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빛이 한점도 들어오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서 ASUS VENTO 3600 케이스로 조립한 시스템을 가동시키며 차나 홀짝이며 리뷰를 구상하였던 때가 나름대로 운치가 있지 않았나 싶다. 마치 뱀의 눈과 같이 기광이 번뜩이는 LED의 광채를 굽어보며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하기는 했지만, ASUS VENTO 3600 케이스가 지닌 미려한 디자인과 화려한 외관은 글을 쓴다는 부담감을 상당부분 덜어내 주었다.

어떻게 보면 우주선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스포츠카 같기도 한 케이스 이기 때문에 디자인면에서 보는 이에 따라 서로 다른 심상을 품을 수 있다. 하지만 UV 페인트로 코팅된 미끈한 광택이 충만한 케이스의 늘씬한 외형은 어지간한 글래머 미인에 비견될 선의 미학을 충실히 갖추고 있다는데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 제품에는 화룡점정이 부족한 부분이 존재하고 있어 완벽하다고 칭송하기 보다는 아쉽다는 마음이 먼저 앞선다. 무엇보다도 박스와 포장, 케이스는 훌륭한데 보잘 것 없는 부속물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칼라로 코팅된 매뉴얼은 아니더라도 충실한 여분나사와 어느 정도의 신경 쓴 흔적이 있어보이는 포장이 있어야 할 만한 제품이지만, 보급형 케이스와 자웅을 겨룰 만한 나사모듬을 보면 이게 과연 ASUS가 프리미엄 케이스로 브랜드화 하고자 애 쓰는 제품인가 의심스럽다.

특히 하드디스크를 고정하는 나사의 경우, 2개를 장착할 공간이 있기 때문에 최소 8개가 있어야 했지만 4개만 제공되어 보조 HDD는 어떻게 설치하라는 건지 의문이다. 그리고 내부에 상당히 많은 케이블이 난마같이 얽히지만 변변한 케이블타이 하나 제공하지 않아 선정리를 사용자가 '알아서' 해야만 하게 만들어놨다.

어찌보면 정말 아쉬운 바가 아닌가 싶다. 정작 제품은 아주 좋게 만들어 놓고 세심한 배려를 놓쳐 제품의 품격을 스스로 낮춰 버렸다. 만약 ASUS가 'VENTO'라는 브랜드를 꾸준히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면 프리미엄 제품군에는 그 격에 맞는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이어져야 한다는 분명히 명심해야 한다.

케이스 자체보다는 제품 구성 측면의 문제점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STCOM 이 유통하는 ASUS VENTO 3600 케이스는 멋진 디자인과 충실한 기능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가 케이스에 원하는 대부분의 것들을 충족시키는 데 충분한 제품으로 보인다. 다만, 앞서 말했듯 소비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더한다면 완벽에 가까운 제품, 사용자의 만족이 충만한 제품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