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정도 게임경력이 쌓인 XBOX 사용자들이 경쟁기종에 비해 아쉬움을 종종 토로한 분야는 크게 두가지였다. 하나는 축구, 다른 하나는 레이싱. 이중 축구는 제작사인 코나미가 멀티플랫폼에서 활약할 것을 선언하면서 비록 국내 정식발매는 안되지만 차세대기를 기대할 만한 여지가 생겼다. 하지만, 레이싱분야는 최근까지도 여러 하드코어 게이머들의 성에 찰 만한 게임은 나오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XBOX에는 숱한 명작 레이싱 게임이 있긴 하다. 프랜차이즈로 키우는 프로젝트 고담시리즈나 미드타운 매드니스 시리즈, 유럽쪽 제작사들이 만들어내는 뛰어난 랠리게임 시리즈들을 우선 꼽을 수 있지만, 하드코어 게이머들이 투정(?)을 부리는 이유는 아무래도 SCE에서 직접 제작을 주도한 게임인 '그란투리스모' 시리즈의 존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94년경 소니의 첫 번째 콘솔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의 간판 레이싱 게임으로 등장한 그란투리스모 시리즈는 최신작의 'The Real Driving Simulator'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부여된 게임기의 성능과 점차 발전되는 제작노하우를 바탕으로 표면적으로 내세운 문구에 부끄럽지 않은 게임으로 가다듬어져 왔다. 이와 같은 명작게임의 진화를 경쟁사의 콘솔에서 목격해온 게이머들은 그동안 XBOX에서 출시된 아케이드성이 짙은 레이싱 게임들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양적으로는 인해전술마냥 아무리 많이 출시하여도 정작 소비자들은 질적으로는 만족 못하는 악순환이 거듭되는데 게이머들이 지치지 않을 재간이 있었을까? 결국 콘솔을 설계하고 제작하여 유통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측에서도 고도의 현실성을 체험할 수 있는 레이싱게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위해 안보이는 곳에서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미 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콘솔과 프랜차이즈를 확보하고 있던 소니와는 달리 처음부터 시작하여야 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동안 자사내에서 게임을 제작해오던 'Microsoft Game Studio'내에 전담 제작팀을 신설하고 150여명의 제작진과 2년의 개발기간, 그리고 엄청난 제작비용을 투입하여 '그란투리스모'의 아성을 넘을 게임을 만들고자 하였다.

XBOX 게임 타이들중 헤일로 시리즈외에는 '120명', '2년'등과 같이 크게 부각되는 투자규모가 드물었지만, 앞으로 XBOX 360과 같은 차세대 콘솔에서도 충분히 통용가능한 네임밸류와 제작노하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마이크로소프트측의 투자는 그리 헛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네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같은 성경말씀까지 찾지 않더라도 복권을 사야 당첨이 되는 법, 제대로 마음 먹고 달려든 일은 어떻게든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꽤 큰 프로젝트로 출범하였던 포르자 모터스포츠의 발매는 지난 5월 3일에 비교적 조용히 시작되어 국내 사용자들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직접 한글화한 양질의 타이틀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프레스컨퍼런스등에서는 아닌 듯이 이야기를 하곤 하지만 내심으로는 경쟁사의 게임 프랜차이즈를 꺽어보겠다는 일념하에 모인 개발팀이 만들어낸 레이싱게임이기에 매번 다른 콘솔의 게임만 부럽게 쳐다봤던 XBOX 게이머들이라면 큰 기대를 품을 만한 게임이 아닌가 생각된다. (관련기사 : 블록버스터 게임들이 선보인 'Best of XBOX Tour in Korea 2005)

딱히 엔진과 같은 기술적인 특징이 있는 것이 아닌 이상 국내에 게임이 정식발매될리 없는 PC게임보다 많은 개발자원이 투입되는 추세인 콘솔 분야의 게임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리를 앞으로 종종 마련하고자 한다. 그런 차원에서 'Doom III'의 리뷰(관련기사 : XBOX에 강림한 전설! Doom III Limited Collector's Edition)에 이어 앞으로 XBOX 레이싱 게임의 한 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드라이브 시뮬레이션 게임인 포르자모터스포츠의 리뷰를 이제부터 시작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