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 보러 와요~' 라고 외치는 헬나이트를 보면 샷건 한방 날려주는 게 예의... 겠지만, 그것가지고는 기별이 안 가서 문제다. 이런 점 때문에 많은 이들이 Doom II에서 나왔던 슈퍼샷건(더블샷건이라고도 불리운다)이 부활하기를 기도했다.

국내외 유수의 매체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Doom III'의 그래픽에 격찬을 하는 이유는 사실 PC버전의 후광이 크다. 3Ghz 이상의 CPU와 1GB 메모리이상의 시스템에 제작과정에서부터 각별한 협력을 하였다는 NVIDIA GeForce 6800 Ultra를 장착해야 FPS 게임을 할 만하다는 '90fps'을 갖넘는 게임을 거의 20세기 말에나 위세를 떨쳤던 사양을 가진 XBOX의 구조(펜티엄3 733Mhz, 64MB 메모리, 그리고 GeForce3...)에서 30fps 고정을 실현한 것은 이식과정의 노력을 감안하더라도 굉장한 일이다.

* 관련자료 : [리뷰] 하드코어 게이머들의 꿈! Leadtek WinFast PX6800 Ultra TDH

그래도 CPU를 뛰어넘는 트랜지스터 집적도(5700만)를 가진 GeForce 3 GPU가 내장되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쉐이더 모델 v1.0 기반의 효과등은 구현되어 PC에서의 분위기를 콘솔에 이식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Doom III의 게임진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플래쉬를 통한 광원효과를 픽셀단위로 표현하여 XBOX 의 그래픽 퍼포먼스의 극한을 이끌어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한가지 아쉽다면 배경등에 사용된 텍스쳐의 수준이 상당히 낮고 밝기값이 기본적으로 낮게 설정된 면이다. 이는 PC버전에서 온보드 그래픽카드 메모리가 '512MB'일 때 비압축으로 텍스쳐를 구현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메모리의 전체용량이 '64MB'라는 한계에서 나름대로 적절한 타협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프로그래밍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메모리에 상주시켜야 할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PC에서 'Low Quality'로 구분되는 온보드 메모리 64MB용 텍스쳐압축보다는 좀 더 낮은 수준으로 조정되었다.

이와 같은 XBOX 하드웨어에 최적화된 게임의 재설계는 게임플레이에서 기종 최고수준의 그래픽을 구현하면서도 30fps 수준을 유지시켜주는 형태로 나타났다. 고정된 프레임을 유지하기 위해 게임도중 PC판과는 달리 막힌 공간이 몇몇 눈에 띄겠지만, 게임의 스토리 진행에는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싱글플레이 부분에서 그리 큰 장애가 있지는 않다. 또한 멀티플레이에서는 프레임 차이가 하드웨어의 퍼포먼스에 따라 달라져 이 부분의 차이에 의해 승패가 좌우되는 면이 있지만, 콘솔은 모두 다 동일한 하드웨어 구성이기 때문에 기종 탓이 통하지 않는다.

XBOX 는 PC와는 달리 대형 디스플레이 기기인 텔레비전을 통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어 낮은 수준의 텍스쳐와 해상도는 넓은 화면 특유의 안티얼라이징효과와 PC기반보다 훨씬 높은 밝기값을 통해 어느 정도 지양이 가능하다. 거기에 480p규격의 SDTV 설정을 기본제공하므로 디스플레이 방면에 투자를 한 게이머라면 보다 향상된 그래픽환경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 '18세이용가'에 부끄럽지 않은 폭력적인 장면이 다수 등장하므로... 큰 화면이 제격(...)이다!

돌비디지탈의 출력이 스테레오에 비해 약간 작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이 게임에서 5.1채널 환경은 시각적인 효과와 동등한 비중을 갖추고 있다. 초중반 UAC 시설내부의 맵에서는 플래쉬가 비추는 공간으로 거의 시각이 제한되기 때문에 전방에 있는 적도 뻘건 점 2~3개로 알아보고 사격해야 될 때가 생긴다. 다양한 괴물들중 좀비의 경우는 플래쉬를 들고다니던지 불이 붙어서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면 대체로 구석에서 혼자 웅얼거리며 나오기 때문에 소리를 통해 방향을 인지하고 조준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앞서 이야기 했듯, 이 게임에서 협력이 절실한 부분이 다름 아닌 '시야확보'이기 때문에 혼자서 게임을 플레이해야 한다면 스테레오 환경은 게임실력 향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는 하겠지만, 게임 자체가 지닌 분위기와 재미는 상당히 놓칠 개연성이 있다. 게임의 BGM이 사람의 비명소리나 기계음을 많이 많이 쓰는 편이기는 하지만, 배경음악의 경우 전방에서 출력이 고정되기 때문에 5.1채널 환경을 갖추었다면 적어도 뒤에서 괴물들이 내는 소리는 잡아낼 수 있어 좀 더 반응에 여유를 둘 수 있다.

▲ 가까이에서 '스슥' 하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면 제대로 따귀 때릴 자세인 임프들을 보게 된다. Doom III는 스테레오 환경보다는 5.1채널을 구축하고 플레이하는 게 좀 더 생존에 이롭다.

FPS 게임장르에서 신격화되어 있는 게임인 Doom 시리즈는 지금와서 본다면 볼품없는 그래픽과 상하는 볼 수 없는 단조로운 플레이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장르를 만들어냈고 스타일을 만들어낸 역사적인 것이기에 많은 이들이 기억해주고 이 게임을 만들어 낸 이들에게 경의와 기대를 보내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PC를 통해서만(그것도 발매시기 기준으로 최고 사양의 하드웨어를 동반해서) Doom III를 플레이해 볼 수 있었지만, ID Software의 결단을 통해 현행기종중 유일하게 XBOX에서 Doom III의 콘솔화가 구현되었다. 경쟁기종에 비해 앞선 하드웨어 성능인 점과 NVIDIA GeForce 기반이라는 조건덕에 개발이 기획되어 원래 일정보다는 약간 늦어지긴 했지만, 나온다는 약속대로 나오고야 말았다.

하이퀄리티와 같은 옵션과 높은 해상도, 그리고 마우스로 게임을 해봤던 사람들이 식상하지 않도록 보다 강화된 스토리라인과 액션스크립트, 맵구성등에 준 변화(프레임 유지가 목적이긴 하지만, 맵이 변해서 PC 판을 했더라도 꽤 생소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등이 어우러져 XBOX용 Doom III 는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에 비록 '1000개'로 그 수량이 제한되었지만, 예약을 통해 구매할 수 있었던 '한정판'에는 Doom 과 FPS, 그리고 존 카맥을 존경하는 이들이라면 만족할만 한 다양한 특전이 들어 있어 좀 더 XBOX 타이틀의 출시일정에 관심을 갖고 지켜본 이라면 게임속에서 듣던 비명이 아닌 즐거움에 넘친 비명을 지를 수 있게 되었다. 높은 하드웨어 성능(?)덕에 DOS버전 보다 상당히 빨라진 Doom과 Doom II를 만나기는 하겠지만, 슈퍼샷건을 들고 씨익 웃는 마린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선택받은 자만의 특권이 아닌가 생각된다.

▲ Doom III 에서는 비롯 못 보지만, 'Doom III LCE'를 구매한 게이머라면 고전게임에서나마 'One Shot One Kill'의 사전적인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