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급주는 만큼만 일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처음에는 펼쳐진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었다면 게임은 Doom은 FPS의 원조가 아니라 타이쿤류 시뮬레이션의 원조가 되었을 것이다.

Doom III는 시간의 흐름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Doom, Doom II의 과거시점에 해당된다. 아직은 별 일 없는 화성에서 생활하는 모든 이들이 모두 평화로운 일상속에서 자원탐사나 기지개발과 같은 일에 세월을 보내고 비즈니스 차원에서 주인공을 비롯한 지구쪽 UAC 사람들이 업무차 방문해 언제나와 같은 일상사를 거듭하는 모습을 처음에는 보여주지만, 이것은 이후에 벌어질 지옥의 비참함을 더하는 하나의 장치정도로 볼 수 있다.

화성에서 발견된 초고대문명의 유적과 이것의 비밀을 독차지하고자 하는 미친 과학자, 그리고 그에게 이용당하는 거대기업등을 배경으로 당장 처한 황당한 상황에서 살아서 집에 돌아가고자 하는 한 월급쟁이의 고분분투가 이야기의 주된 기둥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격렬한 플레이가 특징적인 장르의 성격으로 인해 게임에 부가된 설정등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아 게임의 줄거리를 따라 간다는 느낌보다는 당장 처한 상황을 헤쳐나가다보니 '엔딩'인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게임 자체가 쏘고 달리기 바쁜 것이다 보니 플레이중에는 쉽게 깨닫기 힘들지만 'Doom'의 세계관 그 자체는 그리 녹록치 않다. PC판을 클리어해 본 사람이라면 PDA를 통해 알 수 있었겠지만, UAC의 기업조직과 군사조직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하여 '화성'이라는 행성과 '지구'라는 행성의 관계나 화성에 묻혀 있는 초고대문명의 비밀등 다양한 읽을꺼리와 볼꺼리가 풍성하게 준비되어 있어 영어라는 장벽을 극복할 수 있다면 게임 중후반에는 PDA로 그동안 모아둔 메일과 비디오디스크를 차근차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기본적으로 한글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게임의 스토리를 즐겨보자'라는 이야기는 어느정도 한계가 있다. 특히 자막도 제대로 지원하지 않아 '듣기'에만 의존해서 게임 도중의 스토리는 진행하여야 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한계를 느끼는 게이머라면 그냥 쏘고 달리는데 중점을 두고 게임을 진행하는 게 차라리 속 편한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Doom III를 시작으로 Doom과 Doom II 의 스토리가 이어지는 시간상의 흐름을 고려하였을 때, 차후 나올 가능성이 큰 'Doom IV'를 이해하고 접근하고자 한다면 이번에 PDA를 통해 접근할 수 있게 된 각종 자료들을 둘러 보는 것이 좋다.

▲ 처음에는 경비용역(...)정도의 모습이지만, 나중에 가면 헬나이트보다 강인하고 로스트소울보다 악랄한 슈퍼솔져로 변신한다.

Doom III 에 대해 흔히 하는 오해가 'Quake III'와 같은 멀티플레이용 게임으로 아는 점이다. 그럴만도 한 것이 현재 주종을 이루는 FPS 게임이 철저하게 '인간 대 인간'의 구도를 주제로 게임을 설계해서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고 있기에 이와 같은 경향속에서 게임인생을 시작한 게이머라면 Doom III의 비교적 소규모인 멀티플레이 부분을 무언가 열등한 것으로 잘못 알기 쉽다.

하지만 Doom III 는 기본적으로 'Doom'이라는 게임의 세계관에 대한 나레이터의 역할을 하는 면모가 있기 때문에 멀티플레이보다는 싱글플레이에 그 비중이 쏠리는 방향으로 설계되었다. 특히 PC판으로부터 8개월여의 시간적인 여유를 두고 출시된 XBOX용 Doom III는 이와 같은 Doom III 고유의 성격을 더욱 명확히 하고자 이벤트에 대한 연출강화가 두드러졌다. PC판에 비해 별다른 의미없이 헤매는 초기의 과정을 동영상으로 대체한 것도 있지만, 회화 부분과 이벤트 동영상의 런닝타임 자체를 늘려가며 더욱 풍부한 배경설명을 추가하여 한정판이든 일반판이든 게임 내용면에 있어 PC 판보다 되려 충실해진 면모가 은연중에 부각된다.

거기에 더해 게임플레이 측면에 있어서도 협동플레이를 멀티플레이상에서 제공하여 PC판과 같이 외롭게 괴물들과 싸워나가지 않아도 되도록 하였다. 문도 같이 열고 괴물도 같이 처리해 나가면서 쌓아가는 우정...을 추구해서라기 보다는 보다 넓은 시야를 협력을 통해 확보하여 싱글모드에 비해 비교적 원활히 싱글플레이를 진행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 PC판을 통해 게임을 클리어한 유저라면 새삼 울고 싶어지는 '협력모드'가 XBOX 버전에서 지원된다. PC버전 게임을 해보았다면 알겠지만, 이 게임에서의 '협력'은 지원사격보다 사주경계 부분에서 더욱 절실하다.

물론 요즘의 FPS 게임의 대세가 많은 인원이 경합을 벌이는 멀티플레이이기 때문에 4명이 최대인 Doom III의 멀티플레이 구조가 마음에 안드는 게이머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되려 소수이다보니 생기는 치열함과 한정된 맵과 제한된 무기라는 조건에서 파생되는 긴장감은 나름대로의 개성을 게임에 부여해 준다.

작년 FPS 게임의 세계최고수로 손 꼽히는 Fatal1ty와 본 기자가 직접 Doom III 멀티플레이를 했을 때, 주먹(...)과 플래쉬(...)로 여러차례 맞아 죽었던 것과 같이 Doom III의 멀티플레이 구조는 상당히 개인의 실력차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측면이 있다. 멀티플레이에 임하는 게이머들은 어느 정도 이상의 게임실력을 요구받기 때문에 어지간한 자신감이 아니라면 애시당초 배운다는 기분으로 하는 것이 스트레스가 덜하다.

Doom III가 제공하는 통상적인 개념의 멀티플레이 모드로는 'Deathmatch', 'Team Deathmatch', 'Lastman Standing', 'Tournament'등이 존재하며 각각에 따른 규칙대로 XBOX Live!상에서 최대 4명이 대전할 수 있다. 데스매치와 팀데스매치는 플레이어 한명 혹은 연합한 2인1조가 얼마나 많은 'Kill'을 기록하느냐를 따지는 모드이며, 라스트맨스탠딩은 글자 그대로 혼자 서 있을 때까지 서로 살육의 제전을 벌이는 모드다. 마지막 토너먼트는 2명이 싸우고 있으면 다른 2명은 그들의 플레이를 구경하는 모드로서 후발주자가 상대방의 실력을 탐색하기에 적합한 성격을 갖고 있는 모드다.

주로 멀티플레이에 이용되는 XBOX Live!를 통해서 앞서 말한 바와 같은 멀티플레이 요소를 즐길 수도 있지만, Halo 시리즈나 리메이크된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과 마찬가지로 다운로드 컨텐츠 기능을 지원하므로 향후 보다 다양한 맵에서 온라인대전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임을 즐기다보면 맵이 좁거나 어두운 것보다는 보다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게이머로서는 당연한 욕구가 충전되기 때문에 이에 맞춘 서비스가 XBOX를 개발하여 유통하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게임을 개발한 ID Software에 의해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 Doom III 의 맵이 좁다고 해도 정작 해보면 사람 수가 적다보니 비록 적일지라도 사람을 보면 참 반가운 기분이 드는 인간적인(?)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