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속에서 기본제공되는 각종 메뉴들은 여느 레이싱게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냥 주어진 선택지중에 마음에 와닿는 차량과 코스를 골라 달려보는 아케이드 모드와 자신이 낮은 레벨의 차량을 처음부터 선택하여 각종 이벤트를 클리어해 나가 새로운 차량, 더욱 강력한 튜닝을 하는 커리어모드가 게임의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리고 레이싱 계열이라면 빠질 수 없는 타임 트라이얼 메뉴와 차량의 셋팅등을 확인하기 위해 제약없이 주행하는 프리런모드등을 제공한다.

게임의 모토인 'Simulation'은 주행중 운전형태에 지대한 영향을 줄 뿐, 게임의 기초구성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다만 두드러지는 부분이라면 커리어모드에 대한 비중으로 여타 레이싱 게임에 비해 차종과 코스는 적은 편이지만 이 부분에 대한 유연성을 집중적으로 증대시키는 개발기조에 따라 제작된 듯한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이 부분은 멀티플레이인 XBOX Live!에도 그 맥이 닿아 있어 온라인상에서의 자신의 경력이 게임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형태로 게임의 디자인이 고안된 듯 하다.

게임속에서의 게이머의 경력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본원적인 성격은 지금까지의 XBOX Live! 기반 레이싱게임중에선 드문편인 게임 내 커뮤니티의 구성가능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회원 4명이 있을 경우 창단이 가능한 자동차클럽은 온라인상에서 자신과 같이 게임을 진행하는 팀원들의 성적을 통해 자신의 속한 집단의 명예를 드높힌다는 부분에서 기존의 게임과 차별성을 지닌다.

얼마전 발표된 XBOX 360의 새로운 라이브 기능과도 일맥상통하는 기능인 자동차클럽은 온라인상에서 집단의 문화와 경쟁의 문화를 접목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그 여파를 곰곰히 주시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XBOX를 소유한 소수의 인원만이 이 게임의 영역에 발을 들였음을 상기한다면 비교적 인터넷 시대 초기의 풋풋함이 아직 살아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없지 않다.

포르자모터스포츠는 여느 레이싱게임과 마찬가지로 명차를 유명 서킷에서 몰아본다는 재미를 주는 것을 기본으로 한 전형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다. 다만 틀리다면 운전하는 '스타일' 그 자체인데, 이것의 차이로 인해 흔히 말하는 '아케이드' 게임으로 구분되지 않고 드라이빙 시뮬레이션이라는 독특한 장르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정의한다.

속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소문난 게임들마냥 엑셀 하나로 드리프트를 완성하고 핸드브레이크 하나로 고갯길을 호령하는 것이 불가능한 게임이라 성질이 급한 사람이라면 화를 낼 법도 한데 의외로 이와 같은 게임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형편이다. 그란투리스모 시리즈의 경우도 현실속의 주행마냥 엑셀레이터를 활용한 감속과 가속의 연속속에서 경쟁차량들과 눈치싸움하는 재미가 크게 부각되고 있으며, 포르자모터스포츠에서도 이와 같은 부분을 특화시켜 보다 강화시킨 형태로 게임이 디자인되었다.

어떻게 보면 경쟁사의 게임을 벤치마킹하다보니 특정 부분을 과도하게 설정한 면이 없지 않은 경쟁차량들의 인공지능은 차량마다 지정된 스크립트에 방해요소로 운전자가 개입할 경우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블록킹을 시도하는 형태로 게임속에 펼쳐져 안전주행(?)을 신조로 방어운전에 익숙한 게이머들에게는 정신 사납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꽤 격렬한 도그파이트가 게임속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무난하게 운전이나 하며 양보의 정신을 함양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좌절을 안길 만큼 오일과 가솔린이 흘러넘치는 듯한 격전을 아스팔트 위에서 치뤄야 한다.

사람마다 기호에 따라 극명한 입장차이를 둘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좋다 나쁘다를 섣불리 정의할 수 없는 부분인 게임속의 인공지능은 그 평가가 꽤 까다로운 부분이라 아니할 수 없다. 게임 자체적으로 게이머를 훈련시키기 위해 혼자 달리는 모드를 제공한다거나 운전하는 법을 기초부터 연습시키는 튜토리얼모드를 제공한다거나 해서 게이머가 알아서 잘 달리는 것을 유도하지만, 게임속에서 펼쳐지는 차량간 경쟁은 전체이용가라 피만 안 볼 뿐 원체 격렬하기 때문에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름대로의 경험을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현장취재기사로도 다뤘던 'XBOX Tour in Korea 2005' 현장에서 제작스탭들은 자동차 제작사의 라이센스를 얻어 차량의 파손을 마음대로 구현할 수 있다고 자랑했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러나 이 부분에 있어 그들의 호언장담과 같이 본네트가 날아다니고 불타는 엔진과 함께 질주하는 등의 모습을 게임속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엔진에 불 내서 연기 풍기며 다니는 거야 냉각수 교환만 깜빡해도 현실속에서 곧잘 겪는 것임에도 그와 같은 연출은 찾아보기 힘들며, 외형상 우그러지는 정도만 표현될 뿐 차체가 떨어져 나가 도로위에서 뒹구는것과 같은 현실감 넘치는 표현은 찾아보기 힘들다.

XBOX의 성능한계로 인해 불필요한 유니트가 제한된 메모리 영역을 차지하는 것이 불가능하기는 하지만, 제작자들이 장담한 것같은 모습을 게임속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은 상당히 미심쩍은 부분이 없지 않다. 애시당초 게임이 차세대기를 염두에 두고 연습삼아 만든 것인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일반 게이머의 기대치만 잔뜩 올려놓고 XBOX에서는 말한 것과 다른 모습이 보여진다는 것은 기대를 넘어 실망하기 좋은 일이다.

일단 튜닝과 업그레이드, 데칼을 통한 외부 도장의 변화가 주가 되는 게임이다보니 제작당시의 주장에 비해 상당히 줄어든 차종이 제공된다. 퍼펙트클리어할 경우 특전차량이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자물쇠가 걸린 차량을 다 합쳐도 경쟁작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차이름 외우기도 힘든 경쟁작에 비해 초라함(?)이 느껴질 정도로 수적인 면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게임에서는 포르쉐와 페라리같은 유명 메이커의 아트카들이 선 보이며, 개조에 따라 차량이 천변만화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수적인 열세는 게임 플레이 도중에 그리 크게 부각되지는 않는다. 되려 자신이 좋아하는 차량에 어렵게 게임속에서 번 돈을 들여 이런 짓(?) 저런 짓(?)을 하다보면 어느 것이 최적일까, 어느 것이 내 취향에 맞을까 고민되는 부분만 눈덩이같이 늘어나기 때문에 그냥 자신이 좋아하는 차량만 확실하게 있어주는 것만 해도 고맙게 느껴질 지경이다.

이미 유명 레이싱게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쓰바루의 임프렌자나 미츠비시의 랜서등도 마음대로 골라 공사를 벌일 수도 있고, 허가받은 사람만이 손 댈 수 있다는 페라리를 마음대로 뜯어고치는 재미가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개조에 필요한 돈을 벌어낼 수 있다면 포르자모터스포츠는 상당히 오랜 기간 자동차 하나 만으로도 게이머를 눈코 뜰 새 없이 신경을 쏟게 만들 게임이다.

비자 발급에만 100일이 걸린다는 멀고먼 나라에서부터 내년(2006년)에 가겠다며 적금붓는 사람을 만들어내는 나라까지 전세계의 여러 나라의 유명 서킷을 재현해낸 포르자모터스포츠는 출시이전에 데모영상으로 그란투리스모 4의 주행영상과 같은 코스를 비교하는 트레일러를 유포시켜 판매전부터 묘한 신경전을 펼쳤던 적이 있다.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보면 처음에는 게임에 적응하느랴 주위 풍치나 즐길 여유가 없기는 하지만, 실제 운전에서 그렇듯 익숙해지면서 시야가 넓어지면 예전 데모영상과 마찬가지로 코스 주변을 꽤 신경 써서 현실속의 실제 경주장같이 꾸미고자 노력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XBOX 360이라는 차세대기의 영상이 공개되는 시점에서 눈이 높아진 게이머라면 투박해 보이겠지만, XBOX가 펜티엄3 733Mhz와 GeForce3 로 만들어진 기계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배경에 상당한 투자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최대한 현실과 비슷하게 만들고자 한 게임답게 연출된 미려한 배경화면은 리플레이 화면조차 영화같은 멋드러짐을 갖출 수 있도록 하였지만, 필연적으로 게임 전체적인 프레임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하여 게임 플레이중 30프레임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는 듯한 약한 모습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