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체르니 2000 리뷰

시작에 앞서...

음치였던 IBM PC. 단순히 "삑~!" 소리만을 출력할 줄 알았던 IBM PC 호환기종에게 사운드 카드는 음치라는 "죄"를 면해주는 "면죄부"일지도 모른다. 여러 "면죄부"중에 조금 색다른(???) 특징을 가진 "면죄부"가 있어서 소개를 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를 할 중도전자의 체르니 2000 카드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잘 한 카드라고 볼 수 있다. MD나 DAT등 디지털 음향기기를 사용하는 유저에게 필요한 디지털 라인 아웃 기능을 기본으로 갖추고 출시된 카드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음향기기 사용자의 수가 예전보다 많이 늘어난 현 시점에서 디지털 라인 아웃은 디지털 음향기기와 컴퓨터를 동시에 사용하는 유저에게 매력적인 기능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다른 사운드 카드들이 디지털 라인 아웃, 특히 옵티컬 라인 아웃을 위해서는 별도의 옵션을 구매해야 하는 것에 비해 체르니 2000은 카드 자체에 디지털 라인 아웃 단자가 장착되어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1. 외형 및 구성

체르니 2000 카드 기판을 처음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기판의 색상이다. 다른 카드들이 일반적으로 녹색이나 금색 또는 검은색 계통의 PCB 기판을 사용하는데 비해 체르니 2000은 코발트 블루색의 PCB 기판을 사용하여 다른 카드와 차이를 보였다. 그 다음으로는 부품들의 배열이 꽤 깔끔하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중심칩인 ForteMedia사의 FM801 칩을 중심으로 회로가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고, 다른 부품들도 가지런히 정렬된 상태로 기판에 장착되어 있다. 중심칩인 ForteMedia사의 FM801 칩 자체가 단일 칩으로 사운드 카드의 거의 모든 기능을 담당하는 원칩 솔루션을 지향하는 칩이기 때문에 깔끔한 설계가 가능한 것으로 생각된다. 기판 및 부품 배열은 10점 만점에 9.5점 이상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브라켓 쪽 단자들을 살펴보면 단자에도 신경을 꽤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날로그 입 출력 단자는 금도금 단자를 사용하여 단자의 접촉부에서 생기는 잡음 및 음질의 열화를 최대한 줄이고 있으며, 각 단자의 몸체는 컬러 처리를 하여 단자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박스에는 PC-99 규격을 준수했다는 설명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카드가 장착된 상황에서는 예상과 달리 각 단자의 색상이 잘 보이지 않았다. 확장 카드 슬롯이 있는 컴퓨터의 뒷면이 일반적으로 빛이 잘 들지 않는 곳이라는 점도 한 원인이었지만, 브라겟에 뚫려있는 구멍의 크기가 너무 작았기 때문이었다. 브라켓에 있는 단자 구멍의 지름을 1내지 2mm 더 크게 뚫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디지털 아웃을 위해서 SPDIF 단자와 Toslink 단자(흔히 옵티컬 라인 아웃 단자라고 부름)가 각각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SPDIF 단자만을 지원하는 카드들의 경우 Toslink 입력만을 받아들이는 디지털 음향기기와 연결을 하기 위해서 사용자가 직접 Toslink 단자를 사서 SPDIF/Toslink 변환 회로를 조립을 하거나 (IC 하나와 Toslink 송신기 하나만 있으면 되지만 조립하는 일이 꽤 귀찮다. 특히 국내에서는 Toslink 송신기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도 사용자를 짜증나도록 하는 일이다.) 아니면 옵션으로 판매 되는 Toslink 모듈을 구입해야만 한다.(참고로 이렇게 별도로 판매되는 모듈은 가격이 장난이 아닌 경우가 많다.) 그러나 체르니 2000의 경우 양 디지털 아웃 단자를 모두 지원하므로 SPDIF 방식의 디지털 아웃 및 Toslink 방식의 디지털 아웃을 사용하는 사용자 모두에게 별다른 추가비용 없이 곧바로 디지털 음향기기와 컴퓨터를 접속할 수 있도록 해 준다. 특히 구성품에 있는 광케이블은 옵티컬 라인 아웃을 사용하는 사용자에게는 다른 카드에서 볼 수 없는 체르니 2000만의 매력적인 장점이다. 광케이블을 시중에서 구입할 경우 어느 정도의 금전적 지출을 따로 해야 하지만 체르니 2000의 경우에는 광케이블이 제품에 포함되어 있어서 광케이블을 구입하기 위한 별도의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카드와 달리 디지털 아웃 단자 두개가 카드에 직접 붙어 있고 대신 미디 포트가 별도의 브라켓으로 제공되는 것도 눈여겨 볼 만한 점이다. 디지털 아웃 단자가 별도 브라켓으로 제공될 때 일어날 수 있는 잡음등을 카드 설계시부터 사전에 방지한 점도 이 카드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잘 쓰이지 않는 미디 포트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칭찬할 만 하다. 다만, 미디 장비를 연결하거나 조이스틱을 장착하려는 사용자는 설치시 슬롯을 하나 못쓰는 일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전문적으로 미디를 사용하려는 사용자는 이 카드를 쓸 일이 별로 없을 것이고, 조이스틱의 경우 USB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제품의 비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슬롯이 하나 더 점유될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만약, 포트를 설치해야 하고 슬롯도 차지하지 않아야 한다면, 포트를 브라켓에서 분리하여 케이스에 장착하는 편법으로 해결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작업도 조금 성가신 작업이 될 것이다.)

같이 제공되는 드라이버 및 프로그램 CD는 조금 불만사항이 있다. 다른 사운드 카드와 공통인 드라이버 CD가 제공되는 점이다. 야마하 744 사운드 칩셋을 사용한 체르니 744 카드(체르니 2000의 이전모델이다)용 드라이버가 같은 CD 안에 들어있는 점이다. 거기에, 디렉토리 이름이 사운드 카드 이름이 아니라 칩셋 이름으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초보자나 설치시 설명서를 잘 읽지 않는 사용자는 혼동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다.

드라이버 CD 내에는 Windows 95/98 외에도 NT 4.0 및 DOS용 드라이버가 같이 있었으며, 통합 파일 연주기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는 거원 제트오디오 4.7 MD 버젼이 들어있다. MD 버젼의 다른 점은 곡간에 무음부를 넣을 수 있다는 점이다. MD나 DAT 녹음시 곡간에 사이가 너무 짧으면 트랙을 나눠주지 못하는 점을 방지하는 기능이 추가된 것이다. 그러나 꼭 MD나 DAT 사용자만을 위한 프로그램은 아니다. 전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멀티미디어 포멧이 거의 다 지원되기 때문에 일반 사용자도 유용하게 사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Windows 98 이외의 운영체계용 드라이버 지원 상황을 살펴보면, Windows 2000용 드라이버는 현재 베타 드라이버가 제공되고 있으며, Linux 용 드라이버는 사용자가 직접 ForteMedia 사 웹 사이트에서 다운을 받아야 한다. Linux 사용자가 많아지는 현 시점에서 다운로드를 해야 한다는 점은 Linuxer에게는 썩 좋은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