는 별로 긴장할 것도 없다. 실제 긴장해야 하는 부분은 이 부분부터였다. 히트싱크야 드라이버로 나사 몇 개만 풀어내면 바로 떨어진다고 해도, 프로세서를 괜히 열었다가 회로 좀 긁고 하면 뭔일 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상당히 갈등했다. 하지만, 한번 시작한 것, 끝은 봐야겠기에, 일단은 진행해 보자.

생각외로 프라스틱 커버는 대단히 쉽게 떨어진다. 펜티엄 III의 프라스틱 커버를 뜯어내기가 상당히 어려웠던 것에 비하면 대단히 의외였던 점이다. 양쪽에 걸쳐있는 래치 4개만 살짝 들면 바로 커버는 벗겨낼 수 있다. 커버를 벗겨내면 아래와 같은 PCB가 등장한다.

커버를 벗겨내면 등장하는 PCB. 코어 및 히트싱크의 뒷면이 보인다.
더불어 3층 구조를 가지는 펜티엄 III만의 Slot2 구조도 볼 수 있다.
큰 그림을 보려면 그림을 클릭

자, 흐르는 땀을 닦아내고 이제 Xeon의 해부를 끝까지 진행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