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를 끝마치며 한가지 곰곰히 생각해 본 화두가 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저걸 쓸 수 있다면 어떻게 쓸 수 있겠는가?" 라는 사실. 결론부터 말하자면 Opteron 875는 나에게는 쓸모없는 그런 '물건'이다. 그 이유는 개인적인 PC 이용패턴이 웹서핑이나 게임, 동영상 감상정도 국한되어 있을뿐, 듀얼코어 프로세서가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멀티태스킹이나 인코딩작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각종 벤치마크 프로그램 십몇개를 설치해도 윈도우즈 부팅때 흔히 말하는 지렁이가 '1cm' 오른쪽으로 가고 바로 데스크탑이 뜨는 황당한 경험을 하게 된다면 그 엄청난 속도감에 정신이 혼미해지지만, 듀얼코어 프로세서는 분명 내가 쓸 물건은 아니라는 느낌을 받은게 사실이다. PSP나 PMP를 소유하고 있었다면 얘기가 좀 달라졌을 수도 있겠지만, 동영상 인코딩을 할 일이 없다보니 벤치결과값에서 보듯 절반이하의 속도로 작업을 종료한다는 사실이 그저 남의 일로 여겨지는 게 사실이다.

이렇게 테스트중에 느꼈던 개인적인 생각을 토로하는 이유는 리뷰를 진행한 기자 본인이나 리뷰를 보는 독자분들 모두가 한번 솔직해 보자는 차원에서다. 분명 듀얼코어 프로세서는 비싸기는 하지만, 과학이나 통계 분야에서 산술작업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연구원들이나 하드웨어 트위커, 동영상을 인코딩해야하는 모바일/포터블 사용자 입장에서는 황홀한 성능을 과시한다. 그러나 일상 생활에서는 아직 이와 같은 명기가 제 구실을 할 수 있는 터전이 충분한가에 대해 의문이 없지않다.

'듀얼코어'를 떠나 칩셋자이언트가 밀어주고 있는 하이퍼쓰레딩조차 맥을 못추는 현실에서 싱글쓰레드 기반으로 제작된 게임이나 동영상 재생부문에 듀얼코어가 비집고 들어갈 공간은 현재로서는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데스크탑 부문에 듀얼코어를 먼저 진입시키지 않은 AMD의 결단은 단 한번의 실패도 있어서는 안되는 후발주자의 입장임을 고려할 때 찬사를 받을 만한 훌륭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

진정 '듀얼코어'가 필요한 곳은 평범한 사람 하나하나가 즐길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들어내고 소통시켜주는 산업현장이다. 이미 CG를 제작하는 소프트웨어와 서버등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등에서는 멀티프로세서와 멀티쓰레드가 자리잡은지 오래라 이들이 발휘할 수 있는 생산성 향상이 곧 축복이 되어 일반 사용자들에게 내려오게 되어 있는 구조가 공고히 자리를 잡았다.

AMD가 의도하는대로 IT 인프라를 구축하는 하나의 축으로 듀얼코어 옵테론 프로세서가 자리잡는다면 앞으로 우리가 즐길 수 있는 '꺼리'는 무궁무진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쌓여져 나가는 풍부한 컨텐츠는 자연스럽게 일반 대중에게도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통한 매끄러운 컨텐츠 소화능력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이런 순리에 따르는 흐름이야 말로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 큰 부담없이 지갑을 열고 가치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바람직한 체계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