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한 이 : 오민준 (555jura@hanmail.net)

  웰빙(well-being)이란 무엇일까? 최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단어 가운데 하나인 웰빙은 정확한 정의가 내려진 단어는 아니다. 검색을 해보면 "몸과 정신 건강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 정도로만 되어 있을 뿐이다.

  말이 거창해서 웰빙이지만 개인적으론 물질적인 것에 얽매이지 말고 자기 편한 대로 생활하는 것을 웰빙이라고 말하고 싶다. 대부분 직장인의 경우 정신적 건강을 지키는 건 사실 많이 힘들다고 본다. 그렇다면 몸이라도 편해야 하지 않을까?

  사무직 직장인의 웰빙의 첫단계는 바로 컴퓨터를 좀 편하게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직장에서의 많은 시간을 자신의 컴퓨터 앞에서 생활하는데 그 컴퓨터 마저 편안하게 사용하지 못한다면 그것만큼 불행한 것도 없을 것 같다.

  특히나 입력장치(키보드, 마우스)의 경우 직접적인 사용 시간이 많은 기기이기 때문에 컴퓨터 앞에 앉아 사무를 보는 직장인이라면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다. 웰빙 라이프의 첫 단추는 바로 입력기기의 웰빙이다.

  개인적으론 컴퓨터 내부 부품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서 많은 하드웨어를 사용해보았지만 솔직히 내부 하드웨어의 발전은 숫자의 증가(?)에 비해서 체감적인 성능은 그리 괄목한 정도는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이젠 소프트웨어 발전에 하드웨어가 따라가는 듯한 느낌도 주고 있다.

  뭐 아무튼.. 입력장치에 관심을 갖은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불과 1년전까지만 해도 96년 처음으로 구입했던 컴팩 컴퓨터의 번들 101키 키보드를 사용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직업적으로 글을 적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서 그와 관련된 것들에 관심을 갖다보니 자연스럽게 키보드와 마우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컴팩 번들 101키 키보드에서 로지텍 엘리트 키보드으로, 다시 로지텍 엘리트 키보드에서 앱솔루트 Mechanical X를 사용해 보았다. 물론 중간중간에 많은 키보드를 접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욕심의 결정체는 바로 오늘 이야기 할 궁극(?)의 키보드인 체리 G80-3000 넌클릭 기계식 키보드이다.

  국내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급 키보드 중 하나인 체리 키보드는 키보드에 대한 관심이 많아야 한번 쯤 들어봤을 정도의 키보드이다. 일단은 가격이 14만원 정도 하기 때문에 만원 안쪽의 맴브레인 방식의 삼성 키보드를 사용하는 유저라면 사치(?)라고 할 수 있다.

  14만원이면 하드웨어에 관심이 많다고 자부하는 필자의 경우에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가격이다. 14만원이라는 가격에 대한 이야기는 뒤에서 좀 더 해보도록 하자.

  일단 박스 포장을 보면 색상 사용에 있어서 아이보리와 초록색을 사용해서 상당히 깔끔하면서 세련된 디자인을 보이고 있다. 키보드를 볼 수 있도록 박스를 투명처리한 것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체리 G80-3000 넌클릭 기계식 키보드(이하 체리 키보드)의 외형을 살펴보면 일단 상당히 단순하게 디자인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기존의 봐오던 키보드들의 외형에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으로 볼 수 있다.

  취향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화려하지 않고 수수한 느낌, 정말 베이직한 외형은 개인적으론 상당히 선호하는 편이다. 심플한게 제일인 것 같다.

  일반 키보드들에 비해서 가로 크기는 비슷하나 세로가 더 긴 것을 볼 수 있다. 특히나 ESC 쪽의 가장 상단 키들의 위쪽 여백은 일반 키보드들보다 좀 더 여유가 있는 편이다.

  자판의 인쇄는 레이저 방식으로 상당히 깔끔하게 잘 처리되어 있다. 레이저 방식의 경우 키캡의 글자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고 한다. 반영구적이라고 하는데 실제 반영구적으로 사용해 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ㅎㅎ -_-;

  PS/2 방식인 체리 키보드는 선이 오른쪽 위쪽에 위치해 있다.

  체리 키보드의 측면 각도의 모습으로 받침대를 이용해서 각도 조절이 가능하다. 각기 사람마다 사용하는 키보드의 각도가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론 되도록 각도를 낮게 해서 사용하는 편이다. 손목이 편하기 위해선 각도가 낮은 것 이 좋다. 특히나 오랜 시간 타이핑을 하는 사람들이면 손목이 편해야 한다.

  바닥면의 경우 미끄럼 방지를 위한 고무 패드가 부착되어 있다. 체리 키보드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바로 나사를 사용하지 않고 외부 프레임을 고정한다는 것이었다. (집에 소장하고 있는 IBM 기계식 키보드의 경우 나사가 육각형이라 푸는데 상당한 고단했던 것과는 비교되는 부분이었다)

  체리 키보드 바닥면에 표시되어 있는 부분을 보면 만들어진 곳은 체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독일회사인 체리는 제조비용을 낮추기 위해서 체코에 생산 공장을 세워 만들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받침대의 경우 역시 고무 패드가 부착되어 있어서 미끄럼을 방지하고 있으며, 비교적 부드럽게 올려 사용할 수 있었다.

  본격적인 키감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야기 할 부분이 바로 키 스위치에 대한 것이다.

  이러한 클릭 방식에 금속 스프링 소리를 좀 줄인 방식을 넌클릭 방식이라 할 수 있겠다.

기계식 특유의 타이핑 소리는 경쾌하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공적인 환경에서 사용하게 되면 오히려 좀 미안(?)하게 되어서 특유의 키감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싶은 사람은 넌클릭 방식을 찾게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필드테스트에 임하면서 넌클릭 방식을 원한 것도 사무실에서 넌클릭 방식의 키감을 만긱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업무 자체가 타이핑을 많이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 발동이 걸리면 상당히 많은 분량을 치기 때문에 사무실내 직원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기에 나름대로 좀 사용해 보았다고 생각하는 클릭 방식 대신에 넌클릭 방식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번 사용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키감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자.

<출처 : 네이버 포토앨범>

  14만원대의 키보드를 구입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뭐니 뭐니 해도 체리의 키감을 믿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핵심은 키감이다!!

  체리 넌클릭 기계식 키보드를 받은 당일!  

  나름대로 상당히 기대를 했던 키보드가 도착한 당일, 부푼 마음을 품고 포장을 뜯고 바로 설치를 했었다. 사용하던 앱솔루트 Mechanical X의 찰랑찰랑 거리는 키감에 비해서 체리 키보드는 약간 더 묵직한 느낌을 가져다 주었다.

  뭐라고 표현해야 정확할지는 모르겠지만 누를 당시엔 좀 더 묵직하지만 튕겨 나오는 탄력은 사용하던 키보드와 비교해서 약간 더 힘있었다.

  체리 넌클릭 기계식 키보드를 받은 다음날  

  전날은 키보드를 뒤늦게 받아서 간단하게 첫느낌만 받고 퇴근을 했었지만, 바로 출근하자마자 이 사용기를 적으면서 본격적인 길들이기에 들어갔다. 좋은 스피커를 구입하면 고른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에이징을 하는데, 좋은 키보드의 좋은 키감을 갖을 수 있도록 아예 필자의 손가락을 길들였다.

  나름대로 열심히 타이핑을 해보면서 키보드에 손가락을 길들인 결과 기존에 사용해 오던 키보드와 달리 한/영, 한자 키등이 없었지만 한자키의 경우 사용이 적어서 상관이 없었고, 한/영 키의 경우 오른쪽의 Alt를 사용했다.

  경우에 따라서 키보드의 종류를 바꿔서 Shift + Spacebar를 사용할 수 도 있지만 워낙 한/영 키에 길들여져 있어서 이러한 방법은 사용하지 않고 그냥 썼다.

  삼일째 되는 날~~~~~  

  키보드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된 후라 장문의 타이핑을 통해서 좀 더 키감에 대한 사색에 잠겨보았다. 점점 타이핑에 가속이 붙게 되면서 느낀 것은 바로 탄력을 좀 더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한 키를 누른 후 다른 키를 누를 때의 탄력이 좀 더 강하게 올라와서 다음 키를 좀 더 힘있게 누를 수 있었다. 잘근잘근한 타이핑을 하는 사람이면 몰라도 타이핑에 힘있게 하는 사람들에겐 좀 더 좋은 키감으로 다가올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개인적으론 타이핑을 좀 힘있게 하는 편이라 이러한 탄력이 상당히 기분 좋게 느껴졌다. 굳이 표현을 빌리면 개구리가 땅을 박차고 점프할 때의 뒷다리 모습 같다고나 할까? ^^;

  아무튼 파워타이핑을 하는 사람에겐 상당히 괜찮다고 느낄 수 있는 키감인 것 같다. 하지만 며칠 타이핑을 해본 것 가지고 체리 넌클릭 기계식 키보드의 키감을 다 이야기 하기엔 좀 부족한 것 같다. 사용기를 작성하는 사람의 능력 부족일 수도 있지만.. ^^;

  넌클릭의 소음은? 

< 체리 G80-3000 넌클릭 >                          < 체리 G80-3000 클릭 >

  위 넌클릭 키 작동음 동영상의 경우 수음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고음이 강조되었습니다. 실제 키 작동음은 동영상 내의 작동음보다 조금 소음이 작고 약간 더 부드러운 작동음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시면 됩니다.           <출처 : 아이오매니아 쇼핑몰>

  실제 타이핑 소음은 직접 들어보고 판단하길 바란다. 개인적인 견해는 넌클릭 방식의 소음은 맴브레인 방식 수준정도라고 말하고 싶다. 넌클릭이라고 해서 소음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

  현재 판매가가 14만원선이다. 일단 체리 키보드가 국내에 들어오는 물량은 매우 소량이다. 전량 수입하는 상황에서 소량을 가져오기 때문에 대량으로 가져올 때보다 가격은 저렴할 수 없다.

  정확한 가격은 살펴보지 못했지만 현재 동일 제품이 68유로 정도 한다. 환율로 보았을 때 1400원 정도 놓고 계산을 해보면 9만 5천원정도 한다. 그렇다면 약 4만 5천원 정도의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운송비라든지 관세에 수입사의 마진, 품질 보증 기간 등을 더한다면 충분히 4만 5천원정도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것 같다.

  역시나 문제가 되는 것은 체리 키보드 자체가 비싸다는 점이다. 일단은 체리 키보드가 키보드에선 브랜드 네임이 있는 유명한 키보드이고(전세계적으로 ^^;) 많은 물량이 아닌 소량으로 제작되는 기계식 키보드 중 클릭, 넌클릭 키보드라는 점이 가격 책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키보드에 14만원이란 투자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체리 키보드의 구매자들은 한정이 되어 있다. 타이핑이 많아서 조금 더 좋고 편한 타이핑이 필요한 사람들이 구입을 할 것이다. 키보드의 특성상 1~2년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몇 년만 사용한다면 충분히 본전은 뽑지 않을까? (필자의 경우 96년도 키보드를 얼마전까지 사용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