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MP3 플레이어 Yepp YP-E32H

시작하면서

  몇년 전부터 MP3라는 파일 확장자로 사람들에게 각광받기 시작한 MPEG-1 Audio Layer 3. 컴퓨터에서 시작된 이 열풍은 이 멀티미디어 파일을 휴대용 하드웨어 플레이어에서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이 열풍에 편승하여 많은 회사들이 휴대용 MP3 플레이어를 출시하였다. 삼성전자도 역시 이 MP3 열풍에 편승하여서, MP3 사업에 참여. Yeep이라는 상품명으로 휴대용 MP3 플레이어를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Yeep은 "일반형"과 "고급형" 두가지로 모델로 출시되어있다. 이 두가지 모델의 차이점이라면 라디오 청취여부와 케이스의 재질 및 디자인 차이이다. 이번 리뷰는 일반형 모델인 32메가 메모리가 채용된 YP-E32H모델을 리뷰했다.

  Yeep YP-E32H 의 사양은 다음과 같다.

1. 외형 및 구성

  옙의 박스는 검은색으로 디자인이 되어 있으며, 박스에는 커다랗게 YEPP라고 쓰여있다. 상자안에는 옙전용 프로그램이 들어있는 CD 한장과, 사용설명서, 고객등록카드, 이어폰 1개, PC연결 케이블, 휴대용 주머니가 들어있었다. 프로그램 CD 안에는 옙전용 익스플로어와 music drive 1.0, Audiocatalyst trial version, sample MP3가 들어있다.

  옙을 처음 개봉했을때 느낌은 상당히 가벼워 보이며, 외부 디자인이 깨끗하고 단조롭다는 것이었다. 넓은 LCD 디스플레이와 원형으로 이루어진 버튼의 배열이 왠지 잘맞아 보였다.
  일단 본체를 보면 옆면에 바(bar)형식으로 되어있는 디지털 볼륨과 Repeat, EQ 버튼 그리고 오동작을 방지하는 HOLD 스위치가 있고, 반대쪽에는 MP3파일을 받을수있는 DATA I/O포트와 배터리를 넣을 수 있는 수납 공간이 있다.
  정면에는 상단에 마이크가 있으며, 그 밑에 넓은 LCD 디스플레이가 위치하고 있다. LCD 디스플레이 밑으로는 버튼들이 위치하고 있는데, REC, ERASE, MODE 3개의 버튼은 각각 작은 버튼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표준 컨트롤 키인 재생, 정지, 앞트랙, 뒷트랙 버튼은 원형타입의 큰 버튼 하나에 각각의 방향이 담당하고 있다. 뒷면은 옙소켓에 들어간 카드를 빼기위한 EJECT버튼이 있고, 윗면에는 이어폰 단자와 옙카드를 넣는 소켓으로 이루어져 있다. LCD 디스플레이가 있는 면은 마그네슘 코팅이 되어있고, 그 반대방향은 플라스틱으로 되어있다. 일반형은 이런 모양이지만, 고급형은 본체 전체가 마그네슘 코팅으로 되어있다.
  본체의 조립상태는 휴대용 기기가 받을 수 있는 충격에 대비해 상당히 튼튼하게 되어 있으며, 작은사이즈와 단조로운 디자인과는 달리 "단단하다"라는 느낌이 들게 조립이 되어 있다. 다만, 앞면의 버튼구성과 LCD 디스플레이 창 디자인이 넓은 상단의 크기에 비해서 너무 썰렁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배터리는 AAA사이즈 2개가 들어간다.

2. 전송 및 재생

  제품을 박스에서 개봉하였을 때 메모리에는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PC에 있는 MP3 파일을 옙으로 전송시켜야 했다. PC에 옙의 프로그램 CD에 있는 "Yepp Explorer"를 설치한 후, 실행을 하였다.

  "Yepp Explorer"는 크게 2개의 창으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각각의 창이 플래쉬메모리와 옙카드의 상태를 나타내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하단에는 전송상황과 메모리 용량이 표시되어 사용에 도움을 준다. 사용에 편리한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이므로 초보자라도 별 불편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참고로 필자가 테스트한 Yeep은 기본사양의 모델이므로 별도의 옙카드가 없다. 왼쪽의 그림에 나타난 것 처럼 옙카드 부분은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으며, 옙카드를 활성화시켜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반대편(그림의 좌측부분)의 플래쉬 메모리 영역을 활성화시키면 오른쪽 메뉴로 변경이나 실행이 가능하다.
  파일을 Yepp으로 전송하기 위해서는 도구상자에 있는 "copy to flash memory"를 선택하면 전송을 할 수 있다.  버튼을 누르면 조그만 창이 하나 뜨면서 전송할 파일을 정할 수 있는데, 쉬프트키나 컨트롤키를 이용해서 여러 파일을 묶어서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PC에 있는 폴더구조를 보여주는 창이 없는 것은 고쳐야 할 점이라 생각이 된다. 창과 창사이로 "드래그 & 드롭"이 지원되지 않는점도 시급히 고쳐져야 할 점이라 생각이 된다. 필자의 생각에는 3창구조로 PC의 폴더 트리, Yepp의 플래쉬 메모리, 옙카드 각각을 표시하였으면 한다. 그리고 드래그 & 드롭으로 파일을 전송할 수 있었으면 한다.
  파일 전송이 시작되면 오른쪽 하단에 있는 원형구조의 네모난 그림이 빨간색으로 반전되면서 전송상황을 알려주며, 상태 표시줄에 전송된 파일용량과 속도가 "CPS"단위로 나타난다. 통신에서 다운로드를 하는 기분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그리고 전송후에 플레이 할 곡의 순서는 내부에 있는 "play order" 창에서 변경을 해야만 한다. ("전송 프로그램이 드래그 & 드롭을 지원한다면 이런 불편함은 없을 것인데"라고 필자는 리뷰 기간 내내 생각했다.) 버젼이 1.12이라서 그런지 아직은 편의성을 만족시킬만한 인터페이스는 안된다. 아직까지는 차후의 버전 업을 기대해야 할 것 같다. 다만, "전송중 프로그램이 죽는" 황당한 경우는 없었다. 프로그램의 안정성 자체는 합격점. (만약 프로그램의 안정성까지 나뻤다면... 어떤 리뷰 결과가 나왔을지 필자도 모르겠다.)

  재생을 하면 LCD 디스플레이에 트랙번호와 재생시간, 그리고 MP3파일의 kbps(MP3 파일의 음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배터리의 남은 양, 음장인 이퀄라이저(Classic, Jazz, Rock), MP3 파일의 이름이 표시되었다. 대형 LCD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장점을 10분 발휘하여 여러 정보를 한눈에 보기 쉽도록 배치하였다. 플레이 중 발견한 옙의 장점중의 하나는 MP3 파일의 ID3 Tag가 출력된다는 점이다. ID3 Tag란 MP3 파일의 제목과 앨범, 가수, 년도, 장르를 기록할 수 있는 일종의 꼬리표(tag)로, 대부분의 MP3 관련 소프트웨어는 지원을 하고 있지만, 휴대용 MP3 플레이어에서는 지원하는 제품은 몇 없다. ID3 Tag가 지원이 될 경우 곡의 여러 가지 정보를  MP3 파일에 저장하고 이용을 할 수 있어서 ID3 Tag가 지원되지 않는 플레이어에 비해 좀 더 편리하게 사용을 할 수 있다. (필자의 경우 MP3 파일명은 대충 정하고, ID3 Tag에 자세한 정보를 저장하여 DB화하여 사용하고 있다.)
  PC의 소프트웨어 MP3 플레이어(혹은 MP3 인코더)에서 ID3 Tag를 입력, 저장한 뒤 옙으로 옮기고 재생을 하면, 기록된 ID3 Tag의 정보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천천히 지나가면서 출력이 된다. 그러나 약간의 "제약"이 있다. 한국어와 영어문자는 정확히 출력되지만, 특수문자 및 일본어는 정확히 출력되지 못하고 한글로 깨져서 출력이 된다. 필자처럼 일본음악을 많이 듣는 사용자에게는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디스플레이용 폰트를 내장하는 것도 힘든 일이고, 일본어 및 특수문자를 필요로 하는 사용자가 많지 않음을 감안한다면, "무시못할" 결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리에 민감한 분들을 위해서 여러가지 이어폰을 번갈아 가면서 청취를 하였다. 사용한 이어폰은 Sony 이어폰중 최고급 이어폰인 MDR-E888 (시중가가 약 7만원인 초 고급형 이어폰이다) 및 MDR-E868(역시 하이엔드 이어폰이다), MDR-E838(디지털 입문 이어폰으로, Sony사의 MD에 번들로 제공된 이어폰이다. 참고로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이어폰이다) 및 Yepp에 번들로 제공된 이어폰(필자의 생각으로는 리맥스라는 국내 기업에서 OEM한 이어폰으로 생각이 된다)이다. 여러 이어폰을 바꿔가며 청취한 느낌은 음이 맑으면서 뻗어나가는 음질이며 소프트웨어 MP3플레이어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음질을 구현하고 있었다. 아무런 음장을 실행시키지 않고 재생한 느낌은 좋다. 라는것이 었다.

3. 음장 및 기타 기능

 음장기능인 이퀄라이저는 세가지 종류로 나눠져있다. Classic, Jazz, Rock 세가지 모드인데 필자의 주관적인 느낌으로는 커다란 오류가 있다는 느낌이 든다. 세가지 음장의 뚜렷한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Classic, Jazz, Rock 각각의 장르를 Yepp으로 전송을 하여 장르에 맞는 음장으로 청취를 하여도 그 장르에 최적화된 음질을 느낄 수 없었고, 자세하게 듣지 않으면 최악의 표현으로는 "그게 그 소리"로 들린다는 점이다. 특히 시끄러운 장소(외부의 소음에 의해 이어폰으로 나오는 소리가 많이 외곡된다)에서는 정말 "그게 그 소리"로 들렸다. 참고로 필자의 MD 플레이어인 MZ-R50에 채용된 단순히 베이스를 강조해주는 음장모드인 Digital Mega Bass의 경우 시끄러운 장소에서도 어느정도 음장의 적용 여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음을 강화시켜준다. Yepp의 경우 "원음"을 어느정도 보호하기 위해 음장이 강하게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생각이 되나, MP3 플레이어가 집 안에서 청취를 목적으로 하는 기기가 아니므로, 음장의 강화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생각이 된다. (이점은 아무래도 소프트웨어 MP3 플레이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플레이 모드의 경우 Repeat(반복) 기능과 Random Play(무작위 재생)를 지원한다. 반복모드는 한곡반복, 전곡반복을 선택할 수 있다. 볼륨은 디지털 볼륨으로 크기는 1부터 40까지 조절할 수 있다. 내장된 앰프(앰프라고 해서 오디오의 커다란 앰프로 착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미약한 전기신호를 이오폰에서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소리로 증폭하는 앰프다)는 생각보다 성능이 좋아서 상당히 큰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디지털 볼륨을 사용하여서 기기가 노후화되더라도 저항의 접촉불량등에 의한 A/S 발생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디지털 볼륨을 담당하는 칩이 고장나면 엄하게 돈이 많이 나가지만...)
  전면부를 보면 Erase키가 있는데, MP3 파일이나 녹음을 한 파일을 지울 수 있다. 지울 트랙이나 파일을 정하고 Earse 버튼을 누르면 확인을 위해 한번 더 Earse 버튼을 눌러줘야 한다. 실수로 인한 파일의 삭제를 방지하는 목적으로, 파일을 하나 지우기 위해서는 Earse 버튼을 두 번 눌러야 한다. 한번에 지워지는 것 보다는 확인 과정을 거치므로 실수에 의한 삭제는 거의 막을 수 있으리라 생각이 된다.

4. 녹음

  옙의 특이한 기능중 한가지는 대화나 필요한 음성을 녹음할 수 있는 레코드 기능이다. Yepp의 메모리에 빈 공간이 얼마나 남았냐에 의해 녹음 할 수 있는 시간이 결정된다. 만약 기본 메모리인 32MB가 전부 비어 있다면, 최대 64분까지 녹음을 할 수 있다. 기본으로 녹음되어 저장되는 사양은 32Kbps로 라이브 콘서트나 음악을 녹음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었다. 녹음 장소를 옮겨서 공공장소에서 녹음을 해 보았다. 그러나 그 결과도 그렇게 신통치는 않았다. 볼륨을 최대치로 해서 녹음을 하여도 소리가 필요한 만큼 크게 저장되지 않았다. 그리고 옙을 의식하지 않고 녹음을 진행할 경우 녹음 후 재생시 녹음한 소리를 알아듣기 곤란한 정도였다. 정말 필요한 음성이나 아이디어등을 저장할 때에는 적당한 거리에서 옙을 의식하고 녹음을 해야 나중에 쉽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녹음 기능을 위한 마이크의 개선도 필요한 것으로 생각이 된다. 다만, 메모리의 남은 용량이 KB 단위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으로 계산되어 표시되는데, 이것만은 정말 칭찬해 주고 싶다. KB 단위로 나타낼 경우 어느정도 익숙해지지 않으면 남은 시간을 알기 힘들지만, 시간으로 표시하면 누구나 쉽게 남은 시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5. 전화번호부 기능

   옙은 일반 휴대용 MP3플레이어와 다른 독자적인 기능이 하나 있다. 바로 전화번호부 기능인데, 들고 다니면서 음악을 청취한다는 것을 감안하여, LCD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출력시켜서 편의성에 더욱 치중을 드는 기능이다. 전용프로그램으로 이름과 전화번호를 입력. 저장을 한 뒤에 MP3파일을 보내는 것과 같이 파일을 Yepp으로 전송을 하면 된다. (*.TEL 형식의 파일이 생성된다.) 전화번호부 프로그램의 장점은 Microsoft사의 인터넷 익스플로어에 내장된 주소록 파일(*.WAB 형식)을 그대로 가져올수 있다는 것이다.
  모드를 전화번호부로 바꿔서 출력을 시켜본 결과 번호가 길 경우에는 뒷문자가 작게 나왔다. 이 영역은 MP3파일의 Kbps영역을 나타내는 곳이기 때문에 번호가 길어질 경우 작은 번호로 나온다. 번호는 최대 320개까지 가능하며 역시 파일을 송신하는 것이기 때문에 Yepp에 여분의 메모리 용량이 없으면 보낼 수가 없다.

5. 그외에 문제점

   MP3 플레이어란 어디에서라도 들고 다니면서 들을수 있는 휴대용 음향기기를 의미한다. 하지만, 옙의 경우엔 "휴대용 음향기기"로는 몇가지 모자라는 부분이 있다.
  먼저, 배터리의 용량이 다 되었을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배터리가 부족하면 전원이 꺼진다. 이것은 어떤 기기라도 마찬가지지만, 옙의 경우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전원이 꺼지고 난 뒤 잠시 후, 미약하게 남은 배터리에 의해 Yepp이 다시 전원이 켜진다. 그리고는 자동으로 파일이 재생이 된다. 그러다가 배터리의 전압이 동작접압 이하로 떨어지면 전원이 꺼진다. 그리고 잠시후 다시 켜지는 현상이 순환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배터리의 수명이 끝날 때 쯤이면, 첫번째 트랙이 계속 초반만 무한대로 재생된다는 것이다. 절전 및 배터리 컨트롤 회로의 설계 문제인지 아니면 삼성의 기술력 부족인지는 모르지만, 상당히 불쾌한 것만은 사실이다. 문제의 원인은 전원이 들어오면 자동으로 곡이 플레이 되는 기능인데, 이 기능을 제거하거나 사용자가 원할 경우 동작하지 않도록 변경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이유없는 재실행이 있다. 필자가 걸어다니다가 갑자기 재생이 중지되고 다시 첫번째 트랙이 재생된다던지, Hold 스위치를 Hold 위치에 채우지 않고 다닐 때, 버튼을 누르지 않았지만 저절로 버튼이 눌러져서 동작하는 현상이 있었다. 아무래도 버튼쪽에 버그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짧은 리뷰 기간이라서 그 원인을 정확히 알아낼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버튼을 누를때 신호음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호음이 나온다면 어떤 동작을 했으며, 사용자가 버튼을 잘못 눌렀는지, 아니면 실수로 필요없이 버튼이 눌려졌는지 등을 할 수 있지만, Yepp의 경우에는 신호음 기능이 없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출시된 휴대용 MP3 플레이어 중에서 높은 가격대비 성능비를 가진 옙은 기능이나 디자인면에서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고, 그 외 전반적인 재생기능이나 LCD 디스플레이는 충실한 휴대용 MP3 플레이어이다. 하지만, 의외로 제조사인 삼성전자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세계 최고라고 언제나 자신을 치켜세우는 삼성전자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바란다) 이상동작과 버그등이 눈에 띄어서 약간 아쉽다. 버그만 없다면 추천할만한 제품이라고 생각이 된다. 다음에 출시될 옙의 성능과 편의성을 기대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이번 모델도 좋지만...)

윤필영 / claris@techno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