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틈 없는 8600의 물결

다이렉트X 9가 나올때만 하더라도 최초, 최고의 타이틀은 거의 ATi의 차지였었다. R300으로 불려진 최초의 다이렉트X 9 지원 GPU인 레디온9700프로와 9500프로는 당시 다이렉트X 8.1 세대의 제품이었던 엔비디아의 지포스4 Ti4600을 무참히 밟아버리며 새로운 세대의 제품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는게 아니냐며 그동안 이어져 내려오던 2인자라는 꼬리표를 확실하게 벗어던졌다. 이후 엔비디아의 구원투수로 불리던 지포스FX마저 때맞춰 등장한 레디온9800 시리즈보다 못한 성적을 보이면서 이러다 엔비디아가 주저 앉는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게 되는 상황까지 내몰리게 된다.

이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이들은 그 당시 GPU 시장을 ATi의 리드 뒤에 강자 엔비디아가 쩔쩔매던 아주 흥미진진했던 시절이라고 회자할텐데 그로부터 대략 약 4년여가 지나고, 다이렉트X 10과 윈도우즈 비스타가 등장하며 세대가 바뀐 지금도 그 당시의 상황과 많이 비슷하다. 물론 그때와 다른 점은 있다, ATi가 AMD로 바뀐 것, 그리고 엔비디아와 AMD의 입장이 바뀐 것이다.

현재까지 여기저기서 많은 정보들이 유출되고 루머들만 떠돌뿐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AMD의 R600과는 달리 엔비디아는 다이렉트X 10을 지원하는 최초의 하이엔드급 GPU인 지포스 8800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시켰고 약 6개월여가 지난 후 또 다시 다이렉트X 10을 지원하는 최초의 메인스트림급 GPU인 지포스 8600시리즈를 시장에 출시하여 본격적인 전쟁의 시작을 알렸다.

사실 전쟁이라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솔직히 이것은 적이 없는 전쟁, 이른바 독주가 시작된 것이다.

오늘 살펴볼 제품은 폭스콘에서 출시한 지포스 8600GTS로 메인스트림급 제품이면서도 고성능을 가지는 제품이다.

폭스콘의 제품들이 대부분 컬러풀하면서도 다소 철학적(?)인 외형 디자인을 선호한다고 했는데 본 제품도 그러한 폭스콘의 아이덴티티를 잘 계승하고 있다. PCB의 색상은 엔비디아의 리퍼런스를 잘 지킨 제품답게 전통적인 밝은 청녹색을 띄고 있다. 지금까지 메인스트림급 지포스인 x600 시리즈(레디온 X600 시리즈가 아니다.)들은 별도의 전원 없이 PCI 익스프레스 슬롯의 버스전원만으로 동작하였지만 이번 지포스 8600GTS의 경우 별도의 전원연결을 필요로 한다.

G84 GPU가 본디 71w의 전력을 소비하고 PCI 익스프레스에서 공급되는 전력이 75w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굳이 별도의 전원을 연결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실제로 시장에는 별도전원을 요구하지 않는 8600GTS 제품이 등장하기도 했는데 해당 제품이 쿨링팬 없이 패시브 방식으로 냉각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쿨링팬이 탑재되는 대부분의 8600GTS 제품이라면 별도전원이 꼭 있어야 안정적인 동작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이전 세대의 지포스 7600과도 비교가 가능할텐데 세대도 세대이거니와 집적된 트랜지스터의 갯수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아무래도 같은 x600대의 제품이라 할지라도 요구하는 전력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별것 없다. 미세공정이 유일한 해답이다.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 쿨러가 이쁘다. 역시 폭스콘 다운 모습이다.

별도의 전원을 요구하지만 GPU나 컴포넌트들의 발열수준은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쿨러의 크기는 큰 편은 아니다. 단일 슬롯만을 차지하는 규격이며 부팅 초기에는 비교적 소음이 크게 발생하는 편이지만 드라이버 설치가 완료되면 소음은 감소하게 된다.

별도의 전원을 요구하지만 구성 자체는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캐패시터는 두개를 제외하면 모두 솔리드타입의 캐패시터가 사용되어 안정적이고 고급스럽다는 이미지를 심어준다. (물론 전해 캐패시터가 모두 나쁘다는 의견은 절대 아니다. 일전에 봤던 온쿄의 사운드카드가 뛰어난 음향특성을 가지는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100% 전해 캐패시터를 채용했다는 것은 주목할만한 사실이다.)

두개의 듀얼링크 DVI 출력부(2560 x 1600 해상도 지원)와 컴포넌트/컴포지트 출력이 가능한 TV아웃 단자가 위치하고 있다. 물론 구형 모니터를 사용하는 유저를 위해 DVI to D-SUB 젠더를 두개 제공하고 있으며 HDTV연결을 위한 컴포넌트 단자 역시 제공하고 있다.