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처음 R420(X800XT PE - 본 제품에 사용된 R430은 R420의 PCIe 버전으로 구조는 거의 동일하다.)의 리테일 제품을 집어들었을때 가격은 무려 89만원이었다. 그나마 그것도 물건이 많지 않은 매장마다 한두개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대부분 그 한두개도 예약을 하지 않으면 구하기가 녹록치가 않았다. 물론 당시 경쟁제품이던 지포스6800 울트라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때가 대략 2004년 여름이었으니 벌써 3년여의 시간이 흐른 과거의 이야기이다.

지금은 상황이 좋아졌는지 ATi건 엔비디아건간에 플래그쉽 제품들이 89만원씩이나 하는 경우는 별로 없는 편이다. 물론 성능을 그댕시 제품들에 비해 수배(정확히 모르겠지만)정도 향상되었지만 그때만큼 말도 안되는 가격은 적어도 치르지 않게 되었다.

그랬던 X800이 이제는 8만 5천원에 살 수 있는 시대다. 물론 본 제품은 X800XT PE와 큰 성능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XL이라는 접미어에서 알 수 있듯 본 제품은 X800시리즈 중에서 가장 낮은 성능을 제공하는 제품임을 알 수 있다. 솔직히 필자 개인적으로도 X800시리즈는 단종시키기 아까울만큼 좋은 성능을 가진 제품이었는데 아직까지 저가형 VGA라는 이름으로 끝까지 시장의 한켠을 지키고 있는 것을 보면 조금 '대견스럽다.'(실제 필자의 세컨 PC에는 아직도 AGP 방식의 X800XT PE가 가동되고 있는 중이다.)

그러한 제품 건셉에 맞게 메모리는 비교적 저속의 2.8ns DDR2 메모리(700Mhz, 350Mhz DDR)가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256비트의 전송대역을 가졌기때문에 요새 저가형 VGA들이 128비트의 메모리를 사용하는 것과는 큰 대조를 보여준다.

본 제품도 앞서 X1950Pro와 비슷한 컨셉으로 성능과 가격을 낮춘 제품인데 요새 많은 고성능 VGA들이 위협적인(?) 사이즈의 쿨링 솔루션을 탑재하는 것과는 달리 다소 왜소한 모습의 쿨링 솔루션만으로 GPU와 메모리를 냉각 하는것을 알 수 있다. 시장에 유통되는 다른 X800XL 제품들과 비교해도 아담한 크기의 쿨링 솔루션이 채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제품의 뒷면에는 PCB의 휨을 방지하는 보강판이 덧대어져 있다. 아무래도 큼지막한 냉각핀이 장한 장력으로 PCB에 밀착될 수 밖에 없을텐데 이로 인해 PCB가 휘는 것을 이 보강판이 막아주게 된다. 보강판 한쪽에는 봉인 스티커가 붙어있는데 행여나 이것을 다른 쿨러로 교체하기 위해 떼어냈다가는 무상 AS는 물건너가게 되므로 주의하도록 하자.

앞서 제품과 마찬가지로 본 제품 역시 불필요한 번들을 빼고 최소한의 제품구성으로 가격거품을 빼려고 노력한 흔적이 돋보인다.

강력한 성능보다는 약간 성능을 줄이고 대신 리퍼런스를 지키는 제품에 비해 큰폭으로 가격을 내림으로서 가격대 성능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저들에게 가까이 다가서려는 제품의 컨셉이 강하게 느껴졌다. 그럼 이 제품들이 어떤 성능을 가지는지 궁금해질텐데 다음장에서 두 제품의 성능을 알아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