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이라는 위대한 소설이자 프렌차이즈를 창조해낸 톨킨 그 스스로도 자신의 작품이 지금과 같이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할 것이라는 상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문학가요 문학자였기에 미디어의 급속한 발전보다는 인쇄출판물의 범주에 자신의 세계를 가뒀고 그로 인해 환타지세계의 원조로 추앙은 받아도 그에 걸맞는 다양한 미디어전개가 타 작품에 비해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판권이 뉴라인시네마로 넘어가고 거기에 'Dead Alive'와 같은 B급 컬트무비 감독으로 유명하였던(바로 '반지의 제왕'으로 인해 이제는 대가의 반열에 올랐다) 피터잭슨의 감독취임이 더해지자 종이 위에 펼쳐졌던 세계는 이제 전세계의 수많은 디스플레이 기기의 스크린위에 펼쳐지게 되었다.

'편집'이라는 독특한 구조적 기능이 보편화된 영화에서는 비록 원작 그대로의 복원이 있지는 않았지만, 탁월한 배우선정과 현란한 CG, 연출의 활용을 통해 마치 영화를 보는 시청자 스스로가 중간계에서 암흑군주의 야망에 맞서 싸우는 듯한 착각을 줌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런 현실적인 영상과 멋진 배우들의 연기에 힘입어 모든 이들의 머리속에 배우들이 맡았던 아라곤과 간달프의 모습이 정형화됨에 따라 이런 캐릭터를 이용한 게임의 전개가 급속도로 전개되게 되었다. 특히 이미지를 게임화하는 데 있어 가장 탁월한 식견과 안목을 갖춘 EA의 풀배팅으로 뉴라인시네마가 가진 '반지의 제왕'의 캐릭터성을 그대로 게임에 접목시키는 것이 가능해지자 이제는 보기만 하던 중간계의 환상적인 드라마가 이제는 EA의 게임을 구입한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손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을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EA의 '반지의 제왕' 계열은 기본적으로 액션게임의 형태를 띄어 큰 화면속을 뛰어다니는 영화속 영웅들의 모습을 보며 즐기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Dune 2'를 통해 세계최초의 RTS를 선보였던 전통이 있는 웨스트우드의 흔적이 짙게 남아있는 'EA Los Angeles'가 제작한 '배틀 포 듄'의 정식 후속작인 '배틀 포 미들어스'는 좁은 화면에서 적들과 치고받는 것이 주류였던 지금까지의 게임스타일에서 벗어나 절대반지, 그 이상의 경지에서 중간계에서 벌어지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즐길 수 있게 하였다. 특히 게임 제작사인 EA LA 는 지금은 안타깝게 사라져 버렸으나 RTS의 원조인 웨스트우드의 적통으로서 RTS의 전설로 추앙받는 이름을 잇고 있기 때문에 이 곳에서 반지의 제왕의 RTS를 제작한다는 것은 영역이 달랐던 전설과 전설이 만났다는 점에서 상당히 인상깊은 만남으로 지켜볼 수 있겠다.

'반지의 제왕 : 배틀 포 미들어스'의 출시로 인해 이제부터는 플레이어는 이도류의 달인 간달프나 쉽사리 사망하여 미션클리어를 난망하게 만들던 호비트같은 영화와는 상당히 다른 캐릭터들의 모습은 보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이 게임을 통해 플레이어는 중간계를 주유하며 한 지역 한 지역에 평화 혹은 재앙의 씨앗을 뿌리며 영화 속 영웅들의 무용담을 초월자의 입장에서 관조하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기에 보다 넓은 관점에서 '반지의 제왕'이 펼쳐진 중간계의 이야기를 즐기고자 한다면 이 게임의 선택은 정말로 탁월한 결정일 것이다.

비록 이 게임이 PC 유저들만이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제한되어 있다는 물리적인 한계가 존재하고, 원활한 게임의 진행을 위한 PC사양요구가 높기는 하지만, 톨킨의 세계관와 피터잭슨의 영상미학에 빠진 사람이라면 이 게임을 해 보지 않고 중간계의 웅대함과 장대함을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소설에서 읽을 수 있었던 관조의 여유와 영화속에서 보았던 뛰어난 비주얼적인 재미, 게임이라는 매체를 통해 플레이어 스스로 세상을 움직인다는 흥분이 모두 어우러진 '반지의 제왕 : 배틀 포 미들어스'를 이번 리뷰를 통해 자세히 분석해 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